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일상생활 속에서 하루에도 셀 수 없이 많은 서비스에 노출된다. 버스에서, 식당에서, 상점에서, 극장에서뿐만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고객으로서 서비스 제공자와 마주하게 된다. 선진사회 진입의 척도는 생활 속에서 접하는 서비스 수준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이미 우리는 이마트와 같은 대형 할인매장에서도 백화점 수준의 서비스를 경험했다. 그렇게 하지 않았던 월마트가 철수한 원인에는 이런 국내 고객들의 특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부분도 있다. 사업 성공과 실패를 결정하는 요소들이 많이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서비스 제공의 수준은 고객과의 공감으로 이어지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고객으로서 제대로 서비스를 받은 경험과 그 반대의 경험을 통해 서비스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본다.

지난해 10월 19일 롯데닷컴에서 천연 라텍스 베개 두 개를 주문했다. 20일 배송 완료되었다는 이메일을 받았지만 실제로 배달받은 것은 한 개였다. 동일 쇼핑몰에서 동일 제품을 동시에 두 개 주문했는데 하나만 온 것이다. 그런데 아직까지도 배송 조회를 하면 어느 택배사 대리점에서 배달 중인 것으로 나온다. 즉 분실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도 않고 한 개를 배송한 후 고객에게 배송 완료 이메일을 보낸 것이다. 또한 고객센터로 문의하고 하루를 기다려도 답변이 없어서 다시 전화를 했을 때도 상황 파악이 되지 않았다. 그 사이 두 개를 받고서 하나만 받았다고 억지를 부리는 것으로 고객이 오해를 받을 수 있었다. 실제로 고객센터에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을지 모르지만 당하는 고객은 편한 마음이 아니었다. 다시 하루가 지나서야 판매처에서 묶음 배송을 하지 않고 분리 배송을 했는데 그중 한 개가 분실되었다고 했다.

지난 1월 3일 오후 인사동의 어느 갤러리에 사진 전시 디스플레이를 위해 참여작가 여러 명이 모였다. 이전 전시가 아직 완전히 철거된 상태는 아니었다. 큐레이터는 우리들에게 왜 일찍 왔느냐고 핀잔을 주며 나중에 오라고 하면서 조명을 꺼버렸다. 그리고 다음날 저녁 6시부터 오프닝을 했다. 조금 길어져서 7시 가까이 되었을 때 대부분의 손님들이 아직 다과를 먹고 있었다. 그 큐레이터가 7시까지 정리하라고 독촉했다. 7시에 별도의 장소에서 뒤풀이 예약이 되어 있는 상황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갤러리에서 말이다. 먹는 둥 마는 둥 허겁지겁 정리했다. 그제야 관장이 천천히 먹어도 된다고 했다. 그렇지만 이미 모두 뒷정리를 하던 상황이라 의미 없는 메아리로 그쳤다. 갤러리 관계자들이 고객의 불편한 요소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자신들의 원칙만 고수하는 느낌이었다. 함께 있었던 우리 모두는 갤러리 측에 더 이상 말을 하고 싶어 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28일 산업강사 10여 명이 대중교통으로 정동진 여행을 했다. 최근 개통한 바다부채길 트레킹과 동해의 먹거리에 대한 기대감으로 청량리를 출발했다. 다섯 시간이 넘는 기차여행이 추억에서 고통으로 바뀔 즈음 정동진에 도착했다. 바닷바람을 맞으며 잠시 해방감을 느끼고 부푼 기대감을 가지고 택시를 타러 갔다. 택시기사가 바다부채길이 막혔다고 한다. 약간은 미심쩍었다. 바다부채길을 가기 위해 여기까지 왔는데…. 전날 눈이 많이 내려 안전사고의 위험 때문에 당국에서 일시 폐쇄한 것이라고 했다. 멘붕이라는 표현에 딱 어울리는 그런 상황도 잠시 그 기사가 대안을 제시했다. 바다부채길이 끝나는 지점인 심곡항에서 금진항까지 약 2킬로미터 자동차 길인 헌화로를 걸을 수 있다고 했다. 다른 대안을 고민할 필요 없이 10여 명이 택시 3대로 심곡항으로 이동했다. 바다를 끼고 돌아가는 자동차 길은 약간 빙판이었다. 도로까지 밀려드는 바닷물을 피하며 파도소리를 들으며 바다와 절벽 사이를 트레킹했다. 택시기사가 소개해준 금진항의 어느 식당에서 바다의 진미를 저렴한 가격에 맛있게 먹었다. 그 택시기사는 우리와는 아무 관계가 없었지만 직접 식당에 와서 주인에게 잘해주라고 부탁까지 했다. 식사를 마칠 때쯤 예약한 시간에 맞추어 3대의 택시가 대기하고 있었다. 정동진에 있는 총 6대의 택시 중에서 절반을 미리 대기시킨 것이다. 현지의 정보를 파악해 맞춤형으로 제공하고 우리의 불편을 해소해준 택시기사는 전문 가이드를 겸하고 있었다. 택시기사의 마음 씀씀이에 여행객들의 마음은 더없이 행복해졌다. 처음에 약간 의심했던 것을 생각하니 부끄러움으로 고개를 들 수 없다.

일상생활 속에서 서비스 제공자로든 혹은 고객으로든 우리는 다양한 서비스 경험을 하게 한다. 조금의 차이가 큰 차이를 만들어내는 경험 역시 많이 하게 된다. 그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은 무엇일까? 서비스는 무엇으로 차별화를 할 수 있을까? 만약 쇼핑몰에서 사실관계를 제대로 확인하고 고객 대응을 했다면 고객은 기쁜 마음으로 기다렸을 것이다. 만약 갤러리에서 고객의 상황을 조금만 더 고려해 주었다면 전시에 참여한 많은 사람들이 더 즐거웠을 것이다. 요청하지도 않은 정보와 식당에 부탁까지 한 택시기사와 비교해 보면 서비스의 차이는 분명하다. 서비스 차별화는 다름 아닌 고객의 불편을 해소해 주기 위해 고객의 마음을 헤아리고 대응하는 디테일 즉, 서비스 제공자의 공감 마인드에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