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맛이 떨어질 때는 가끔 바깥나들이를 하며 새로운 맛의 세계에 빠져보는 것도 힐링의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도심 안에서 쳇바퀴처럼 돌며 시간에 맞춰 끼니를 때우다가 자연의 풍경을 만끽하며 먹거리의 외도를 해보는 것도 좋을 거 같다. 그런 차원에서 권하는 게 한정식이다. 최근에는 한정식이 김영란법으로 조금 주춤하지만 수도권 외곽으로 눈을 돌리면 그렇게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눈도 즐겁고 입도 즐거운 한정식을 즐길 수 있다. 서울에서 1시간 정도의 거리에 이런 한정식집이 의외로 많다.

서울에서 3번 국도를 타고 맛있는 쌀로 유명한 이천에 가면 번호표를 받아 줄 서서 기다리는 한정식집이 있다. 30분 이상 기다리지만 그냥 돌아가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이 집은 상 다리가 부러질 정도로 나오는 20여가지의 반찬에 입이 딱 벌어진다. 육류, 생선류, 채소류 등의 조합도 좋다. 한 끼만으로도 영양 보충이 될 정도다. 거기에 잘 구워진 꽁치와 조기, 시래기를 넣은 된장국, 각종 나물 종류, 간장게장, 삶은 돼지고기와 보쌈 등이 입맛을 돋운다. 반찬은 무한리필이지만 리필이 필요 없을 정도로 푸짐하게 나온다.

도시철도 1호선 월촌역 인근 아파트촌 뒤에는 작은 한옥집이 숨겨져 있다. 주변 아파트촌과 한옥이 묘한 조화를 이루는 이 집을 방문하면 정원의 매력에 한 번 더 빠져든다. 음식을 먹기 위해 방에 자리 잡으면 정원에 심어진 무화과나무와 작은 소나무를 볼 수 있다. 이렇게 자연풍경을 보면서 먹는 음식 맛은 잃었던 입맛을 다시 살려준다. 필자는 이런 집에 와서 한 끼를 먹다 보면 꼭 친정어머니의 정성 어린 상차림처럼 느껴져서 기분이 좋아진다. 도시의 삶에 지칠 때는 이런 색다른 맛도 필요할 것 같다.

전북 고창에 가면 한정식집이 대한민국 근대 유산이다. 고풍스러운 한옥이 귀빈 대접을 받는 느낌이 든다. 조양관이라 불리는 이 집은 상견례 장소로도 유명하다. 금액도 김영란법과 상관없이 저렴하다. 조양관은 아침 태양이 비추는 집이라는 뜻인데, 고창에서 70년간 장사를 하던 경험을 살려 지금은 강남에도 진출해 서울 사람들에게 먹는 행복을 주고 있다. 얼마 전 우연히 들렀던 조양관에서의 식사를 통해 음식과 정성의 감동을 느끼며 작은 행복감이 있었다.

한정식의 매력은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보통은 한 상 푸짐하게 차려 나오는 게 매력이라고 하지만 역시 음식의 기본은 맛과 영양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많이 찾는 한정식집은 입을 괴롭히지 않는 담백함과 정갈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이 기준으로 한정식집을 찾으면 실패할 확률이 적다. 한국인의 주식을 살펴보면 밥과 국, 그리고 김치가 있는데 한정식의 상차림은 이를 제외한 반찬을 기본으로 해 쟁첩에 따라 3첩, 5첩, 9첩, 12첩으로 나누고 굽거나 튀기고 볶는 등 다양한 조리 방법들이 사용되고 있다. 한정식 전통반상차림을 현대에 맞게 변형시킨 모양이며, 한 가지 변함이 없는 사실은 영양과 맛, 색채감 등 여러 면에서 조화를 이루어 주식을 보조하고 계절과 지역, 기호에 따라 다양하게 전해진다는 점이다.

필자는 한정식집을 ‘집 밖에서 만나는 집밥’이라고 얘기한다. 요즘처럼 일이 바빠 집밥을 챙겨 먹기 힘든 시절에 한정식집은 영양이 가득한 집밥을 먹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곳이다. 한국인들이 즐겨먹는 밥, 김치, 된장과 생선 등이 아주 정갈하게 준비되어 나온다. 집밥은 주부가 가족의 특성을 다 파악해 건강을 위한 상차림을 하는 것처럼 한정식집은 재료부터 각별한 신경을 쓴다. 최대한 신선한 재료를 고르기 위해 주인이 직접 새벽 장을 보고 주방과 홀을 넘나들며 손님이 편안하게 집밥을 먹을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이 맛에 한정식을 단골처럼 드나드는 사람들도 많다.

‘약식동원’, 좋은 음식은 몸에서 약처럼 쓰이니 우리의 밥이 보약이다. 하루 세 끼 채소, 육류, 생선 등이 차려진 밥상에는 우리 몸에 필요한 영양소가 고루 담겨 있다. 그런 의미에서 ‘잘 차려진 한정식’은 자극적이면서 편중되기 쉬운 현대인들의 식단 가운데서 ‘심신의 쉼’을 가져다준다. 점심이라는 말이 마음에 점 하나를 찍는 의미인 것처럼 우리는 입맛에 가끔 쉼을 주는 한정식의 푸짐한 정과 매력을 느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비싸지 않지만 적절한 비용의 한정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음식을 준비하는 사람의 정성이다. 상 위에 올라온 음식을 보면 한눈에도 정성이 느껴지는 집이 있다. 그런 상을 받으면 먹기 전부터 침이 돌고 몸에 좋은 기운을 준다. 한정식을 운영하는 주인을 보면 필자보다 영양에 대해 더 전문적인 식견을 갖춘 사람도 많다. 필자는 그분들에게 감동을 느끼며 건강한 음식이 만드는 행복한 예술, 그 아름다움을 위한 색다른 꿈을 가져보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