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나박 작가는 지난 2012년 11월에 서울을 떠나 45일간 네팔의 히말라야를 찾아 안나푸르나 산(Annapurna Mt)을 트레킹 했다. 작가에게 현장성은 단순한 작품소재 이상의 의미가 있다. 산에서 보고 느낀 감흥은 작가내면의 심상을 통해 새로운 산을 화폭에 탄생시킨다. ‘그림 한 점이 곧 산 하나가 창조 된다’는 작가의 말도 이러한 의미선상에 있다. 본문 ‘나’는 필자인 다나박(Dana Park)작가를 지칭하며 산의 정경은 작가가 촬영했다.<편집자 주>

 

  I SEE YOU-산, 60.6×41.0㎝ oil on canvas, 2016

 

히말라야ㅡ안나푸르나등반 출발도시인 네팔의 포카라(Pokhara)에 도착했을 때 마차푸차레(Machapuchare) 산을 보면서 저 산은 아니지만 눈보라 치는 설산(雪山)을 갈 줄 알았다. 그런데 그곳은 더 전문적인 산악인의 세계였다. ABC(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까지만 가는 것이 아쉬웠지만 울창한 숲과 한참 걷다보면 나오는 아기자기한 소박한 마을들은 마치 지리산 둘레 길을 걷는 것처럼 정다웠다.

 

세상의 중심이 있다면,

장미꽃 잎처럼 세상을 펼치지 않을까.

많은 산을 지나며

꽃잎처럼 열어 보여주는 산을 만났다!

안나푸르나 어라운드ㅡ묵티나티에서 트롱라(5416m)를 넘어 갈 때 끝없는 황량함 그리고 한걸음 한걸음으로 한계를 견디는 것이 전부였다. 그런데 그 황량함과 천근같았던 한걸음이, 지금을 살아가는 또 하나의 힘이다.

 

▲ I SEE YOU-산, 194.0×130.0㎝ Acrylic on canvas, 2016

 

물감을 가지고 헤매다 한순간 보여주는 산의 이미지를 쫒다보면 어느 순간 가지 않았던 가보지 못한 산이, 그리고 내가 지나온 산이 캔버스에 있었다. 그것은 산이, 산의 그림자가 머무르는 흔적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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