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ICT 및 전자분야의 눈부신 발전은 사실상 한국을 뛰어넘었다. 물론 1990년대의 사고방식에 갇힌 사람들은 여전히 중국의 기술력과 인프라를 무시하고 있으나, 현재 중국의 창업 생태계, ICT 정책 및 비전은 한국을 뛰어넘었다고 봐야 한다. 집중해볼 포인트가 있다. 중국은 어떻게 비약적 발전의 기틀을 닦았을까?

포인트1. 정부 차원의 강력한 지원과 방대한 내수시장 중국은 일당체제를 중심으로 사회적 역량을 특정 지점에 전사적으로 집중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사회주의 특유의 국가 공적 시스템이다. 여기에 방대한 내수시장의 깊이가 더해지면 강력한 육성 정책이 가능하다. BAT 트로이카로 알려진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도 이러한 중국의 강력한 육성정책에 의해 키워졌으며 현재 중국 공산당과 각 기업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텐센트의 마화텅 회장이 중국의 인터넷 플러스 정책을 알리는 홍보 도우미로 맹활약하는 장면과 마윈 알리바바 회장이 소위 짝퉁 논란으로 몸살을 앓던 당시 백서까지 발행하며 중국 당국에 무조건적인 협조를 다짐한 대목도 결국 같은 맥락이다.

이러한 정책은 일관된 정책의 추구를 가능하게 만든다. 최근 코트라가 발표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준비하는 중국의 ICT 융합 전략과 시사점’은 최근 눈부신 발전을 보여주고 있는 중국의 ICT 발전에서 정부의 일관된 철학에 집중하고 있다. 정부가 국가적 차원에서 ICT 육성정책을 전개시키는 한편 정책적 바탕 위에 이종 기술 및 산업 간 융합을 실현하기 위해 협업 인프라를 구축하는 지점이 중요하다. 전체 경제 발전에 부합하는 일관되고 체계적인 정책과 제도에 바탕을 두고 전사적인 역량 집중이 가능한 점을 중국의 ‘경쟁력’으로 평가했다.

이러한 정부의 역할론에 투자와 시장이 맞물리며 독특한 창업 생태계가 등장했다는 설명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민간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며 ‘궁극적 목적’을 위한 전사적인 역량의 집중이 덧대어지는 순간이다.

포인트2. 활발한 생태계 코트라의 보고서에서도 확인되지만, 중국의 ICT 생태계는 하나의 기업이나 주체에 휘둘리지 않는 독특한 생태계를 자랑한다. 스마트폰 시장이 좋은 사례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은 원래 삼성전자의 독무대였다. 장기간 점유율 1위를 기록하며 탄탄한 장악력을 보여준 바 있다. 실제로 2013년 1분기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을 보면 삼성전자가 18.5%로 부동의 1위, 화웨이가 12%로 2위, 레노버가 11.7%로 3위, 쿨패드와 ZTE가 각각 10.4%, 9.5%로 4위와 5위를 달리고 있었다.

하지만 2014년 2분기 샤오미의 기습이 시작됐다. 샤오미가 단숨에 14%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1위를 꿰찼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12.3%의 점유율로 2위로 내려갔으며 레노버, 쿨패트, 화웨이가 나란히 3, 4, 5위에 이름을 올렸다.

재미있는 것은 그 다음이다. 샤오미의 존재감이 주춤하나 싶더니 화웨이가 튼튼한 장악력을 자랑하는 사이 비보 및 오포라는 2세대 다크호스가 부상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분위기는 특정 제조사 중심의 시장 장악력이 계속되고 있는 국내의 사정과 비교해 더욱 이채로운 부분이다. 생태계의 역동성과 화려함. 나아가 생명력이 유기적으로 맞물리며 더욱 시끄러워지고 있다. 중국 ICT 및 전자 생태계의 부러운 단면이기도 하다. 물론 이러한 전략은 글로벌 시장 진출에 있어 일종의 ‘가속장치’가 되고 있다.

포인트3. 이미 준비된 중국인 ‘운이 좋았다’라는 말이 나올 수 있지만, 중국의 라이프스타일이 발전하는 ICT 및 전자에 최적화되어 있다는 점도 있다. 신용카드 문화가 발전하지 못해 빠르게 간편결제 시장이 열렸고, 전자상거래 시장이 개화할 수 있었다. 환경오염 문제는 전기차 및 친환경 차세대 자율주행차의 발전을 유도했다.

정점은 빠른 경제발전이다. 지금까지 중국의 유아동 시장은 소황제(小皇帝) 시대로 정의가 가능했다. 한 명의 아이를 낳아 최고 수준의 보육 및 교육을 집중시키는 상황에서 이에 걸맞은 마케팅 및 제품 로드맵이 중요했다는 의미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이제는 둘째시대(二胎時代)가 대세다. 중국 신조어로 등장한 라마(辣媽, 매운 엄마)에 이어 둘째시대(二胎時代)라는 새로운 키워드가 각광을 받기 시작한 셈이다. 둘째시대는 소황제 시대의 자녀들이 장성해 이들이 결혼한 후 탄생한 다음 세대를 겨냥하는 의미다. 중국 정부가 두 자녀 정책을 합법적으로 허용하면서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이미 현지에서 변화는 감지되고 있다. 주택구조가 종전 3인 가구 중심에서 4인 이상 다인 가구 중심으로 주택구매 패턴이 변경되고 있으며 부모세대 중 무려 85%가 높은 구매력과 다양한 기호를 지닌 바링허우가 차지한 중국 부모세대는 ‘매운 엄마’를 의미하는 신조어 라마(辣媽)까지 만들면서 중국 유아동 시장은 빠르게 변화시켜 나가고 있다. 중국 지방정부도 출산 휴가를 연장하고 남성 육아휴직 및 결혼휴가 제도를 대대적으로 정비하고 있다.

이는 유아동 시장의 팽창과 더불어 소비대국으로의 패러다임을 잡아갈 수 있다. 박정현 테바글로벌 기획본부장은 “바링허우세대는 구매할 때 가격뿐만 아니라 소재, 디자인, 안전성, 브랜드 등 다양한 제품 특징을 꼼꼼히 살펴보고 있어 유아용품 시장이 세분화되고 있다”며, “중국 육아 트렌드를 이끌어가는 핵심 소비군이 ‘라마’들로서 이들은 SNS 활용도와 온라인 쇼핑 선호도가 매우 높다”고 전하기도 했다. 참고로 중국의 온라인 쇼핑 교역규모는 2015년 기준 2조8000억위안으로 전년 대비 48.7%의 성장률을 보였다. 2020년에는 10조위안까지 온라인 시장의 규모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삼위일체의 마법, 중국을 재정의하다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풍부한 내수시장, 발전하는 경제, 라이프스타일, 역사, 활발한 생태계와 재능 있는 인재들의 출현. 중국이 ICT 및 전자업계에서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이 이상할 정도다. 여기에 강력한 인수합병의 마법까지 더해지며 규모의 경제도 완성하고 있다.

정부와 시장, 기업의 삼위일체가 완벽하게 맞아들어가는 분위기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삼위일체 각각의 경쟁력이 다른 경쟁력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거나 돕는 행보도 포착되는 지점이다. 정부가 중심을 잡고 시장과 기업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인다는 뜻과도 일맥상통한다.

중국 대국굴기의 매서움은 바로 이러한 재정의에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