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소재 연구에 여념이 없는 영국국립그래핀연구소의 연구원들. 출처=리차드 밀

제네바에 전운이 감돈다. 평온하디 평온한 스위스에 전운이 웬 말이냐 묻는다면, 이게 다 시계 탓이라 답하겠다. 지난해 시계 업계를 뜨겁게 달궜던 신소재 전쟁이 올해도 계속될 모양이다. 2017 SIHH(스위스고급시계박람회)의 개막과 동시에 듣도 보도 못한 새로운 소재의 시계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것. 모두가 예상했듯이 그 중심엔 시계 업계의 신흥 세력, 리차드 밀과 로저드뷔가 자리하고 있고 전통의 강호 파네라이 역시 이에 질세라 신소재로 무장한 시계를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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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M 50-03 맥라렌 F1은 세계에서 가장 가벼운 크로노그래프 워치다. 출처=리차드 밀

2017년판 신소재 시계 전쟁에 리차드 밀이 무기로 꺼내든 건 RM 50-03 맥라렌 F1이다. 남자답고 강인한 인상이 눈에 띄는 이 시계의 무게는 단 38g. 세계에서 가장 가벼운 크로노그래프가 탄생한 데엔 역시 신소재의 공이 가장 컸다. RM 50-03 맥라렌 F1은 티타늄과 카본 TPT 그리고 시계 업계 최초로 사용되는 소재인 그래프 TPT를 재료로 한다. 리차드 밀의 엔지니어들은 리차드 밀의 파트너 사인 신소재 기업 NTPT(North Thin Ply Technology)와 맨체스터 대학교의 영국 국립 그래핀 연구소와 함께 그래프 TPT를 연구 및 개발, 맥라렌 어플라이드 테크놀로지사의 테스트를 거쳐 이 놀랍도록 가벼운 소재의 시계를 선보였다. 그래프 TPT는 카본 TPT와 그래핀(graphene)의 합성 소재다. 카본 TPT는 평행 필라멘트가 600개가 넘는 층으로 구성된 물질로 뛰어난 강도는 물론 고온 저항성, 높은 전자파 투시도를 자랑한다. 그래핀은 흑연의 ‘그래파이트(graphite)’와 탄소 이중결합을 가진 분자를 뜻하는 접미사 ‘-ene’를 결합해 만든 용어다. 쉽게 설명하자면, 흔히 연필심에 쓰이는 흑연을 가장 얇게 한 겹 떼어낸 것이 바로 그래핀이다. 그래핀은 두께가 0.2nm(나노미터) 수준으로 얇고 가벼우면서도 강도는 스테인리스 스틸보다 200배 이상 강하다. 카본 TPT와 그래핀이 만나 탄생한 그래프 TPT는 같은 부피의 스테인리스 스틸보다 6배 가볍지만 200배 이상의 내구성을 자랑한다. 한 가지 더 놀라운 사실은 시, 분, 초, 스플릿 세컨즈 크로노그래프, 투르비옹, 기능 인디케이터, 토크 인디케이터 기능을 탑재한 매뉴얼 와인딩 무브먼트의 무게가 단 7g, 파워 리저브는 70시간에 달한다는 점이다.

 

▲ 마이크로멜트 기술로 만든 코발트 크롬 케이스를 장착한 엑스칼리버 콰토르 코발트. 출처=로저드뷔

로저드뷔는 엑스칼리버 콰토르 코발트로 맞섰다. 이 시계는 겉보기엔 평범한 스테인리스 스틸 워치 같지만 실은 신소재로 무장한 양병이다. 직경 48mm의 케이스는 마이크로멜트 공정으로 탄생한 코발트 크롬을 재료로 했다. 마이크로멜트란 항공 및 천문 분야에서 널리 활용되는 기술로 전용 진공 유도 용해 가스 원자화 장치를 통해 고압가스가 흐를 때 용융 금속을 넣어 합금을 녹이고 원자화해 미세한 분말로 바꾸는 것을 말한다. 로저드뷔의 설명에 따르면, 이는 전 세계 금속공학 분야에서 단 1%만 사용하고 있으며 시계 업계에 도입한 건 로저드뷔가 처음이다. 코발트 크롬은 생체적합성이 뛰어나 알레르기를 유발하지 않고, 부식에 강하며 내구성이 높아 야외 활동 중 착용해도 무리가 없다. 아무리 전 세계 8점 한정 제품이라 해도 장롱에 모셔두기엔 아까운 시계란 말씀. 이 시계는 소재뿐만 아니라 기능 또한 주목할만 한데, 5개의 차동장치와 4개의 스프링 밸런스를 탑재해 중력으로 인한 오차를 최소화시켜 높은 수준의 정확도를 보장한다.

 

▲ 탄소 소재 시계의 ‘끝판왕’ LAB-ID 루미노르 1950 카보테크 3 데이즈. 출처=파네라이

소재, 디자인, 기능 모두 화려함으로 무장한 위 시계들과 달리, 파네라이의 신소재 시계는 보다 정적이고 점잖다. 파네라이의 아이디어 워크숍(Laboratorio di Idee)에서 탄생한 LAB-ID 루미노르 1950 카보테크 3 데이즈가 바로 그 주인공인데, 이는 탄소 소재 시계의 ‘끝판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케이스부터 다이얼, 무브먼트까지 시계 곳곳에 탄소 소재가 활용된 것. 우선, 직경 49mm의 케이스는 탄소 섬유를 기반으로 한 카보테크 소재로 제작되었는데, 카보테크는 가볍고 튼튼하며 자극이 적을뿐만 아니라 커팅 기법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발현되는 특징이 있어 세상에 하나뿐인 나만의 시계를 가질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블랙 컬러 다이얼은 탄소 나노 튜브로 코팅해 빛의 흡수와 반사를 최소한으로 줄여 블루 핸즈 및 인덱스와 극적인 대비를 이뤘다. 압권은 무브먼트. 파네라이 매뉴팩처의 아이디어 워크숍은 2년간의 실험을 거쳐 윤활유가 필요 없는 무브먼트를 개발했다. 핵심은 탄소 함량이 높은 신소재로 주요 부품을 제작해 마찰을 최소화한 것. 무브먼트 관리와 점검의 필요성에 획기적인 전환점을 마련한 P.3001/C 칼리버의 보장 기간은 자그마치 50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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