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네이버 영화

지난해 12월 영화 배급사 CJ엔터테인먼트(이하 CJ)와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이하 NEW)는 <판도라>와 <마스터>로 침체돼있던 국내 박스오피스를 달구며 경쟁 구도를 이뤘다. 판도라는 정치적으로도 민감한 이슈인 원전’의 문제를 다뤄 먼저 화제가 됐고, 마스터는 이병헌·강동원·김우빈이라는 초호화 주연배우를 앞세운 티켓 파워로 성탄절 극장가를 휩쓸었다. 결론적으로는 국내 700만 관객을 돌파한 CJ 마스터의 판정승으로 대결은 끝이 났다. 

그랬던 CJ와 NEW가 2017년 1월 자사의 기대작들을 같은 날 개봉하며 다시 한 번 맞붙었다. NEW는 정우성·조인성·류준열 등 마스터에 버금가는 호화 캐스팅을 자랑하는 <더 킹>을 내세웠고 CJ는 카리스마 연기 현빈과 <럭키>의 유해진을 앞세운 <공조>로 응수했다. 

개봉 첫 날, 더 킹의 ‘압승’ 

CJ의 입장에서는 마스터로 탄력 받은 상승세의 연장, NEW는 2016년 유일한 1000만 영화 <부산행>의 영광을 재현하는 것을 생각할 만큼 두 작품은 개봉 전부터 많은 기대를 받았다. 공교롭게도 두 작품은 1월 18일 같은 날 개봉해 정면으로 경쟁을 펼쳤다. 마수걸이 대결의 결과는 더 킹의 압승이었다.

▲ 출처=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통계에 따르면 개봉 당일 더 킹은 전국 1125개 스크린에 5364회에 이르는 상영 횟수에서부터 공조(900개 스크린, 4126회 상영)를 압도했다. 이에 더 킹은 관객 수 28만8969명을 기록하며 박스오피스 1위에 올라 15만1848명을 동원한 공조를 약 13만명 이상의 차이로 따돌렸다. 웰메이드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은 두 작품의 개봉으로 박스오피스 1위에서 3위로 밀려났다.  

이같은 성과는 개봉 전부터 지속된 NEW의 적극적 마케팅과 더불어 호화 캐스팅으로 동일선상에서 비교되던 CJ의 <마스터>와 겹치지 않았던 개봉 시기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두 작품의 전혀 다른 관전 포인트 

두 영화는 오락물이라는 큰 범주에서는 공통점이 있지만, 재미 요소의 관전 포인트는 전혀 다르다. 더 킹의 경우 한국의 현대 정치사를 아우르는 시대극적인 측면이 강하다. 영화는 권력의 야망을 주인공이 대한민국의 정치를 뒤에서 좌지우지하는 무리에 들어가기 위한 눈물겨운 노력을 그려냈다. 작품에서는 우리 정치사의 실제 사건의 장면들이 등장해 현실감을 부여한다. 

공조는 전형적인 코믹 액션물이다. 일반적으로 잘생기고 카리스마 있는 주인공을 남한, 거친 매력이 있는 주인공을 북한으로 설정하는 일종의 선입견을 완벽하게 반대로 뒤집었다. 북한의 특수부대 요원 현빈, 남한의 꼴통 경찰 유해진이라는 구도만으로도 기발한 설정이다. 여기에 유해진 특유의 코믹하고 능청맞은 연기와 현빈의 무뚝뚝한 매력이 묘하게 케미를 이루며 ‘어울리지 않는 것들의 조합’에서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승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개봉 초반의 성적과 입소문으로는 더 킹이 앞서나가고 있지만, 곧 설 연휴라는 스크린 성수기가 다가오고 있어 두 작품의 승부는 아직 이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아직 개봉 이후 주말을 맞이하지 않은 상태에서 각 멀티플렉스들의 스크린 배분은 유동적일 수 있으며, 영화의 스토리상 가족 단위의 관객들이 관람하기에는 더 킹 보다 공조가 더 유리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 출처= 네이버 영화

NEW 관계자는 “두 영화는 각자 다른 매력이 있는 작품으로, 더 킹의 경우는 우리나라 정치사의 흐름을 따라가는 스토리에 주목하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CJ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유쾌한 오락 영화를 원하시는 관객들에게 공조는 매우 신선한 영화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판도라와 마스터로 시작된 두 배급사의 영화 경쟁은 더 킹과 공조로 두 번째 대결까지 이어졌다. 돌아오는 주말과 설 연휴기간 관객들은 어떤 영화의 손을 들어줄 것인가에 대해 영화업계의 많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