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유명 연예인이 연탄 지게를 메고 또 손수레를 밀며 ‘달동네’를 오르는 모습이 연말 TV에 단골로 나온다. 서울 시내에 아직도 저런 곳이 남았나 할 만큼 낡고 허름한 집들이 산허리에 오밀조밀 모였다. 서울 노원구 중계동 104번지, 일명 ‘백사마을’이다.

백사마을에서 33년을 거주했다는 주민 박미자(가명) 씨는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데 30년 전과 비교해도 달라진 것이 없는 동네”라고 말한다. 현재 약 1200세대가 거주하고 있지만 이 중 600세대가 연탄을 사용한다. 비가 오면 비가 샐 만큼 낡은 집들이다.

백사마을은 1967년 서울 남대문과 청계천, 안암동 판자촌 재개발로 강제 이주한 사람들이 모이면서 만들어졌다. 30년이 흐르면서 주민들은 정부가 마련해준 천막을 허물고 이사 간 집들을 사서 건물을 올렸다. 때문에 등기도 돼 있지 않은 집들이 허다하고 대부분이 작으면 8평(26㎡)에서 기껏 해야 약 20평(65㎡) 남짓 하는 작은 단독주택들이다.

1971년 개발제한구역이던 백사마을은 2008년 1월 제한구역이 해제됐고 2009년 5월 전면개발방식으로 지구단위계획 및 재개발 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 한국주택도시공사(LH)가 시행자로 사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보존형 재개발을 추진한다면서 2012년 백사마을 주택재개발 구역 18만8900㎡ 중 4만2773㎡를 저층 주거지보존구역으로 변경하는 주택재개발 정비계획 변경(안)을 결정했다. 일명 ‘박원순표 재개발’의 1호 모델이 된 것이다. 유명 건축가 승효상도 백사마을의 지형, 필지, 길, 사는 방식을 보존해 개발하자고 주장했다. 그는 임대부분 354세대만이라도 새 방식으로 개발하는 것이 맞다고 조언했다.

그런데 이를 둘러싸고 주민과 시 당국이 맞섰다. 백사마을 주민대표회의는 사업성 저하를 이유로 보존구역을 해제하고 조합 방식으로 추진해달라고 주장했다. 이후 주민대표회의는 해임되고 LH가 손을 떼게 된다.

최근 거의 1년 만에 백사마을의 재개발이 다시 궤도에 올랐다. 백사마을 토지소유자 등 주민대표회의는 재개발 사업 재개를 위해 사업시행자를 서울주택도시공사(SH)로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최근 노원구청에 993명 가운데 764명이 동의한 내용의 동의서를 제출하고 이달 안에 승인을 받으면 다음 달까지는 재개발사업의 시행사를 정할 계획임을 전했다.

인근 B공인중개업체 관계자는 “현재 10평(33㎡) 수준의 작은 단독주택 매물이 평(3.3㎡)당 1000만원 수준으로 나와 있다. 토지 보상금도 그 수준일 것이라고 보고 있다”면서 “지금 투자하면 투자금은 보상금으로 돌려받고 새 아파트 입주권을 얻는다고 생각하면 맞다”고 전했다. 그는 “중계동 일대가 오랫동안 새 아파트가 없던 지역이고 오랫동안 ‘그린벨트’ 지역이었던 만큼 녹지가 풍부한 단지가 될 것이다. 조합은 ‘분양 원가’라고 부르는 20% 저렴한 가격에 입주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새롭게 들어오는 단지는 25평형이 3억5000만원, 32평형이 5억5000만원 수준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른 Y공인 대표는 “서울 시내에서 1억원 수준으로 투자할 수 있는 재개발 부동산은 이곳뿐이다. 2009년 재정비 구역 지정 당시 똑같은 집이 평당 2000만원까지 올랐던 것을 감안하면 시행사나 시공사가 정해지는 등 구체적인 계획이 나오면 값이 오를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지역에 등기 안 된 가건물이 많다”며 투자 전에 이를 주의하라고 전했다.

SH는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다고 전했다. 과거 서울시는 백사마을을 보존지역의 저층주택 350여 동 외에 현대식 고층 아파트 1700여 가구로 재개발할 계획을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