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경제 및 온디맨드, 라스트마일을 비롯해 플랫폼의 정의까지.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벌어지는 공격적인 물류전쟁의 배경에는 새로운 형태의 초연결과 '판의 변화'에 대한 열망이 강하게 읽힙니다. '무엇을 어떻게 옮기고, 취급할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전통적 물류산업의 근간을 파괴하면서, 동시에 혼합시키고 연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O2O에 있어 최근 온라인 플랫폼 중심의 사업모델이 화려하게 등장하고 있지만, 모든 사업의 아이템은 오프라인에서 출발하며 이는 곧 '업의 본질'을 의미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업의 본질이 중요하다는 이유로 오프라인이 온라인에 앞선다는 착각은 버려야 합니다. 만약 그렇게 생각한다면, '왜 온라인이 대세가 되었는가?'라는 질문을 외면하는 멍청한 타조가 되는 셈이니까요. 모두 중요하고, 모두 가치가 있습니다.

공급망물류 전문매체 CLO의 신간 '로지스타 포캐스트 2017'에 주목한 이유입니다. 미래 물류업계의 중심을 새로운 재화(New Production and Services), 새로운 생산방법(New Production Processes), 새로운 시장의 개척(New Market Pioneering), 새로운 공급원의 개발(New Supply Sources) 등 5N의 키워드로 묶은 창조적 파괴에서 찾아낸 흥미로운 아젠다가 보입니다.

창조적 파괴를 주창한 경제학자 슘패터(Joseph Schumpeter)의 이론은 최근 우버의 혁신과 맞물리며 많은 관심을 빨아들이고 있지만, 사실 개인적으로는 그리 좋아하는 주장이 아닙니다. 창조적 파괴 자체가 대공항 시절을 관통하는 암울한 자본주의의 현재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나왔고, 이러한 흐름은 자본주의의 폐혜가 극에 달한 2010년 후반기에 생명력을 얻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지만, 지금의 우리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만나 '파괴적 창조'를 통해 수단과 목적을 환치해야 하는 것 아닐까요? 우리에게는 창조적으로 파괴할 시간조차 없어 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조적 파괴에 입각한, 그것도 가장 기본적이고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물류산업의 신시대 고민은 필연적입니다. 물류에 있어 새로운 형태의 사업모델에 대한 갈망은 무협지에 등장하는 '표국'의 무게만큼 진중하며, 융합을 필요로 하며, 경계가 없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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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형 물류(On-demand Logistics)라는 아젠다에 집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라스트마일 물류분야에서의 실험은 2017년에도 지속되고 있으나 이제는 또 달라집니다. ‘차별화된 아이디어’보다는 ‘수익성 검증’에 초점이 맞춰진 한 해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와, 신기하고 좋다"는 감탄보다 "그래서, 지속성을 어떻게 담보할 것이냐"는 질문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이는 온디맨드 방식과 긴밀하게 연결됩니다. 다만 온디맨드와 라스트마일의 지속성 및 사업성의 내면에는 '노동자 죽이기'라는 섬뜩한 칼날도 배어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이에 대한 고민도 필요합니다. 시장이 수용자 중심의 모델로만 흘러가면 고사할 수 있습니다.

인더스트리 4.0의 확산과 다가온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유통과 생산자간 헤게모니가 뒤바뀌고 있다는 점도 중요합니다. 스마트팩토리의 방식이 각광을 받는 이유지요. 최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강력한 보호 무역주의 정책으로 인해 애플이 미국 내 생산거점을 늘리는 것은 지극히 정치적인 판단이지만, 스마트팩토리의 방식을 교묘하게 추진하는 폭스콘 등의 행보는 '수요시장과 공급시장의 일치'를 노리기도 합니다. 물류산업은 이러한 현상을 어떻게 생각할까요? 또 새로운 생산라인의 중심에는 ‘물류로봇’이 존재한다는 점도 중요합니다. 물류, 그 자체에 대한 위기감도 읽을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실제 시장성에 대한 ‘검증’도 중요합니다. 지난해까지 수많은 O2O 서비스가 난립했고 이제는 이에 대한 검증론이 업계에 대두되고 있는 상황이에요. 이는 역으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판단할 수 있는 깊이있는 인사이트를 요구합니다.

지난 수년간 세계적으로 국가간 전자상거래(Cross Border E-commerce)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는 점도 알아야 합니다.  이미 많은 해외 기업들이 관련 시장의 폭발적 성장에 발맞춰 다양한 비즈니스 기회를 발굴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몇몇 업체들을 중심으로 관련 행보가 나타나고 있는 실정이에요. 물류시장의 관점에서 보면 새로운 공급원들이 파편적으로 자리하는 상황입니다. 이에 대한 고민은 아무리 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변화의 중심에는 신기술과 스타트업이 있을 겁니다. 원래 인류역사는 주류와 비주류의 투쟁으로 얽힌 역사입니다. 주류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비주류는 끊임없이 권력찬탈을 원하고, 기어이 주류를 내쫒고 자신들이 새로운 시대를 엽니다. 하지만 역사는 끝나지 않죠. 또 다른 비주류가 나타나 주류의 자리를 위협하며 긴장관계가 형성되고, 그렇게 인류는 새로운 시대를 열었습니다. 이 당연한 진리를 기억해야 합니다.

▲ 출처=CLO

로지스타 포캐스트 2017는 물류적 관점에서 5개의 키워드를 공개했지만, 사실 이는 모든 ICT 전략에 도입되는 매우 중요한 화두입니다. 영역의 파괴와 연결, 그리고 폭발적인 생태계가 핵심인 시대입니다. 김철민 CLO 편집국장은 “공유경제, 온디맨드, 플랫폼, 라스트마일 등 전세계는 물론 전국 방방곡곡의 골목에서 새로운 형태의 물류 서비스가 탄생하고 있다”며 “온라인과 오프라인,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인간과 로봇이 융합되고 연결되는 시대인 2017년은 그야말로 초연결의 시대이며 길목의 권력자로 ‘물류’가 새롭게 조명받는 시대”라 밝혔어요. 맞습니다. 이제 흐르는 모든 것은 콘텐츠며, 플랫폼인 시대입니다. 오래된 엉덩이를 움직일 순간이에요. 물류시장의 변화가 모든 ICT 업계의 창조적 파괴, 아니 파괴적 창조를 해내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