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이 발화에 의한 단종으로 가닥이 잡히면서, 이를 둘러싼 진실게임의 퍼즐도 조금씩 맞춰지는 분위기다. 삼성전자가 오는 23일 갤럭시노트7 발화 원인을 밝히겠다는 입장을 전한 가운데 비극의 원인을 파악하기 위한 국가기술표준원의 행보에도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갤럭시S8이 인공지능 빅스비를 무기로 출시를 준비하는 상황에서 10주년을 맞은 아이폰, 프리미엄으로 진격하는 화웨이 등의 공세가 커지는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의 발화 원인을 빠르게 규명하고 털고 가야 한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발화, 리콜, 그리고 재판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은 갤럭시노트7의 발화 원인을 배터리에서 찾아 눈길을 끈다.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삼성SDI 배터리의 일정치 않은 크기와 중국 ATL 배터리의 제조 결함 모두 용의선상에 올랐다는 설명이다. 최초 삼성SDI 배터리의 규격이 맞지 않아 갤럭시노트7이 발화를 일으킨 상태에서 이를 수습하고자 중국 ATL 배터리를 차용했으나, 여기에도 문제가 있었다는 해석이다.

처음으로 돌아가보자. 최초 갤럭시노트7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의 최강자라는 찬사를 받으며 화려하게 주목을 받았다. 예약판매에만 40만대가 몰려 갤럭시S7의 인기를 크게 뛰어 넘었으며 초기 4일 판매대수는 갤럭시S7의 2.5배라는 말까지 나오기도 했다.  업계에 따르면 전작인 갤럭시노트5는 월 160만대 생산됐으나 갤럭시노트7은 월 300만대 이상 생산을 목표로 할 정도로 분위기가 고무적이었다.

덕분에 삼성전자는 초기 물량공급에 애를 먹었다. 이에 삼성전자는 물량공급에 대한 걱정을 덜고자 지난해 8월 24일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늦어도 8월 말까지 물량을 모두 공급하겠다고 약속하며, 8월 6일부터 12일 예약자는 28일부터 29일까지, 13일부터 18일까지 예약자는 30일부터 31일까지 매장에서 갤럭시노트7을 수령할 수 있다고 안내하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너무 뜨거운 인기에 힘입어 골목상권 대리점들이 아우성을 치기도 했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KMDA)는 "갤럭시노트7 재고가 대형 유통점과 직영점을 중심으로 우선적으로 공급되고 있다"며 "영세한 골목상권은 차별적 공급으로 소외되면서 피해를 입고 있다"고 주장하기에 이르렀다.

▲ 출처=삼성전자

그만큼 인기는 절정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초기 갤럭시노트7 판매는 전체 스마트폰 판매량의 47.2%(SK텔레콤 21.8%, LG유플러스 12.9%, KT 12.5%)에 달하는 22만7000대로 집계되어 19주 연속 1위를 지키던 갤럭시S7을 밀어냈다. 삼성전자는 판매 점유율 측면에서 82.0%의 점유율을 가져가며 톱10 모두를 삼성전자 스마트폰으로 채우는 기염을 토했다. 인기 색상인 블루코랄은 자취를 감춘지 오래였다.

결론적으로 갤럭시노트7은 패블릿 스마트폰과 스타일러스 스마트폰의 강점, 나아가 별다른 프리미엄 경쟁자가 없다는 상대적 우위를 타고 바람을 탔다. 정부 공공앱 선택탑재 논란과 중국향 128GB 라인 출시에 따른 역차별, USB-C 채택에 따른 호환성 여부가 리스크로 부상하기는 했지만 나름 효과적으로 수습됐다.

중국에 정식으로 출시되며 대륙의 스마트폰 시장 탈환에도 열을 올렸다. 가격은 5989위안이었으며 이는 국내 출고가인 98만8900원보다 다소 높은 99만9000원 수준이다. 4GB램과 64GB 메모리 라인업으로 출시됐고 64GB 라인업으로 출시되기는 했으나 추후 128GB 모델이 등장할 가능성도 여전한 것으로 알려지는 등, 신바람 나는 행보를 이어갔다.

재앙은 지난해 8월 말부터 시작됐다. 8월 24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따르면 A씨는 갤럭시노트7을 충전한 상태로 잠이 들었다가 기기가 스파크를 일으키는 바람에 잠에서 깼다고 밝혔다. 갤럭시노트7을 수령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설명이다.

검게 그을린 바닥과 이불, 그리고 파손된 갤럭시노트7 사진까지 올라와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삼성전자는 그 즉시 제품을 수거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삼성전자 관계자는 "갤럭시노트7 배터리 폭발 논란이 벌어진 당사자는 서울에 사는 사람이 아니며, 그 즉시 문제를 제기해 제품을 수거하는 한편 적절한 보상과 원인을 규명하겠다"고 전했다.

▲ 출처=캡처

그때만 해도 갤럭시노트7 폭발 논란은 해프닝일 가능성이 있었다. 스마트폰 배터리의 경우 자연발화로 인한 폭발이 일어나는 경우는 없었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장형 배터리의 경우 탈착식 배터리처럼 폭발 가능성에 있어 자유로운 편은 아니다. 그런 이유로 업계에는 한동안 갑론을박이 벌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운명의 신은 삼성전자의 편이 아니었다. 설상가상으로 해외에서도 갤럭시노트7이 폭발했다는 증언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갤럭시노트7을 구입했다는 외국인은 유튜브에 관련 동영상을 올리며 "충전 도중 폭발했다"는 글을 남겨 눈길을 끌었다. 실버 티타늄 모델이며 전면 디스플레이가 검게 타버린 것은 국내에서 논란이 된 폭발 사진과 유사하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갤럭시노트7 배터리 폭발을 비웃는 패러디도 속속 등장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8월 27일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집무실에서 신형 기어VR을 착용한 사진이 공개되자 네티즌들은 "미국 대통령 실명 위험" 등의 댓글을 달며 갤럭시노트7을 조롱하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심지어 슈팅게임의 일부분을 편집해 수류탄을 갤럭시노트7으로 바꾼 영상도 SNS를 통해 번지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갤럭시노트7 공급이 중단됐다.

절정은 지난해 9월 2일이었다. 태평로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최근 불거진 갤럭시노트7 발화에 대한 공식입장을 발표했다. 고동진 무선사업부 부장(사장)은 기자회견에서 “갤럭시노트7을 아껴준 많은 사람들에게 죄송하다”며 “일부 제품에서 배터리 문제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나아가 “염려를 끼치게 되어 대단히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고 사장은 “국내외 총 35건이 서비스센터를 통해 접수되었으며 100만대 중 24대가 불량인 수준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원인은 배터리 셀 이슈였다. 갤럭시노트7 전량을 신제품으로 교환해준다고 밝히기도 했다. 전격적인 리콜 선언이었다. 이후 삼성SDI의 배터리 차용을 중지하고 중국의 ATL 배터리 차용을 선언하기도 했다. 중국에서 발화사건이 벌어지지 않는 등, ATL 배터리 탑재 갤럭시노트7은 안전하다는 것이 삼성전자의 기본 입장이었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삼성전자가 리콜을 선언하자 갤럭시노트7 후폭풍은 전 세계를 강타했다. 미국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CPSC)는 지난해 9월 9일(현지시간) 성명을 발표하고 갤럭시노트7 내부의 리튬이온 배터리가 과열되어 폭발하면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으며, 마치 약속이나 한 것처럼 외신들은 갤럭시노트7 발화에 따른 피해를 극적으로 알리기 시작했다. 미국 언론은 갤럭시노트7이 폭발해 창고와 차량이 전소하는 한편, 어린 아이가 화상을 입은 사고도 발생했다고 전했다. 국내에서도 20대 남성이 갤럭시노트7이 불에 타 1도 화상을 당하는 일이 있었다.

삼성전자 미주법인 삼성일렉트로닉스아메리카(SEA)도 즉시 성명을 발표, 갤럭시노트7 이용자들에게 전원을 끄고 사용을 중지하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사실 당시만해도 갤럭시노트7은 리콜 후 부활에 무게가 실렸다. 기내 사용 금지, 각 국 정부의 사용중지 권고 등이 떨어지는 상황이었으나 문제만 해결되면 갤럭시노트7이 부활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래에셋은 2009년 당시 도요타 급발진 논란에 따른 미국 시장 리콜과 갤럭시노트7 사태를 비교하며 "삼성전자의 이번 배터리 문제는 도요타 사례보다 여파가 작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고무적 흐름에 부응한 것일까. 삼성전자는 이후 갤럭시노트7 국내 판매를 재개했다. 기존과 동일한 98만 8900원의 출고가가 책정됐으며 블루 코랄, 골드 플래티넘, 실버 티타늄 등 3가지 색상으로 꾸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에서의 발화 소식이 들려와 긴장하기도 했으나 중국에서 발생한 갤럭시노트7 발화는 외부 요인에 따른 파손으로 공식 발표가 나왔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차분하게 리콜을 추진하며 새로운 갤럭시노트7이 문제가 없기를 바랄 뿐이었다.

▲ 출처=삼성전자

세컨드 임팩트, '발화'..그리고 단종
수습국면을 맞이하던 갤럭시노트7 사태는 지난해 10월 1일, 다시 재점화됐다. 발단은 국내 커뮤니티에 올라온 갤럭시노트7 발화 논란이다. 당시 B씨는 "아기가 자는 방에서 교환한 갤럭시노트7이 폭발했다"며 "갤럭시노트7은 구형이 아닌 신제품"이라고 주장했다. 전격적인 리콜 선언 이후 글로벌 항공사 반입 금지 등의 악재를 이겨내며 정부의 리콜 명령을 충실히 이행하는 등 나름 제2의 도약을 꿈꾸고 있던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충격이었다.

중국에서 판매되는 갤럭시노트7은 삼성SDI가 아닌 중국 ATL의 배터리를 사용해 안전하다는 것이 삼성전자의 설명이고, 이를 확대한 상태에서 그 후폭풍은 엄청났다. 이 과정에서 삼성전자가 보여준 씁쓸한 대응이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최초 논란이 불거진 모 매체가 보도한 내용에서 삼성전자 관계자가 A씨를 두고 "거액의 보상금을 요구했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일담 삼성전자는 '분위기를 읽는다'는 수준에서 블랙오닉스 라인업을 예정대로 발표하는 등 꾸준한 길을 갔다.

▲ 출처=캡처

하지만 논란은 이어졌고, 20대 대만 여성이 산책을 하던 중 갤럭시노트7이 발화되어 바닥에 던졌으며, 장시간 연기가 발생했다는 소식과 미국에서는 공식적으로 알려빈 발화 사건만 두 건이라는 보도가 이어졌다. 미국 통신사인 AT&T은 신제품 갤럭시노트7 교환을 중단했고 글로벌 물량을 책임지는 베트남 공장의 가동도 중단됐다.

▲ 출처=삼성전자

그 과정에서 삼성전자는 처음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었으나 이내 "문제가 있었다"로 선회하기도 했다.

▲ 출처=캡처

결국 삼성전자는 10월 11일 입장자료를 통해 갤럭시노트7 신제품에 대한 판매와 교환을 잠정적으로 중단한다고 밝혔다. 사실상의 단종이다. 한국국가기술표준원등 관계 당국과 사전 협의를 거쳐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 교환품 발화에 대하여 아직 정밀 검사가 진행 중이지만 고객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여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더불어 사업자, 거래선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으며 타제품으로의 교환과 환불 등 판매 중단에 따르는 후속 조치에 대해서는 이른 시간 내에 세부 내용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 단종이라는 파도를 넘어 회수 그 자체에 방점을 찍었다. 나아가 갤럭시S7 라인업에 집중해 프리미엄 비중을 늘리는 한편 갤럭시S8의 비전을 강조하며 절치부심에 돌입했다.

하지만 타격은 컸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3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47조8200억 원, 영업이익 5조2000억 원을 기록한 가운데 IM 부문은 매출 22조5400억 원, 영업이익 1000억 원을 기록하는 다소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았다. 시장조사기관 IDC는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3분기 점유율을 발표하며 삼성전자가 1위, 애플이 2위, 화웨이가 3위라고 발표했으나 삼성전자는 3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출고 대수 7250만대를 기록해 점유율 20%를 차지하는데 그쳤다.

▲ 싱가폴 창이공항 공지. 출처=독자제보

진범은 누구인가?
현재 갤럭시노트7 발화의 원인으로는 배터리가 지목되고 있다. 삼성SDI의 배터리 자체에 문제가 있었다는 주장이 나온 상황에서 중국 ATL의 배터리는 안전하다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그러나 설계의 문제라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으며, 일각에서는 홍채인식 기술 등의 새로운 기능이 발화의 원인이며, 배터리는 '피해자'라는 주장도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는 삼성SDI 배터리, 중국 ATL의 배터리 모두 문제라는 지적이다. 만약 사실이라면 삼성전자 책임론은 더욱 커지는 셈이다.

한편 국가기술표준원의 갤럭시노트7 발화 발표도 조만간 있을 전망이다. 삼성전자의 발표에 시선이 집중되는 가운데, 갤럭시노트7 논란을 수습하고 갤럭시S8에 집중하려는 삼성전자의 행보에 시선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