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 / 출처 = 금호아시아나그룹

주사위가 또 한 번 던져졌다. 이번에는 ‘쩐의 전쟁’이다. 정유년 새해 벽두부터 재계의 이목을 모으고 있는 금호타이어 인수전에 본격적으로 불이 붙고 있다.

금호아시아나, 그룹 재건 위해 ‘1조원’ 숙제 풀어라

17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 등 금호타이어 채권단은 운영위원회 본회의를 통해 이 회사의 매각 본입찰 우선협상대상자로 중국 타이어 업체 ‘더블스타’를 선정했다.

매각 지분은 지난 2009년 금호타이어가 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채권단이 보유하게 된 6636만8444주(지분 42.01%)다. 앞서 12일 실시된 금호타이어 매각 본입찰에는 더블스타, 화학회사 지프로, 항공부품회사 상하이 에어로 스페이스 인더스트리 코퍼레이션(SAIC) 등 3개사가 참가한 바 있다.

더블스타가 써낸 금액은 1조원 안팎인 것으로 전해졌다. 본입찰에 참가한 3사 중 가장 높은 수치는 아니지만, 타이어 제조 업체로 사업 연계성이 높다는 것이 긍정적 평가 요소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더블스타가 자신의 패를 공개하면서 재계의 이목은 박삼구 회장의 손끝으로 향하고 있다. 그가 들고 있는 카드의 숫자에 따라 금호타이어의 운명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박 회장은 금호타이어 인수전에 우선매수청구권을 가지고 있다.

채권단은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고 박 회장에게 가격과 조건을 통보할 예정이다. 박 회장은 45일 이내에 인수 의사 및 자금조달 방법과 계약금을 마련해 우선매수청구권 행사 여부를 채권단 측에 전달하게 된다.

박 회장은 예로부터 ‘그룹 재건’ 의지를 확고하게 내비치며 금호타이어 인수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 우선매수청구권 행사가 확실시되는 가운데 결국 승패의 향배는 박 회장이 1조원 가량의 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여부에 달린 것으로 풀이된다.

박 회장은 100% 지분을 보유하는 특수목적법인(SPC) 설립을 통해 금호타이어를 인수하는 방법을 활용할 것이라는 게 시장의 예측이다. 더블스타보다 1원이라도 높은 금액을 써내면 금호타이어를 품에 안을 수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측은 “채권단 일정에 맞춰 철저히 (인수) 준비를 잘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금호타이어 “투자의견 ‘중립’ 인수주체 아직 불확실”

한편 금융 시장에서는 금호타이어 인수전의 최종 결과가 올 4월께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인수주체가 아직은 불확실하다는 계산이다.

신한금융투자는 17일 기업 분석 보고서를 통해 “(금호타이어의) 투자의견 중립을 유지한다. 가동률이 부진했던 남경공장의 축소 이전으로 수익성 개선이 진행되고 있지만 매각 과정에서 최종 인수자에 대한 불확실성이 남아있다”며 “주가 변동성은 여전히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한금융투자 정용진 연구원은 “향후 진행 절차 감안 시 최대 4월에는 최종 인수자 결정 채권단 75%의 동의만 있으면 주식매매계약이 진행된다. 마지막 변수는 박삼구 회장의 우선인수권”이라며 “주식매매계약이 체결된 후 30일 내에 우선인수권 행사 여부가 결정된다. 권리를 행사할 경우 45일 내에 자금 조달안 및 계약금을 제출해야 한다. 결국 최종 인수자의 확정은 4월까지 미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향후 진행 과정에 대해 함부로 예단하기 어지만 (박 회장이) 연초부터 그룹사 재건에 대한 의지를 확고히 한 점을 감안해야 한다”며 “매각 과정은 7부 능선을 넘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