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글로벌 펀드 시장에서는 미국의 경기 회복 여부가 매우 중요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주식형 펀드에서 미국은 약 51% 비중을 차지해, 여러 나라로 구성된 GEM(Global Emerging Markets) 펀드군의 약 10배 규모를 보이고 있다. GEM 펀드는 한국, 인도 등 신흥시장에 분산투자하는 펀드 형태를 말한다.

채권형 펀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55%로 주식형보다 더 높다. 따라서 미국 펀드군의 방향성은 글로벌 펀드 흐름에 큰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구조다. 미국 펀드군의 방향성은 미국 연방준비위원회의 금리 인상 이슈와 트럼프 행정부 출범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 출처=한국투자증권

미국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

지난해 미국 증시는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른바 ‘트럼프 랠리’와 미국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는 공약에서 규제 완화, 법인세 감면 등 기업 친화적인 정책을 내세웠다. 이에 따른 기대와 함께 미국 경기 지표의 회복 기조는 증시 상승세를 이끌어냈다. 미국 경기가 안정적으로 회복하고 있다는 믿음을 준 셈이다.

지난해 미국 내 섹터별 주식형 펀드군 중 가장 큰 유입세를 보인 섹터는 부동산, 금융, 에너지, 원자재·소재 등이다. 부동산과 금융은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에 자금 유입세가 이어졌고 나머지 두 섹터는 글로벌 원자재 가격 상승의 영향을 받았다.

하지만 올해는 이 흐름이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송승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와 트럼프 행정부 취임 환경에서 섹터별 펀드 흐름 방향성은 다소 바뀔 것”이라며 “금리 상승으로 금융 섹터에 자금 유입세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지만 부동산 섹터는 자금 유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GEM 증시에 투자하는 투자자 입장에서 이는 부정적인 소식일 수 있다. 미국 주식형 펀드의 자금 순유입은 곧 GEM 주식형 펀드 자금 유출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다만 송 연구원은 “그동안 펀드 플로 기조가 통화정책 변화로 인한 안전자산 선호 때문이었다면 이번에는 미국의 경기 회복이 그 기조를 좌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경기 회복이 글로벌 경기 회복에 영향을 줄 수도 있고, 미국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감만으로도 위험 자산에 대한 투자 심리가 개선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미국 경기 회복의 전제 조건은 인플레이션 환경 강화라고 볼 수 있다. 시장에서는 인플레이션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는 상황이다. 그 이유는 인플레이션을 헷징하는 물가연동 채권형 펀드군으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자금이 꾸준하게 유입세를 보였고 최근 그 유입 폭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8일 발표된 미국의 소비자물가지표는 전월 대비 0.3% 올라 큰 폭의 상승세를 기록했다. 따라서 인플레이션에 대한 시장의 믿음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외국인 투자자 흐름, GEM으로 살펴라

국내 증시 투자자의 입장에서 보면 GEM 주식형 펀드의 움직임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흐름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지표가 된다. 신흥국 펀드군 중에서 한국 시장을 비교적 큰 비중으로 차지하는 펀드군은 GEM와 일본 제외 아시아(Asia ex-Japan) 펀드군이다.

하지만 일본 제외 아시아 펀드군의 경우 각국 로컬 운용사 펀드 비중이 높아 외국인 투자자뿐 아니라 자국 운용사 펀드의 플로까지 통합돼 있다. 이는 외인 자금 흐름을 예측하기에 좋은 지표는 아니다.

반면 GEM 펀드군은 로컬 운용사보다 블랙록(Blackrock)이나 뱅가드(Vanguard) 같은 글로벌 자산 운용사 비중이 크다. 따라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방향성을 보기에 더 좋은 지표다.

GEM 펀드군에서 한국 시장은 지난해 11월 말 기준 약 10.5%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중국과 인도 다음으로 큰 비중이다. 지난해 5월 말에는 9.5%였지만 그 비중이 점차 높아졌다.

MSCI EM(이머징마켓) 지수의 한국 비중이 14.4%라는 것과 비교해보면 이 지수를 벤치마크로 추종하는 펀드들이 한국 비중을 추가로 3.9%포인트 확대할 여력이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GEM 펀드, 어떻게 흘러갈까?

올해 GEM 펀드의 자금 흐름은 미국과 글로벌 경기 회복 여부가 가장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난해 GEM 펀드군에 순유입세가 이어진 것은 원자재 가격 반등과 이로 인한 글로벌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올해 원자재 가격 상승이 마무리 국면에 접어든다면 시장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경기 회복 여부와 그 속도에 주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일반적으로 강달러 환경은 신흥국 자금 유출 환경을 만들곤 한다. 하지만 지난해 달러 강세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이머징 채권형과 주식형 펀드에는 순유입세가 이어졌다. 특히 GEM 주식형 펀드군은 18주 연속 자금이 유입됐다. 규모로는 역대 세 번째였고 연속 순매수 기간으로는 역대 두 번째다.

이 현상에 대해 송 연구원은 “펀드군 내 80%에 달하는 달러 표시 GEM 펀드군으로 자금 유입세가 강하게 나타났다는 것은 결국 신흥국 자산이 달러 강세에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는 뜻”이라며 “이는 올해 연준이 금리를 올려 달러 강세 기조가 이어지더라도 GEM 펀드군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주식형 펀드 중에서는 최근 Asia ex-Japan에서 Samsung KODEX 200 ETF가, GEM에서 iShares Core MSCI Emerging Markets ETF가 자금 유입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채권형 펀드 중에서는 글로벌 지역에서 Goldman Sachs Strategic Absolute Return Bond I Portfolio IO (acc) USD가, 이머징 마켓에서 SCB Savings Fixed Income Fund가 자금 유입이 가장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