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反)신자유주의는 세계 지형을 어떻게 바꿔놓을 것인가. 이는 정치는 물론 경제적 관점에서도 상당히 중요하다. 우선 주목할 부분은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 변화와 이에 따른 유로화의 움직임이다.

1930년 미국은 대공황에 맞닥뜨린다. 경제가 입은 상처는 깊었고 그만큼 회복하는데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아울러 전 세계 각국의 사회·정치적인 변화도 이뤄졌다.

미국에서는 공황이 심화됨에 따라 공화당의 후버가 선거에서 참패하고 민주당의 루즈벨트가 집권해 ‘뉴딜’(New Deal)정책을 추진했다. 한편, 당시 독일은 실업률이 30%에 이르면서 나치와 공산당에 대한 지지가 늘었다. 이에 히틀러가 1933년 집권, 1939년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다.

일본도 1930년을 전후로 ‘쇼와 공황’이라 불리는 극심한 불황을 겪었으나 이후 대공황 이전 수준의 경기를 회복했다. 당시 일본의 총리이자 대장상인 다카하시 고레키요는 경기 과열을 방지하기 위해 군사비 축소를 중심으로 재정지출을 축소하기 시작했다. 결국 다카하시는 군부의 반발을 사게 됐고 1936년 2월 암살된다. 이후 일본은 정부 내 군부의 발언권 확대와 군국주의가 더욱 강화된다.

대공황의 원인으로는 크게 수요부족, 통화정책 실패 그리고 헤게모니 국가 부재론 등으로 나뉜다.

▲ 출처:동부증권

수요부족 이론은 경제학자 케인즈가 지적한 부분으로 경기가 심각하게 훼손됨에 따라 소비와 투자가 급격히 줄었다는 시각이다. ‘불황’이라는 단어에 경기주체들이 심리적으로 크게 위축돼 낮은 수준의 생산활동과 높은 실업률이라는 이중고를 만나게 됐다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책이 필요하며 대표적으로 재정지출 확대와 세금을 낮추는 등 재정적자를 용인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통화정책 실패 이론은 통화주의 학파를 중심으로 대공황 직전인 1929년 통화공급을 축소해 주식시장 폭락을 야기하고 은행의 대규모 도산이 이어지는 등 문제가 연달아 발생했다는 것이다.

헤게모니 국가 부재론은 킨들버거가 주장한 것으로 당시 패권국인 미국이 국제경제질서의 안정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한다. 안정된 환율과 거시경제정책의 국제적 협력을 이끌어내며 위기가 닥쳤을 경우 무한 유동성을 공급해야 하지만 이를 실행하지 못해 위기가 발생한 원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반(反)신자유주의, 유로화 겨냥하나

이렇듯 1930년 대공황은 케인즈라는 위대한 사상가를 만들어 냄과 동시에 각국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등 혼란한 시기를 보였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는 크게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로 나눠지는데 이 과정에서 케인지안이 이끄는 시대로 돌입한다.

케인지안 시대는 1970년대 오일쇼크가 발생하기 전까지 진행됐는데 전 세계에 타격을 입혔음은 물론 각국이 확장적 통화정책을 실행함으로써 인플레이션 압력에 시달렸다.

이후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는 신자유주의 시대가 왔다. 이는 대처리즘, 레이거노믹스 등으로 표현됐으며 미국은 신자유주의를 등에 업고 세계화, 무역화를 통해 구소련과 동구권 사회주의 사상 공략, 신냉전 등을 유도했다. 이는 1990년대 들어 사회주의는 붕괴시키고 자본주의가 세계를 주름잡게 되는 원인이 됐다.

케인지안과 신자유주의는 각각 물가 상승 혹은 하락 경제성장경로를 추종한다는 점이 다르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신자유주의의 유발한 사회적 영향에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장화탁 동부증권 연구원은 “신자유주의는 경제적 효율성이 모든 판단의 근거”라며 “만약 2008년 금융위기가 중국의 붕괴로 이어졌다면 신자유주의는 더욱 강화됐을지 모른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금융위기의 근원지는 미국이었고, 구 소련에 이어 중동국가들의 해체를 유도했던 신자유주의적 정책들은 난민이라는 부메랑으로 서구권에 되돌아왔다”고 설명했다.

브렉시트와 트럼프 당선의 공통점 중 하나는 난민들로 인한 자국내 ‘일자리 경쟁’이다. 교과서적 측면에서 완전경쟁은 후생을 극대화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극도로 반복되는 경쟁은 피곤하고 이는 ‘행동’이라는 현실로 표현됐다.

아이러니한 점은 신자유주의로 사회주의가 붕괴됐으나 현재는 자본주의도 위협을 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반(反)신자유주의로 나타나면서 미국과 영국 등의 정치지형 변화는 여타 국가들의 정치는 물론, 글로벌 경제의 방향에도 상당한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러시아다. 지난 2014년 크림반도를 합병한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 러시아의 대한 경제제재가 시작됐고 이후 경제제재 강화국면을 거쳐 올해 7월까지 연장된 상황이다.

트럼프 당선 당시 러시아 의회는 이를 반겼다. 반면, 트럼프는 유럽연합(EU),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등 오랜 지정학적 동맹에 대해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NATO는 구소련을 견제하기 위해 설립됐다는 점도 미국의 러시아에 대한 우호적 전망이 예상된다.

또 멕시코는 북미자유협정(NAFTA) 폐기에 두려워하고 있다. 이 모든 상황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노선과 상당히 대조적이라 할 수 있다.

만약 트럼프가 친 러시아 정책을 펼친다면 EU의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는 약해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향후 유럽 각국의 대선과 총선에서 반신자유주의가 확대될 확률은 더욱 높아지고 세계 각국의 동맹 관계는 점차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 출처:한국은행

그렇다면 통화적 측면에서 가장 먼저 위기를 겪을 수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유로화다. 유럽중앙은행(ECB)의 힘은 약해지고 유럽 각국의 자국 상황에 맞는 재정정책을 구사할 수밖에 없다.

한편, 유로화의 입지는 이미 약해지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4월 중 미국 달러화는 87.6%의 거래비중을 차지해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유로화는 31.3%로 2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2013년 4월 기준 달러화와 유로화는 각각 87.0%, 33.4%를 차지하고 있었던 것과 비교하면 달러화와 유로화의 거래비중 증가율은 대조적이다.

▲ 출처:한국은행

또 이 기간 동안 세계 외환시장 및 장외 금리파생상품시장 거래규모가 동반 하락한 것은 유로화뿐이라는 것이 눈에 띈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유로화는 유로존 경제의 문제점이 속속 드러나면서 그 위상이 낮아지기 시작했다. 이후 ECB의 마이너스 금리 도입 등이 유로화 거래비중에 영향을 미치는 등 불안이 지속되고 있다. 유로화는 유로존의 운명을 말하고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