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플리커

1990년대 중반 이후 미국 행정부는(민주당이든 공화당이든) 모두, 저금리 유지와 인플레이션 통제, 미국의 구매력 강화를 유지하기 위한 방편으로, 달러 강세를 지원하는 정책을 펼쳐 왔다. 그러나 트럼프 당선자가 지난 20년간 지탱해온 미국의 강 달러 기조를 바꾸려는 것인가?

일반적으로 대통령은 가급적 환율에 대한 언급을 삼가는 것이 관례다. 이 문제에 관한 한 전적으로 재무장관의 의견을 따른다. 재무장관이 그에 관해 의견을 밝히면 대통령은 중립적으로 말하거나 조율된 용어를 조심스럽게 사용한다. 금융 시장을 불안하게 만들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트럼프 당선자는 지난 주 월스트리트 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중국과의 무역 관계에 대한 질문을 받고 거침 없는 발언을 쏟아냈다.

“우리 달러가 너무 강세입니다. 이래서는 중국과 경쟁할 수 없지요. 달러 강세가 우리를 죽이고 있는 겁니다.”

그는 또, 과세 정책의 변경으로 달러 가치가 더 높아진다면, 미국 정부는 달러를 약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까지 말했다.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 유리한 점도 있지만 불리한 점이 더 많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당선 이후 몇 주 동안 미국 달러 가치는 바스켓 통화 대비 약 4% 상승했다. 2014년 이후부터 따지면 25%나 올랐다. 그러나 트럼프 당선자의 지난 주 발언과, 백악관과 공화당이 주도하는 의회가 과연 세금 인하를 끌어낼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회의가 높아지면서, 최근 며칠 동안 달러 강세는 주춤했다.

강 달러 기조는 빌 클린턴 대통령 행정부의 로버트 루빈 재무장관에 의해 주창되었다. 그는 1998년에 “강한 달러가 미국에 유리하다.”고 주장했다. 이후 미국의 정책은 이 기조를 유지해 왔다. 그의 후임자들이 대부분 이 노선을 따랐다.

버클리 캘리포니아 대학교 배리 아이첸그린 교수는, 달러 강세 유지는 미국 경제의 자신감의 표현일 뿐 아니라 통화에 대해 아예 언급하지 않는 것이 미국 정부의 입장이었다고 말한다.

“달러 강세 기조를 유지하기 위해, 정부는 통화에 대한 분열된 발언을 아예 입 밖에 꺼내지도 않았습니다. 1990년대 이후 모든 대통령과 재무 장관들은, 글로벌 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단일 통화(달러) 가치에 대해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 자체가 시장에 큰 피해를 주는 것이라고 이해했지요.”

이런 기조는 미국이 금세기 최악의 신용 파괴에서 헤어 나오기 위해 애썼던 지난 금융 위기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오바마 행정부의 티모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은 “달러 가치는 미국 경제에 대한 투자가들의 자신감을 나타내는 척도”라고 말했다.

▲ 출처= 픽사베이

그러나 트럼프 정권이 무역적자 감축을 공약으로 당선된 만큼 달러는 약해져야 한다. 문제는 미국 정부가 달러를 끌어 내리기 시작하면 화폐전쟁이 2008년 위기보다 더 큰 규모로 확전을 촉발할 수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FT)는 지적한다.

트럼프가 중국을 주요 공격대상으로 삼고 있지만 양적완화를 주도하고 있는 유럽과 일본으로 범위가 확대될 수 있다. 이 경우 주요 7개국(G7)이 그 동안 오랫동안 지켜왔던 '시장이 통화의 가치를 결정한다'는 컨센서스가 와해될 수도 있다.

마크 챈들러 브라운 브라더스 해리먼 글로벌 외환전략부 대표는 트럼프가 G7의 컨센서스를 와해시켜 금융시장의 불안정을 촉발해 해외 투자자의 미국 자산 투자를 억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프레드 버그스텐 피터슨 국제경제학연구소 시니어 펠로우는 보복관세나 무역장벽 같은 방안보다는 환율이 무역 적자를 해결하는 최선의 방안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구두 개입을 통해 달러를 넌지시 낮출 수 있다면 다른 대안들에 비해 덜 위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트럼프에게도 달러 가치를 떨어드리는 방법은 제한적이다. 환율을 움직일 수 있는 가장 큰 요인은 경제 성장과 투자 전망에서 큰 차이가 있어야 하는데, 이 두 요인 모두 트럼프가 통제할 수 없는 것들이다. 중앙은행 정책도 요인이 될 수 있지만, 연준은 이미 금리를 인상하고 있고 이것이 통화 가치를 더 끌어 올릴 것이다.

지난 17일(현지 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 트럼프의 친구이자 정권 인수팀 위원인 앤토니 스카라무치는 미국이 “달러 강세에 대해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미국의 차기 행정부가 연준의 금리 결정 정책을 달러를 약화시키려는 수단으로 사용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반박했다. 그는 트럼프의 백악관은 연준의 독립을 보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통령에게는 달러 가치를 조정하기 위해 외화를 사거나 팔, 즉 외환 시장에 간섭할 권력이 있다.  또한 연준에게 그런 방향으로 연준의 자원을 활용하도록 지시할 수도 있다. 그런 간섭이 다른 나라와의 힘을 합치면 파워는 더욱 커진다. 그래서 대통령의 말 한 마디가 달러 가치에 일시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다.

재무부에서 경제 자문위원으로 일한 바 있는 오레곤 대학교 팀 듀이 교수는 달러 가치에 대한 트럼프의 언급은 시장의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는 우리 정부 조직이 작동하는 제도적 장치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 중요한 언급들은 트위터로 발표되어서는 안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