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질문]

“얼마 전 법원에서 큰 결정을 했잖아요? 대부분 그 회사 총수가 구속될 것이라 예상했는데, 구속영장이 기각되어 많이 놀랐습니다. 저희 회장님도 그 회사를 좀 벤치마킹해서 위기관리 시스템을 만들라고 하던데요. 그 회사는 어떻게 그렇게 잘하는 거죠?”

 

[컨설턴트의 답변]

위기관리 시스템에 대한 논란에서 항상 갈등을 겪는 부분이 그런 부분입니다. A회사가 위기관리를 잘하니 그 회사 시스템을 벤치마킹해서 우리 회사 시스템을 구축해보자는 생각이 여러 기업에 존재합니다. 그러나 또 생각보다 많은 기업들이 A사의 위기관리 시스템을 분석해보다가 포기합니다.

‘A사니까 이건 할 수 있는 거지. 우린 매출도 다르고, 예산도 없고, 그 정도 투자할 수준도 아니고, 윗분들이 그런 노력들을 지원할까 하는 면에서도 의문이 들고…’ 이런 자각을 하기 때문입니다. 실무자들은 이런 자각에 기반해서 ‘보다 현실적으로 우리 회사가 갖출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를 찾게 마련입니다.

하지만 이번과 같이 A사와 같은 대형 그룹사들이 성공적(?)인 위기관리를 하게 되면 일부 기업 경영자들은 실무그룹에게 “저거 봐 A사는 하는데 왜 우리는 못해? 불가능한 건 아니었잖아?”하고 질문합니다. 맞습니다. A사와 B사와 C사가 했다면 그건 분명히 불가능한 것은 아니죠.

핵심은 그 회사들이 그런 퍼포먼스를 내기 위해 어느 정도의 기간 동안, 어느 정도의 예산을 운용하면서, 어느 정도의 노력을 반복했는가를 먼저 살펴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위기관리 퍼포먼스라는 것도 경영의 많은 부분들과 마찬가지로 하루아침에 요행으로 얻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이상적인 퍼포먼스가 있었다면, 그를 위한 엄청난 수준의 투자와 노력이 있었다는 의미입니다.

위기관리 분야에는 “‘엄청나게 가시적인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서는 ‘그보다 더 엄청나게 많은 비가시적인 준비’가 필요한 법”이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바로 그 ‘엄청나게 많은 비가시적 준비’에 한번 주목해보라는 것입니다.

결론은 ‘일반 기업은 그렇게 할 수 없다’입니다. 기분 나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우리나라 기업들의 99.9%가 그렇게는 할 수 없습니다. 따라 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반대로 가능한 것은 무엇일까요?

“우리 회사에게 구현 가능한 위기관리 시스템이 무엇인가?”가 “A사의 위기관리 시스템을 벤치마킹해볼까?”라는 질문보다 훨씬 더 합리적인 질문입니다. 먼저 우리 회사에게 발생 가능한 위기 유형들을 점검해 보십시오. 그에 따라 각각의 유형을 들여다보면서 위기관리팀 스스로 필요한 역량과 체계가 무엇일까를 같이 고민해 보십시오.

우리가 이야기하는 ‘체계’란 ‘(담당자들이) 함께 장시간 동안 깊이 있는 고민을 여러 번 반복 한 뒤 적용 생산된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깊이 있는 고민이 오랫동안 반복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 회사에 왜 위기관리 체계가 부족한가에 대한 답은 ‘위기관리팀이 모여 깊이 있는 고민을 오랫동안 반복해 보지 않았기 때문’일 가능성이 놓습니다.

다 같이 모여 이것이 필요하다 생각했다면, 그 절실한 체계를 구축하고, 그에 대한 투자를 진행하는 것이 첫 걸음입니다. A사나 B사가 가지고 있더라도 그 정도 수준까지는 우리 회사에 적용할 필요 없다는 생각은 당연한 것입니다. 반대로 A사나 B사가 이런 부분에는 신경을 쓰지 않았지만, 우리는 꼭 신경 써야 한다는 것이 있다면, 이런 부분은 적극적으로 챙겨 적용시키는 것이 맞습니다.

“A사는 계열사를 합쳐서 사내 변호사들만 300명이 넘는데요. 휴…” “우리는 법무팀도 변변치 않고, 사내 변호사는 겨우 한 명밖에 없잖아? 그것도 노조 관련 업무하는 분이고. 우리는 틀렸어…” 이런 자조가 얼마나 의미 없는 것입니까? 또 일부는 “우리는 A사가 아닙니다”라는 포지션으로 혹시 자사의 위기관리 시스템 강화 노력을 게을리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대신 우리는 OO분야에 위기가 많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서, 사내 법무팀 구성을 내년까지 OO분야 중심으로 대폭 강화할 것입니다. 또한 OO분야에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로펌 A, B와 자문 계약을 맺어서 초기 문제 발생 부분부터 적극 관리해 나갈 예정입니다.” 이런 설명이 보다 강한 위기관리 역량에 대한 설명이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오랫동안 함께 고민하면 답이 나옵니다. 외부의 A사를 바라만 보지 마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