[기업의 질문]

“최근 국내 상황에선 기업들도 계속 몸을 사려야 하는 게 현실인데요.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고민입니다. 자칫 마케팅 활동을 개시하다 역풍 맞을 우려도 있고요. 저희 대표는 정무 감각을 좀 더 강화시키라 하던데, 위기관리에서 ‘정무 감각’이라는 의미는 뭔가요?”

[컨설턴트의 답변]

최근 같은 환경에서 기업들에게 가장 권장되는 역량이 바로 ‘정무 감각’이라고 봅니다. 원래 단어만으로 보면 ‘정무(政務)’란 ‘정치나 국가 행정에 관계되는 사무’라는 의미입니다. 여기에 감각이라는 말이 더해져 ‘정무 감각’이 되면 그 의미는 일종의 ‘(경영에 대한) 현실 감각’으로 국민의 뜻이 무엇인지 판단하고 그에 따른 의사결정에 도움을 주는 역량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기업도 이제 상시적으로 국민의 뜻을 예상, 감안해 의사 결정해야 할 일들이 점차 많아진다는 의미겠지요.

정무 감각은 기본적으로 사회구성원들(이해관계자들)의 여러 목소리를 듣는 데에서 시작됩니다. 물론 그 목소리를 듣고 해석하는 과정에서 정해져 있는 옳고 그름의 기준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어떤 목소리가 존재하고 그 목소리가 조직 경영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를 감각적으로 판단하는 데 그 핵심이 있는 것이죠.

쉽게 생각해서 ‘여론에 따라 우리 회사에게 유리한 위치와 방향을 결정한다’는 의미로서 개념을 해석하면 되겠습니다. 기업이 사회에서 생성, 성장, 생존한다는 개념이 이제는 일반화되었기 때문에, 기업에서의 ‘정무’ 개념이나 ‘정무 감각’이라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어렵지 않게 이해 가능할 것입니다.

기업에게 ‘정무 감각’은 하루아침에 생겨나지는 않습니다. 그렇다고 관에서 ‘정무’ 업무를 해본 경험 있는 임원이나 고문을 몇 명 뽑아 해결되는 주제도 아닐 것입니다. 정무 감각이란 위로는 대표부터 아래는 실무직원들에게 이르기까지 올바른 사회성과 사회 의식이 그 기반이 됩니다. 기반이 먼저 건전해야 합니다. 건전한 사회 시민으로서 해야 할 것과 하지 않아야 할 것에 대한 정확한 기준이 공유되어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사내 규칙으로 흔히 ‘우리는 어떠한 종교적, 사회적, 인종적, 성적 편견도 배격한다’는 원칙이 공유되어 있는데 그 경우와 비슷합니다. 그에 따라 인사, 구매, 영업, 마케팅, PR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집니다. 만약 그 원칙에 반해 일부 편견에 기반한 의사결정을 한 임직원은 그에 응당한 제재를 받기도 합니다. 이런 기준 적용이 반복되면서 강화되고, 나중에는 강력한 철학으로서 사내에서 가치를 발하게 됩니다. 이런 정확한 기준이 있어야 정무 감각은 개화됩니다.

사내에 올바른 사회성과 의식이 존재한다면, 그 다음은 지속적인 환경 모니터링과 리스닝이 있어야 기업의 정무 감각은 발전할 수 있습니다. 여러 사회 구성원들을 자주 접하고, 그들에게서 듣고 싶은 이야기를 넘어 들어야만 하는 이야기들을 듣고 회사의 의사결정에 참고하는 노력이 있어야 합니다.

특히나 혼돈스러운 환경에 접했을 때는 여러 이해관계자들로부터 독특하거나, 창조적이거나, 특별한 의견을 찾아 듣기보다는, 그들 대부분이 공통적으로 조언하고 있는 일반적 여론에 집중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런 그들의 조언은 기업으로 하여금 ‘하고 싶은 것’의 유혹에서 벗어나 ‘해야만 하는’ 일에 보다 집중할 수 있게 해줍니다.

“사회적으로 민감하니 특정 정부 정책을 지지하는 기존 광고는 잠깐 중지하는 것이 좋겠군요.” “작년까지 해온 그 캠페인은 최근 논란과 관련되어 있으니 다른 캠페인으로 대체하는 게 안전할 것 같군요.” “이 광고에서 이런 표현은 현재 상황에서 불필요한 논란을 일으킬 수 있으니 다른 것으로 순화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이런 내용들의 피드백들은 기본적으로 정무적 노력에 의한 것입니다.

최고의사결정 그룹의 건전한 정무 감각과 노력만큼 회사에게 소중한 자산은 없습니다. 더 나아가 실무자 그룹의 디테일 한 정무적 검토 능력은 단연 이상적인 자산입니다. 정무적 감각과 검토를 건너뛴 후 기업 스스로 논란을 발생시키고 나서 “이런 논란은 상상하지 못했다” 이야기하지는 말아야 합니다. “이게 무슨 문제인가? 왜 이런 것으로 공격을 하나? 우리가 못 할 짓을 한 것은 아니잖은가?”하는 사후 불평은 이제 그만하자는 것입니다. 올해는 회사 내부에서 ‘정무 감각’이라는 개념에 대한 보다 깊이 있는 고민이 필요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