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기자

최근 몇 년간 전례없이 시중자금이 풍부해지면서 주요국 부동산 시장은 전세계 기관 투자자들에게 가장 매력적인 투자처로 급부상했다. 우리 국민연금과 같은 공적연기금도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율을 가져다 주는 해외 부동산 시장에 활발히 진출하는 중이다. 세계를 무대로 ‘뭉칫돈’을 베팅하는 이들 투자자들은 어떤 방법과 기준을 갖고 부동산 포트폴리오를 운용하고 있을까.

한국을 방문한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지수(Morgan Stanley Capital International Index, MSCI)’ 부동산부문 글로벌대표 짐 발렌티(Jim Valente)를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만났다. MSCI 부동산지수는 2016년 기준 전 세계 32개국, 8만9754개의 상업용 부동산, 1742개의 부동산 펀드의 실적을 추종해 내는 국제 부동산 산업지수다.

발렌티 대표는 부동산 투자 정보가 부족한 한국, 중국, 일본,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시장을 찾아 표준화된 지수의 필요성을 알릴 계획이라고 했다. MSCI 지수는 단순한 펀드의 총 수익률뿐만 아니라 개별 자산의 임대료, 자본 가치(capital value)는 물론 수도·전기료 등의 수도광열비 수준 데이터까지 포함하는 전세계 유일한 데이터베이스로 노르웨이 중앙은행(Norges Bank),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 싱가포르투자청(GIC) 등의 세계적인 연기금이 활용한다. 한국에선 국민연금과 국민연금 관련 자산운용사들이 MSCI 부동산지수를 쓰고 있다.

투자자들이 활용하는 MSCI 부동산지수의 용도는 부동산 투자에 대한 위험 관리, ‘벤치마크(기준 수익률)’를 통한 성과평가, 포트폴리오 성과분석 등 크게 3가지다. '투자처에서 얼마만큼의 수익을 기대할수 있나'부터 '포트폴리오 전략이 시장대비 상대평가했을 때 좋았나'까지를 다 볼 수 있다. MSCI 부동산 지수의 강점은 한 국가에 국한되지 않는 글로벌 기준의 벤치마크 지수라는 것이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기자

발렌티 대표가 강조하는 국제 부동산지수의 선기능은 시장에 보다 투명하고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해 투자를 원활히 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것이다. 그는 “부동산의 경우 매입·매각이 쉽지 않아 거래에 있어 좋은 타이밍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이를 위한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는데는 시간과 노력이 많이 소요된다. 게다가 시장의 트렌드에 대한 이해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풍부한 데이터베이스를 제공함으로써 거래 가격의 정당성을 확보할 수도 있다는 부연이다.

"실제로 부동산 투자 시에 목표 수익(target return)을 시장 대비 상대평가로 수립하지 않고 '몇 퍼센트' 하는 식으로 정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에는 위험이 따른다. 가령 5~7년 중장기간의 수익률에 대해 절대수익률을 적용하면 2008년 금융위기와 같이 시장에 예상치 못한 상황이 나타났을 때 위험 대비(리스크 헷지)도 할 수 없고 유연하게 대처하기도 어렵다."

그는 상업용 부동산에 있어 임대 관련 정보가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본다. MSCI는 주요 선진시장 11개국에서 임대 정보서비스 아이리스(The IPD Rental Information Service·IRIS)를 통해 임대차 계약 조건, 기간, 임대인 신용등급, 임대료 등을 제공하고 있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기자

“기관투자자가 투자하는 물건은 ‘앵커 테넌트(우량 임차인)’를 가진 지역 대표격 빌딩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임대료가 들어오지 않는 ‘디폴트 리스크’가 높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보다 주목할 것은 임대시장의 동향이 어떻게 될 것인가이다. 만약 극적 경기 부양이 일어난다면 임대차 계약을 그대로 유지할지 현재의 계약을 종료하고 더 높은 임대료로 계약 갱신을 할지 등 임대 관리에 대한 중요성이 대두된다. 너무 장기간 같은 임대료로 계약을 하면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독'이 될 수 있는 것 아닌가.”

2008년 이후 현재까지는 각국의 경기 부양 정책으로 임대차 시장은 큰 변화가 없었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미국이 기준금리 인상을 기정사실화한 반면 유럽은 여전히 최저 금리를 유지하는 등 통화정책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 현상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이다. 

현재도 부동산 임대수익률은 최근 20년간 가장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고, 총 수익률과 캡레이트(Cap Rate, 부동산 매입 대비 순수익)도 조금씩 떨어지고 있다. 그는 "부동산이 저금리 기조에서 채권보다는 수익률 측면에서 월등한 자산군인 건 분명하다"면서도 향후 시장경기는 현재보다 나빠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향후 5년 내에 경기 침체가 올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금융위기 때만큼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가 심하지 않겠지만 지금보다는 침체될 것으로 예상한다. 그렇지만 기관투자자가 목표하는 수익률은 여전히 높아 시장 침체를 예상하면서도 더 위험한 자산에 투자할 가능성이 있다. 예전에는 저위험군인 코어(Core) 자산에만 투자해도 목표 수익이 달성됐다면 이제는 더 리스크가 큰 자산에 투자해야 할 것이란 거다. 이 것이 시장에 어떤 파장을 가져올지는 속단할 수 없다.” 

발렌티 대표는 최근 한국 시장에서도 관심을 갖고 있는 블라인드 펀드와 리츠(REITs) 투자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블라인드 펀드가 미국에서는 중위험 자산인 밸류애드(Value-added), 고위험 자산인 오퍼튜니스틱(Opportunistic) 부동산 투자에 많이 사용되고 있다. 블라인드펀드는 '처음 펀드 설정 당시 명시했던 투자 전략과 실제 집행하는 매니저의 전문성이 합치하는가'가 펀드의 성과를 좌우한다고 생각한다."

개인 투자자들의 간접 부동산 투자 상품인 리츠도 한국에서는 아직 자리잡지 못했지만 미국에서는 인기있는 투자상품이다. 22년차 부동산시장 베테랑인 발렌티 대표는 "리츠의 경우에도 결국 기초 자산이 되는 부동산에 대한 자본 흐름이 과하면 좋지 않은 수익률을 가져오고, 너무 적은 자본으로는 진행이 어렵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