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플리커

미국 차기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강력한 보호무역정책을 시행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몇 가지 소송을 치르고 있는 삼성전자와 애플의 대응 방식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최근 코트라 뉴욕무역관은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교 로스쿨 부학장 제임스 스페타 교수의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2017년 지적재산 정책 전망>을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의 2017년 지적재산정책이 기존보다 더욱 강화될 것이고 미국 연방대법원의 영향력 확대 및 특허 소송이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스페타 교수는 “트럼프 당선인이 한 번도 지적재산권 관련 계획을 공개한 적 없지만 보호무역과 유사한 차원에서 지적재산권 보호정책을 꾸려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럼프 당선인은 공화당 후보 시절부터 지난해 10월 '취임 후 100일 계획'을 발표하는 자리에서까지 단 한 번도 지적재산권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힌 적 없다.

강화된 보호무역정책이 시행된다면 현재 진행 중인 삼성전자와 애플의 법적 다툼에서 애플이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2012년 '밀어서 잠금 해제' 등 5건의 특허에 관한 소송을 제기했다. 삼성전자는 2심 재심리 판결에서 패소했으며 상고하겠다는 뜻을 밝힌 상태다. 지난해 12월 삼성전자는 애플 디자인 관련 상고심에서 122년 만에 미국 연방대법원으로부터 전원일치 판정으로 승리했다.

법무법인 민후의 김경환 변호사는 “트럼프가 강력한 보호무역주의를 실행하면 국내 기업과 해외기업 간 국제 특허 분쟁 발생 시 재판은 미국에 유리하게 갈 수밖에 없다”며 “미국 보호무역주의로 불공평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대표적 판결로 ‘코오롱과 듀폰 특허소송’이 있다. 세계주의나 개방주의를 택하지 않고 보호무역주의로 간다면 코오롱 사건처럼 삼성전자와 애플의 재판에서도 애플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지난 2009년부터 6년간 미국 듀폰사와 해당 기업의 '영업비밀'을 빼낸 것이 발단이 돼 싸움을 이어갔다. 그 결과 코오롱은 듀폰사에 자산을 압류당하며 약 1조 원의 손실을 입었다.

트럼프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까지 내세우며 보호무역정책을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 그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멕시코·중국 수입품에 고율 관세부과 등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평소 지적재산권에 많은 관심을 표해왔다. 본인 이름을 딴 브랜드, 건물 및 “You’re Fired!”(넌 해고야) 등의 유행어를 전부 지적재산권으로 보호하고 있다. 그는 4년전 이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Make America Great Again)라는 구호를 지적재산권으로 등록했다. 

▲ 출처=플리커

미국 보호무역주의는 한국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지난해 11월 산업연구원은 <트럼프 경제정책의 영향과 대응방향>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미국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된다면 한국 특허권 등 지적재산권 관련 첨단 기술 산업 분야 등에서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산업연구원은 한-미간 FTA는 협상 파기와 같은 극단적인 결정보다는 FTA 재협상에 대한 요구로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철강, 화학, 백색가전 등 미국의 무역구제조치의 표적이 된 산업, 지적재산권과 결부된 첨단기술 산업 등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미국이 한-미 FTA 때문에 피해를 보고 있다고 여기는 자동차 산업, 중국에서 완제품 생산을 통한 수출 패턴이 정착된 섬유 산업 등에서 부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한편 산업연구원은 트럼프의 1차 타깃은 한국이 아니라 중국과의 TPP라는 점을 강조했다.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 규모는 중국의 대미 무역흑자 10분의 1 수준이다. 미국으로서는 중국과의 무역 불균형이 더 심각한 셈이다. 2015년 기준으로 대미 무역수지는 중국이 약 3671억달러(428조 2200억원) 흑자, 한국이 약 283억달러(33조 119억원) 흑자를 기록했다. 결국 미국이 중국과 일본을 제치고 한국을 첫 번째 목표로 삼을 확률은 낮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 여파로 삼성전자-애플 소송에서 애플이 유리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이라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