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 경이롭다. 넷마블게임즈가 ‘리니지2 레볼루션’으로 새로운 성공신화를 써내려가고 있다. 지난해 12월 출시한 모바일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다. 출시 첫달 매출이 2000억원에 달하는 걸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경외심 섞인 눈빛을 보낸다. 전에 없던 진기록인 까닭이다. 넷마블에 비판적 스탠스를 취하던 이들도 전 직원 특별 인센티브 소식을 듣자 진심으로 부러워하는 눈치다.

레볼루션은 잘 팔리는 상품이다. 어쩜 이리도 돈을 쓸어담고 있는 걸까. 여러 분석이 따르고 있는 시점이다. 복합적인 요인이 있겠지만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생각 하나가 있다. 바로 레볼루션이 핵과금러(게임에 많은 돈을 쓰는 유저) 경연장이 됐다는 것. 기존 리니지의 ‘린저씨’들을 비롯해 모바일 RPG 헤비 유저가 모두 모여 과금 올림픽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세기의 과금 대결을 벌이자 초고수익으로 이어졌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판을 깔아준 건 물론 넷마블이다. 게임 자체가 매력이 없었다면 핵과금러는 모여들지 않았을 거다. 넷마블은 엔씨소프트로부터 리니지2 IP(지식재산권)을 들여왔다. 모바일 게임에는 전에 없던 거대 오픈필드를 구현해 PC MMORPG의 맛을 손바닥 안에 재현해냈다. 언리얼엔진4를 통해 비주얼 영역에서도 기술 혁신을 이뤘다. 그 결과 블록버스터 모바일 게임이 탄생했다. 당분간 레볼루션은 업계 트렌드를 주도할 걸로 예상된다.

향후 모바일 게임의 블록버스터화를 거스를 수 없겠다. 블록버스터 개발은 돈이 드는 일이다. 게임과 자본이 결합하는 그림은 자연스러워진다. 블록버스터 상업 영화의 등장처럼 모바일 게임판도 블록버스터 상업 게임이 메인스트림을 차지할 것으로 예견되는 흐름이다. 블록버스터는 수익성 담보가 핵심이다. 정교한(과도한) 과금 유도, 유명 IP 의존, 특정 장르 편중 등의 키워드가 솟아난 배경이다. 이제 리스크 테이킹(Risk-Taking)의 위상은 애들 장난에 불과해진다.

레볼루션이 보여준 건 게임-상품의 혁명이다. 게임성보다는 수익성 측면에서 괴력을 보여줬다. 다른 게임 핵과금 유저도 모두 지갑을 들고 아덴으로 향하고 있는 현실이다. 게임시장에 도는 돈이 레볼루션으로 쏠리고 있다는 증언이 나온다. 이 흐름은 끊기 위해 경쟁사들은 더 많은 자본을 들여 더 정밀한 과금 모델을 지닌 블록버스터를 만들어낼 게 분명하다. 블록버스터 전쟁에 중소 개발사 등이 터지는 건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다. 이런 구도는 게임이 줄 수 있는 재미와 쾌감의 확장과는 거리가 먼 일일지도 모른다. 국내 유저들 사이에 팽배한 ‘한국 게임 회의론’과도 맞닿는다. 레볼루션발 혁명이 사실은 한국 게임의 위기를 지목하고 있는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