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헬스(제약·의료기기·바이오를 합한 시장) 산업에 대한 관심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매우 높다. 글로벌 바이오헬스 산업은 3대 수출산업에 버금갈 정도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국내에서도 바이오헬스 산업에 대한 관심이 높은 가운데 기업 간 양극화가 심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대융합과 데이터 혁신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유승준 바이오경제연구센터 센터장은 20일 '4차 산업혁명과 바이오'를 주제로 한 세미나에서 국내 바이오 산업을 진단하고 향후 과제에 대해 발표했다.

그는 "국내 바이오헬스 산업의 특징은 양극화"라며 "생명공학을 기반으로 한 바이오 기업만 보더라도 아직 매출도 발생하지 않은 기업이 33%, 매출은 발생하지만 손익분기점에 도달하지 못한 기업이 33%에 이른다"고 말했다. 바이오 기업들이 앞으로도 성장 여력이 있다고 볼 수 도 있지만, 다시 말하면 산업의 기초 체력이 상위 기업에 몰려있다는 지적이다.

또 바이오 분야에서 인력의 '미스매칭'을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았다. 유 센터장은 "현장에서는 사람이 없다고 하는데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일자리가 없다고 한다"며 "앞으로 5년 간 이 미스매칭을 빠르게 줄이지 않으면 인력난 문제가 더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앞으로는 '데이터'가 핵심이기 때문에 데이터 과학자가 정말 필요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 출처=한국바이오협회

업계에서는 바이오 산업이 국내 경제에 미치는 기여도가 약 2% 정도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허황 돼 보일 수 있지만, 바이오 산업의 경제 기여도를 10%까지 올리려면 지금부터가 정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정보통신기술(ICT)이 정말 발전된 나라이지만 그 활용도는 낮은 편"이라며 "ICT 기술, 높은 의료 수준, 데이터 이 세 가지를 융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 센터장은 "대융합과 데이터 혁신이 중요하다"며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바이오 산업이 점프하려면 앞으로 어떻게 혁신할 것인지, 우리의 방향성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향후 산업 발전을 위해 필요한 것으로는 ▲바이오 클러스터 정책 ▲글로벌 제약 시장 진출 전략 ▲글로벌 시장에서의 한국 바이오테크놀로지(BT) 이미지 제고 ▲사회 트렌드와 바이오 산업의 결합 ▲스마트 규제 등을 꼽았다. 

바이오 클러스터는 바이오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는 대학, 기업, 병원, 투자 기관 등이 종합적으로 모여있는 지역을 말한다. 유 센터장은 "바이오 클러스터의 경우 병원이 꼭 필요하다"며 "국내에서 대학, 기업, 병원 세 기관이 효율적으로 운영되는 클러스트는 딱 떠오르지 않는다"고 말했다. 클러스터를 너무 많이 만들기 보다는 세 기관의 협력이 잘 이뤄지도록 질적으로 클러스터 성장에 더 집중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바이오제약 기업의 글로벌 시장 진출 전략에 대해서는 더이상 북미에만 의존하지 않고 파머징 시장에도 관심을 많이 가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파머징은 중국, 브라질, 인도와 같이 경제 성장과 함께 의약품 소비량이 급증하는 국가로 지난해 글로벌 시장 비중이 미국과 비슷해졌다. 따라서 파머징과 북미, 두 시장으로의 두 가지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 출처=한국바이오협회

글로벌 시장에서의 한국 BT 이미지 제고 필요성도 언급했다. Scientific American Worldview Scorecard에 따르면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의 BT 순위는 24위에 이르지만, 지적재산권(Intellectual Property, IP) 보호 정도가 약하다는 인식이 있다는 지적이다. 

또 그는 "최근 1인가구가 증가하면서 개인화 현상이 여러 나라에서 나타나고 있다"며 "이런 사회적 트렌드와 4차 산업혁명의 흐름을 바이오헬스 산업과 어떻게 연결 시킬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는 스마트 규제를 강조했다. 유 센터장은 멜리사 존스(Melissa Johns) 세계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의 "정부가 규제를 줄이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스마트한 규제 개혁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는 말을 인용해 시장을 열어줄 정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