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반떼의 독주를 견제할 수 있는 수준의 차를 생각했다. 한때 대한민국 엔트리카의 기준이었던 준중형차. 큰 변화를 기대하기 힘든 세그먼트다. 라세티부터 이어온 모델 아이덴티티를 바꿀 이유가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 반전이 있었다.

달라진 모습의 쉐보레 크루즈

한국지엠은 1월 17일 쉐보레 신형 크루즈를 공개하고 사전 계약을 받기 시작했다. 크루즈는 2008년 첫 출시 이후 세계 시장에서 400만대 이상 팔려나간 인기 차종이다. 이번에 소개된 올 뉴 크루즈는 9년 만에 새롭게 탄생한 풀체인지 모델이다. 제너럴모터스(GM)의 글로벌 제품개발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탄생했다.

변화의 핵심은 몸집을 키우면서 몸무게는 줄였다는 점이다. 제원상 전장이 4665㎜, 전고가 1465㎜, 전폭이 1805㎜에 이른다. 아반떼보다 전장이 95㎜ 길다. 기존 모델 대비 전장을 25㎜ 늘리고 축거를 15㎜ 키운 것이 특징이다. 쉐보레 측은 실내 거주성 확보를 위해 이 차의 뒷좌석 레그룸을 22㎜ 확장시켰다고 강조했다.

무게는 가벼워졌다. 이전 모델 대비 공차중량을 최대 100kg 감량해 차체 경량화를 추구했다. 초고장력·고장력 강판 적용 비율을 확대하고 차체 강성을 총 27% 증가시키는 노력도 병행됐다. 더 가벼워졌지만 더 단단해진 셈이다.

기존 모델 대비 전고를 10㎜ 낮추며 날렵한 비례감을 연출했다. 말리부를 닮아 전체적으로 강렬한 분위기가 난다. 외관 디자인의 경우 공기역학적 설계에 기반, 0.28Cd라는 뛰어난 공기 저항 계수를 달성했다는 게 업체 측의 설명이다.

최신 파워트레인… 1.4 심장으로 재탄생

올 뉴 크루즈에는 신형 1.4리터 가솔린 직분사 터보 엔진이 탑재됐다. GM의 첨단 다운사이징 엔진 기술로 새로 개발된 4기통의 심장이다. 5600rpm에서 153마력의 최대출력을 발휘한다. 최대토크 24.5kg·m는 2400~3600rpm 구간에서 나타난다.

이와 맞물린 3세대 6단 자동변속기는 검증된 내구성을 통해 효율적인 엔진 구동력 전달과 부드러운 변속감으로 향상된 주행 품질을 제공한다. 신형 크루즈는 또 전 트림에 스탑 앤 스타트(Stop&Start) 기능을 기본 채택했다. 이를 통해 13.5㎞/ℓ의 높은 연비 효율을 실현했다.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쉐보레의 제품 철학도 이어졌다. 전 트림에 기본 적용된 6개의 에어백은 360도 전방위 첨단 안전 시스템과 연동해 외부 충격으로부터 운전자와 탑승객을 보호한다.

차체의 74.6%에 이르는 광범위한 범위에 초고장력 및 고장력 강판을 적용했고, 강도뿐만 아니라 성형에도 유리한 첨단 소부경화강(PHSl) 비율을 21%까지 확대해 외부 충격에 의한 차체 변형을 최소화했다.

또 차선이탈 경고, 차선유지 보조 시스템 등을 통해 운전자 부주의로 인한 차선이탈로 발생할 수 있는 사고 위험을 예방해준다. 사각지대 경고시스템(SBSA), 전방충돌 경고시스템(FCA), 자동주차 보조시스템(APA) 등도 갖췄다.

“전장(戰場)을 넓히다”

쉐보레 올 뉴 크루즈는 준중형차 그 이상의 변화를 이끌어냈다는 평가다. 커진 차체와 넓어진 실내 공간을 통해 크기의 단점을 극복했으며 초고장력강판 적용과 첨단 시스템 도입을 통해 안전성의 한계를 넘어섰다. 신형 파워트레인을 통해 효율성까지 대폭 끌어올렸다.

결국 전장이 넓어질 전망이다. 단순히 경쟁사의 준중형차만이 이 차의 경쟁상대가 아니다. 최고의 ‘가성비’를 원하는 소형 SUV, 안정감을 원하는 중형차, 실용성을 추구하는 경·소형차 잠재 고객들과 대결을 펼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지엠은 신형 크루즈의 전 트림에 1.4 터보 엔진과 3세대 6단 자동변속기를 기본으로 적용했다. 올 뉴 크루즈의 가격은 LS 1890만원, LT 2134만원, LT 디럭스 2286만원, LTZ 2437만원, LTZ 디럭스 2478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