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금융시장 전망에 있어 기축통화인 달러의 방향성에 대한 예상은 필수다. 또 금융시장뿐만 아니라 무역, 여행 등 실물경제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도 상당히 중요하다.

현재 글로벌 금융시장은 향후 달러의 방향과 각국 환율 등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이다. 특히 달러 강세론이 강하게 작용하면서 이에 대한 우려도 확대되는 모습이다.

▲ 미국 달러인덱스 추이 [출처:IBK투자증권]

달러인덱스 추이를 보면 지난 2003년 이후 2008년 금융위기 발발 전까지 줄곧 하락 추세를 그린 이후 등락을 반복하다 최근에는 2003년의 고점 수준도 넘어선 상태다. 특히 2014년 10월 미국의 양적완화축소(테이퍼링) 중단, 2015년 12월과 2016년 12월에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달러 강세를 부추겼다.

또 미국의 인플레이션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재정정책 확대 등이 미국 채권시장 금리의 상승 요인으로 작용해 달러 강세에 영향을 미쳤다.

이뿐만 아니라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 정책은 미국의 무역수지 흑자를 확대시킬 것이란 전망도 달러화 가치를 끌어올리는 요인이 됐다.

교보증권에 따르면 과거 미국 달러지수와 ISM제조업, 제조업 생산 및 수출 변화율은 음의 상관관계를 지닌다. 즉, 달러 가치가 높아질수록 미국 무역수지에 부정적(적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 미국 달러지수와 제조업 수출판매, 음의 상관관계 [출처:교보증권]

따라서 최근 미 달러화가 약세로 돌아설 것이란 기대감은 트럼프가 미국 경제의 강한 회복을 최우선 목표로 두고 있다는 것으로부터 기인한다. 이에 ‘제 2의 플라자합의’가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것이다.

만약, 트럼프 공약대로 보호무역주의 강화, 재정정책 확대 그리고 무역수지 흑자 확대 등이 현실화돼 미국 경제가 완만한 회복을 이룬다면 달러 강세를 저지할 방법은 사실상 없다. 물론 트럼프가 일부 교역국에 대한 환율조작국 지정을 통해 달러 약세를 유도할 수 있겠지만 이는 지엽적인 조치다. 또 이러한 일방적인 행위는 보복무역으로 인해 미국 경제가 오히려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미국 경제의 타격이 달러 약세를 유도할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은 달러 기축통화국으로 경제 불안감이 안전자산 선호현상으로 이어져 달러 강세 기조가 지속될 수 있다는 점이 문제다.

트럼프의 대선공약은 불확실성과 모순을 갖고 있지만 그 골자는 미국 제조업의 부활과 이 과정에서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다. 문제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달러 가치다. 따라서 제2의 플라자합의 등 ‘인위적인’ 조치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미 달러화는 금본위제도를 벗어난 1970년대 중반 이후 크게 세 번의 장기적인 강세 국면이 있었다. 첫 번째는 1980~1985년, 두 번째는 1995~2000년, 세 번째는 2011년 이후 현재까지다.

이 시기들의 공통점은 ‘위기’에 대한 경계감이 높아졌다는 것이며 각각 오일쇼크, 신흥국외환위기, 유럽 금융위기 등이 달러를 강세로 몰았다. 여기서 1980~1985년, 1995~2000년 이후의 달러 강세 저지의 공통점이 ‘인위적인’ 조치였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1985년 9월 플라자합의, 2001년 미 연방준비제도(연준)와 유럽중앙은행(ECB) 등 주요 중앙은행들이 유로화 가치를 지지하는 데 합의했다. 여기서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아쉬운 당사자’가 바로 미국이었다는 것이다. 1980년대 오일쇼크로 미국의 경제는 상당히 큰 타격을 입었고, 2000년대 초반 IT버블과 9.11테러 역시 미국 경제를 위협했다.

사실 이러한 합의는 상대국의 상황도 중요하다. 플라자합의 때는 일본이 상대국이었으나 2000년대 초반에는 독일이 미국을 대상으로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를 실현하고 있었다. 따라서 과거 두차례의 환율에 대한 인위적인 조치는 약해지는 미국의 패권적 지위와 함께 환율로 인한 경상수지 의존도가 높아졌음을 뜻한다.

중요한 것은 일본과 유럽 등이 이러한 인위적인 조치에 대한 합의 후 그 끝이 시원치 않았다는 것이다. 일본은 ‘잃어버린 20년’을 겪었고 유럽은 경제 및 금융위기와 함께 그 결속력마저 약해지는 경험을 했다.

현재 미국의 주요 환율상대국은 중국이다. 사실 트럼프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의 중심은 그가 보여준 거침없는 행동에 있다. 미국의 상황을 알리고 ‘소통’을 통해 환율을 조율할 것인지 아니면 ‘불통’으로 환율조작국을 운운하며 강제성을 띌 것인지가 중요하다. 설령 트럼프가 중국과의 소통을 통해 달러 가치에 합의하더라도 과거 미국의 환율 상대국들이 시원치 않은 결말을 맞이했다는 점은 중국의 고민을 가중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