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40대 직장인 A 씨는 이달 들어 영화 2편을 관람했다. 초등학생, 중학생 두 아이와 함께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을.>을 관람한 것은 좋은 경험이었다. 아이들의 성화에 못 이긴 것이었지만 가족들과 함께 나름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도 좋아했지만 A 씨 역시 더할 나위 없이 즐겁게 감상했다. 이에 앞서 새해 초엔 부모님을 모시고 화제가 됐던 영화 <마스터>를 관람했다. 매년 새해 용돈만 보내드리다 올해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영화를 보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 최근 적적해 하시던 부모님을 모시고 영화를 본 후 정성껏 식사도 대접했다. 작지만 자식의 역할을 제대로 한 것 같아 뿌듯했다. 지금 A 씨는 돌아오는 설에 온 가족과 함께 <더 킹> <공조>를 보기 위해 극장 앱을 켜고 있다.  

영화관은 여전히 20~30대 연령층이 가장 많이 찾는 공간이다.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 영화를 선택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상생활이 된 지 오래다. 2015년 한 해만 놓고 보더라도 이 연령대 관객은 전체의 60%를 넘어선다.

하지만 최근 흐름을 보면 이런 흐름이 무너지고 있는 듯하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40대 관객의 부상이다. CGV에 사전 예약한 고객층을 분석해 보니 2014년과 2015년 40대 관객 비중은 각각 전체 고객의 25.4%와 25.3%를 차지했다. 2013년 23.4%였던 것에 비해 소폭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40대는 우리 사회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연령대다. 과거 학생 시절에는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아 민주화 운동의 핵심을 담당하기도 했지만, 대중문화에도 심취해 자신만의 우상을 만들기도 했다. 마이클 잭슨과 조지 마이클, 퀸 등 대중 팝가수들의 노래를 따라 부르며 영어를 배우기도 했다. 영화로 한정해서 보더라도 홍콩 영화에 열광했고, 각종 영화제와 해외 문화원을 다니며 예술영화를 찾아보기도 했다. 이 X세대들이 자라 이제 40대의 연령대에 이른 만큼 다양한 문화에 대한 수용성도 높은 편이다. 그런 면에서 지금 40대가 영화를 보러 나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지극히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들 40대 연령층의 영화감상 패턴은 다른 연령층과는 구분되는 뚜렷한 특징들이 나타난다. 가장 큰 특징은 ‘한 손에는 아이의 손을, 또 다른 한 손에는 부모님의 손을 잡고 있다’는 것이다. 40대가 아이들과 부모 세대를 모두 움직일 수 있는 특별한 연령대라는 의미다. CGV 리서치센터의 관객 분석 자료를 보면 40대는 영화를 구매할 때 대체로 여러 장의 티켓을 구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 30대가 대부분 2장을 예매하는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이는 역시 영화에 따라 아이들 또는 부모님과 함께 극장에 온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아이들과 함께 많이 보게 되는 영화는 대체로 애니메이션이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를 들 수 있다. 지난해 개봉한 영화들을 보면 <쿵푸팬더3>, <주토피아>, <캡틴 아메리카: 시빌워>, <엑스맨: 아포칼립스> 같은 영화들을 들 수 있다. 반면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사극이나 역사물 등에는 보모님을 모시는 경우가 많다. <국제시장>, <연평해전>, <히말라야> <인천상륙작전> 등의 영화는 부모님을 모시고 보기에 더없이 좋았던 영화였다. 물론 공통적으로 한국영화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 여름 성수기 <부산행>을 필두로 여러 한국영화의 흥행을 견인하기도 했다.

특히 1000만 영화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40대의 위력은 여실히 드러난다. 대부분 영화의 흥행 추이를 보면 개봉 초반부를 이끌어 나가는 것은 2030세대이다. 활발하게 문화를 소비하는 이 연령층은 영화도 개봉 초기를 집중적으로 노린다. 영화를 보고 난 이후 SNS 등을 통해 활발히 입소문을 내기도 한다. 영화에 관객이 어느 정도 들고 관심이 증폭되면 뒤이어 움직이는 관객층이 바로 4050세대다. 2030에 비해 다소 늦긴 하지만 이들 연령대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1천만 영화로 태어나기가 어렵다.

4050연령대가 이처럼 자녀와 부모를 아우르는 적극적인 문화 소비 계층으로 거듭나면서 이들을 대상으로 한 영화관의 마케팅도 활발해지고 있다. CGV에서는 대표적으로 45세 이상 고객을 대상으로 노블레스 회원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노블레스 회원이 되면 기본적으로 영화나 식음료 등의 할인 혜택이 있는 쿠폰북을 받을 수 있고, 매월 실시하는 시사회에도 초대된다. 극장 입장에서는 그만큼 4050세대의 영향력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