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19일 기각되며 삼성그룹은 총수 구속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면하게 됐다. 동시에 이재용 부회장을 넘어 박근혜 대통령(직무정지)의 뇌물죄 성립으로 수사를 전개하려던 특검의 행보에도 급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조의연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8일 피의자심문을 한 후 장고를 거듭한 후 특검이 청구한 영장을 전격적으로 기각했다. 18일 오후 2시 10분까지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한 후 19일 새벽 4시 50분 경 기각을 발표한 만큼 무려 18시간만에 내린 결론이다. 삼성이 미르 및 K스포츠 재단에 출연한 자금과 최순실 일가에 지원한 돈이 제3자 뇌물죄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봤다. 모든 출연금 및 지원금을 뇌물로 보며 박근혜 대통령까지 정조준했던 특검의 과감한 법리적 해석이 '무리'라는 뜻이다.

향후 특검의 수사에 일정정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한편,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정국에도 나름의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아직 방심하지 않는 분위기다. 소위 피해자 프레임이 법원에 받아들여져 총수 구속이라는 최악의 상황은 면했지만 특검의 수사는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검이 단기간에 무리하게 재기소를 할 가능성은 낮지만 추가 공방의 여지는 열려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삼성은 '불구속 상태에서 진실을 가릴 것'이라는 반응이다.

재계 분위기는 정중동이다. 이재용 부회장 구속영장이 기각된 상태에서 한 숨 돌리고 있으나 특검은 이와 별개로 다른 기업에 대한 수사도 빠르게 진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장 SK 및 롯데그룹을 겨냥한 특검의 수사가 진행될 것이라는 말이 나오는 가운데 재계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한편 삼성은 이재용 부회장 구속영장 기각 후 그동안 미루었던 경영 정상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중단되었던 임원인사 및 조직개편에 나서며 분위기를 추스리는 한편 산적한 경영현안에 전사적으로 대응한다는 복안이다. 당장 인수합병이 예정되어 있던 하만과 관련해 미국 현지에서 주주들의 반발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이를 해결하는 장면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나아가 이번 일을 계기로 실추된 브랜드 가치를 살려 글로벌 파트너사들의 신뢰 회복에 나서겠다는 각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