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 르노삼성자동차

“이런 기자간담회는 처음이다.”

르노삼성자동차가 1월18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신년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2016년 한 해의 성과를 되돌아보고 2017년 새로 수립한 목표를 발표하는 자리였다. 회사의 현 상황을 잘 반영해주는 절치부심(切齒腐心)과 권토중래(捲土重來)라는 단어가 오갔다. SM6·QM6에 대한 설명도 빠지지 않았다. 사실 특별한 내용은 없었다. 클리오, 트위지, 에스파스 등 신차 얘기가 오간 정도다. 주인공이 따로 있었다. 박동훈 르노삼성 사장이다.

수십년 내공이 빛을 발한 순간

현장의 모든 이목이 박 사장을 향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얘기다. 한 시간여 진행된 기자간담회 내내 박 사장은 마이크를 내려놓지 않았다. 공식일정을 CEO가 홀로 100% 소화한 셈이다.

그는 2016년 국내 자동차 시장의 현황을 언급하며 르노삼성의 성과를 되짚었다. 2017년 새로운 사업 전략에 대해 소개하고 클리오, 트위지 등 신차 출시 계획에 대해 설명했다. 처음 15분 남짓 준비된 자료를 토대로 무대를 이끌어갔다. 책상 위에는 발표 내용이 담긴 종이가 놓여 있었지만 박 사장의 시선은 줄곧 정면을 향했다.

진짜 리더십이 발현되기 시작한 것은 그 이후였다. 질의응답 시간이 시작되고, 30분 넘는 시간동안 다양한 의견들이 오갔다. 무대 위에는 여전히 박 사장이 홀로 마이크를 들고 있었다. 머뭇거림이 없었다. 날카로운 질문을 재치있게 받아치는 모습을 보여줬다. 분위기를 풀어주는 농담을 던져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자동차 업계에서 이런 기자간담회는 처음 봤다”는 말이 흘러나왔다. CEO 혼자 소화하기 쉽지 않은 일을 해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회사는 물론 시장에 대한 이해도 충분해야하고, 혹시 모를 돌발 상황에 대비해 유연한 대처능력도 갖춰야 한다. 자신이 던진 말을 수습할 수 있는 책임감도 필요하다. 박 사장은 간담회를 마친 후에도 약 20분간 자리를 뜨지 않고 참석자들과 의견을 나누며 함께 호흡했다.

▲ 박동훈 사장이 QM6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출처 = 르노삼성자동차

수십년간 자동차 업계에 몸담으며 쌓아올린 내공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라는 분석이다. 박 사장은 명실상부한 업계의 ‘스타 플레이어’다. 폭스바겐코리아 사장 재임 당시 ‘골프 신화’를 써내려가며 국내 수입차 시장 성장세를 주도했다. 2005년 1635대였던 회사의 판매량을 2012년 1만8395대로 끌어올린 일화는 이미 유명하다.

2013년 르노삼성 영업본부장으로 온 이후에도 승승장구했다. QM3를 성공적으로 론칭하며 국내 시장에 소형 SUV 열풍을 일으켰다. 지난해 SM6와 QM6라는 대형 신차를 선보여 브랜드 이미지를 한껏 끌어올렸다. 리더십 있는 CEO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르노삼성, 지속가능 성장을 꿈꾸다

박 사장은 이날 ‘비전 2020’이라는 새로운 방향성을 수립하며 르노삼성의 미래를 전망했다. ‘고객과 가족이 사랑스러워 하는 회사’를 만들겠다는 게 최종 목표다. 품질 개선을 통한 고객 만족도 향상, 신차효과를 이어가 국내 판매량 순위 3위 탈환,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내 최고의 효율성을 달성해 아시아 시장의 리더 역할을 하겠다는 것 등이 핵심 내용이다.

▲ 르노삼성 SM6 / 출처 = 르노삼성자동차

지금까지 분위기는 나쁘지 않아 보인다. 르노삼성은 2016년 내수 11만101대, 수출 14만6244대 등 총 25만7345대의 자동차를 판매했다. 전년 대비 12% 성장한 수치다. 지난 2010년(27만1479대) 이후 역대 최대 기록이기도 하다.

박 사장은 “올해 역시 새로운 비전을 기반으로 한층 강화된 목표를 세우고 내수시장에서 상승세를 이어갈 계획”이라며 “판매목표를 내수 12만대 이상, 수출 14만대 이상을 포함한 총 27만대로 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2016년 트렌드 변화를 선도한 SM6와 QM6의 신차효과를 유지하고 QM3, SM3 등 기존 모델에 대한 마케팅을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해 이미 강화한 중형차 라인업에 더해, 소형 해치백 클리오를 상반기에 출시하고 소형 전기차 트위지를 하반기에 본격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라며 “경·소형차부터 중·대형에 이르기까지 한층 견고한 라인업을 완성해 경쟁력을 키워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메간, 에스파스 등 다른 신차 도입 일정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박 사장은 “SM3 대안 모델로 메간 얘기가 나오고 있지만 이는 고민해본 적 없다”며 “SM3 후속은 분명 부산공장에서 만든 차여야 한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에 메간과는 관계가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 출처 = 르노삼성자동차

또 “에스파스의 경우 꾸준히 차량 도입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인증 문제 등에 발목을 잡혀 애를 먹고 있다”며 “2017년에는 국내에 들여오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우리 입장에서도 차량 도입이 급한 상황이라 2018년에는 판매할 수 있도록 힘을 쏟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형 해치백 모델인 클리오에 대한 자신감도 숨기지 않았다. 박 사장은 “한국에서 해치백이 안 된다는 얘기가 많다”며 “브랜드가 해당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마케팅을 펼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기존에 있던 세그먼트를 무조건 따라가는 것은 위험부담도 있고 소비자의 니즈를 100% 충족시켜주지 못하는 전략”이라며 “누군가 새롭게 나서서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어 줘야하고, 그 역할을 르노삼성이 할 것”이라고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