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중국의 황색돌풍이 거세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2016년 1월부터 11월까지 중국의 화웨이, 비보, 오포의 스마트폰 생산량이 애플을 뛰어넘었다는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의 발표가 적나라하게 증명한다. 화웨이와 비보 및 오포의 생산량은 2억5540만대를 기록해 애플의 1억8680만대를 상회했으며, 1위 사업자인 삼성전자가 기록한 2억8070만대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애플이 완만한 하강곡선을 그리는 사이 독보적인 성장세를 보여 눈길을 끈다.

물론 매출액 기준으로 보면 화웨이와 비보 및 오포의 총합은 50조원에 불과하며 이는 삼성전자 76조원, 애플 100조원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규모의 경제적 측면에서 중국 스마트폰의 강세가 두드러지는 것은 분명 사실이다.

중국 스마트폰의 강세는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매출 기준의 데이터를 보면 아직까지 애플이 '스마트폰 시장 돈의 흐름'을 거의 장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마진율이 높은 프리미엄 스마트폰 중심의 사업을 전개하는 애플이 여전히 공고한 위상을 자랑하고 있다는 뜻과 연결된다. 하지만 중국 스마트폰 업계도 만만치않다. 규모의 경제라는 표현을 쓸 정도로 아직 중저가 중심의 비즈니스 모델이 공고하지만 조금씩 프리미엄 승부수도 먹히고 있기 때문이다. 화웨이는 메이트9 및 메이트P9을 성공적으로 런칭했고 비보 및 오포도 최근 프리미엄 기조가 뚜렷하다.

여기에 막강한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삼는 기초체력과 정부의 힘있는 육성정책, 마지막으로 생태계의 각 플레이어들이 활발한 건전한 경쟁구도를 보여주는 것도 원인 중 하나다. 특정 제조사의 브랜드 네임이 장기간 시장을 지배하는 방식이 아니라 언제라도 '상황이 변할 수 있는' 역동성도 중국 스마트폰 시장의 저력이다.

▲ 출처=화웨이

화웨이와 비보 및 오포, "잘 나가는 이유가 있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의 3위 사업자이자 전통의 강자, 화웨이는 최근 네트워크 및 장비를 넘어 컨슈머사업부의 역량을 크게 키우고 있다. 막강한 연구개발 역량과 라이카 등의 협력으로 대표되는 '야성'이 적절하게 어우러지는 분위기다.

화웨이 메이트 P9으로 대표되는 프리미엄 스마트폰 전략이 흥미롭다. 1200만 화소 듀얼 카메라를 탑재한 프리미엄 스마트폰이다. 자체 칩셋 기린 955 2.5GHz 64비트 ARM 기반 프로세서를 지원하며 P9과 P9 플러스의 투톱이다. 각각 5.2인치, 5.9인치 디스플레이를 탑재했으며 배터리 용량은 각각 3000mAh와 3400mAh다.

라이카와의 협력이 새롭다. 이미 라이카와 막스 베렉 이노베이션 랩(Max Berek Innovation Lab)을 공동 설립하고 협력을 강화한다고 밝힌 상태다. 지난해 2월 광학 엔지니어링 분야에 대한 장기적인 기술 협력을 발표하는 한편, 4월에는 세계 최초로 라이카 듀얼 카메라를 탑재한 화웨이 P9 및 P9 플러스 스마트폰에 라이카의 기술력이 들어가기도 했다. 다만 국내성적은 저조한 편이다.

최근 메이트9은 미국 시장 진출을 선언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북미 스마트폰 시장 톱3를 노린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여기에 인공지능 기술력을 적극적으로 담아내겠다는 천명도 있다. 센서기술과 머신러닝, 데이터관리, 칩셋 개발 등 연구개발에 매진했던 노하우를 적극적으로 풀어낸다는 각오다.

화웨이는 2016년 1억3900만 대에서 2017년 1억5000만 대 출하를 목표로 하고 있다. 프리미엄으로 빠르게 이동하며 실제적인 시장을 장악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비보와 오포는 중국 스마트폰 시장의 최강자로 부상한 무서운 다크호스다. 최근 오포의 경우 베젤리스 스마트폰인 파인드9의 이미지가 유출되며 업계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양사는 오프라인 중심의 판로 및 마케팅 전술을 펼치며 사실상 명확한 타깃층 설정에 나서기도 했다. 최근 오포는 인도에 스마트폰 공장을 추가로 건설하는 등 글로벌 전략에도 매진하고 있으며, 아시아 스마트폰 시장 2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비보와 오포는 지난해 3분기 기준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5위, 4위를 기록하며 기세를 올리고 있다.

비보와 오포는 중국 스마트폰 시장을 장악하는 한편 글로벌 시장에서도 빠르게 두각을 보이며 1세대 다크호스 샤오미의 아성을 훌쩍 뛰어넘었다. 하지만 지나치게 내수시장에 집중되어 있는 부분이 고민이다. 자국 시장 의존도가 80%에 달하기 때문이다. 인도에 공장을 건설하는 오포의 행보에는 이러한 한계를 돌파하려는 의도도 깔려있다.

▲ 출처=샤오미

절치부심 샤오미, "방향을 바꾸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를 밀어낸 샤오미는 중저가의 상징으로 군림해왔다. 2014년 2분기 단숨에 14%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중국 스마트폰 시장 1위를 차지하며 두각을 보인 샤오미는 그 여세를 몰아 특허문제 및 기술, 글로벌 시장 진출이라는 목표를 향해 돌진했다.

하지만 최근 비보 및 오포, 화웨이의 공습에 샤오미의 스마트폰 점유율은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샤오미와 달리 오프라인에 방점을 찍은 마케팅 및 유통 전략에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샤오미 최고 경영자 레이쥔은 올해 매장 수를 4배로 늘리겠다며 사실상 온라인 온리 전략을 버려 눈길을 끌었다. 기존의 박리다매 방식을 일정정도 덜어내며 자국 시장에서의 장악력을 조이는 한편, 인도 등 글로벌 시장을 빠르게 공략한다는 투트랙 전략이다.

창사 이래 7년 만에 연간 매출 1000억위안 달성에 도전한다는 소식도 들린다. 이는 스마트폰 수익이 아닌 생태계 조성에 따른 나름의 영점조정으로 이해된다. 오프라인 매장을 늘리는 한편 미홈 생태계의 외연을 단단하게 구축한다는 복안이며, 스마트폰에서 사물인터넷 시장으로 사업의 중심을 옮기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 출처=레노버

그 외 누구?
최근 자금난을 겪다가 간신히 살아난 러에코는 자사 스마트폰 역량을 북미까지 뻗치려는 시도를 전개하고 있다. 스마트폰 `러프로(LePro) S3`를 399달러에 미국에서 판매할 계획이며 스마트TV 존재감을 연결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것이 단적인 사례다. 하드웨어 및 콘텐츠 생태계 구성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의 외연을 확장한다는 복안이다.

오는 2월 국내 이통사를 통해 첫 전용 스마트폰 출시를 준비하고 있는 ZTE도 눈길을 끈다. 지난해 12월 SK텔링크를 통해 출시한 `ZTE 블레이드 L5 Plus'가 '대박'은 아니더라도 일정정도 가능성을 보여준 상태에서 바람을 일으키겠다는 각오다. 현재 ZTE는 스마트폰을 넘어 단말기 광전 산업, 사물인터넷 기지 건설, 스마트 자동차 사업까지 공격적으로 벌이며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다. 최초 통신장비업체로 출발한 상태에서 ZTE의 행보에도 비상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PC에서 강점을 보여주는 레노버는 가정용 음성 비서 시장 진출까지 타진하는 한편,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스마트폰, 나아가 데이드림과 구글 어시스턴트와의 협력, 프로젝트 탱고까지 말 그대로 광폭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구글을 중요한 파트너로 삼아 나름의 존재감을 완성하는 장면이 이색적이다.

팹2프로는 최근 국내에서 공개되기도 했다. 구글의 AR 기술 탱고(Tango)를 탑재한 제품이며 3D 이미지 렌더링이 가능한 카메라 3개를 탑재했다. 핵심 기술은 모션 트래킹(Motion Tracking), 심도 인식(Depth Perception), 그리고 공간 학습(Area Learning)으로 정의되며 '편리한 증강현실 기술력'을 표방해 눈길을 끈다. 돌비 오디오 캡처 5.1(Dolby Audio Capture 5.1)와 6.4인치 대화면에 초고화질 QHD(2560 x 1440) 해상도를 지원하며 800만 화소의 전면과 1600만 화소의 후면 카메라도 탑재된다. 가격은 59만9000원이다.

팹2 프로 출시 행사에 SK텔레콤 미디어테크랩이 참석한 대목도 눈길을 끈다. 탈통신 기조를 위해 노력하는 SK텔레콤은 프로젝트 탱고에 깊숙히 관여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스타트업 3곳과 증강 및 가상현실 기술을 활용한 5G 서비스 개발에 착수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렇게 프로젝트 탱고는 본연의 가치를 내세우는 한편 다양한 서드파티의 동원을 유도하며 '증강현실 업그레이드 로드맵'을 착실하게 밟아가고 있다. 구글의 최근 하드웨어 전략인 수직계열화, 즉 메이드 바이 구글 전략에 있어 프로젝트 탱고와의 교집합 여부도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