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볼루션’이라는 이름답게 혁명을 일으켰다. 2016년 12월 14일 ‘리니지2 레볼루션’이 정식 출시됐다. 첫날부터 거뜬하게 앱마켓 매출 1위에 올랐다. 업계에 따르면 첫날 매출이 70억원대에 달한다. 참고로 일매출 5억원을 찍으면 구글플레이에서 매출 1위에 오를 수 있다고들 한다.

둘째날에는 더했다. 일매출이 100억원에 달한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이후에도 수십억원대 일매출을 유지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당연히 앱마켓 매출 1위는 난공불락이다. 레볼루션의 흥행으로 넷마블게임즈는 3000명이 넘는 직원 모두에게 100% 인센티브를 주기로 했다.

레볼루션은 이름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엔씨소프트의 리니지2를 원작으로 삼아 개발한 모바일게임이다. IP(지식재산권) 활용 게임인 셈이다.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의 감동을 손바닥 안에 구현해냈다. 광대한 오픈필드를 바탕으로 리니지 특유의 공성전과 혈맹 시스템도 모바일 환경에 맞게 각색해 담아냈다.

▲ 출처=넷마블게임즈

진기록의 연속, 월매출 1000억원 돌파?

레볼루션의 진기록은 끝이 아니다. 먼저 애플리케이션(앱) 월 사용시간 기준 압도적 1위다. 안드로이드 앱 시장조사 업체인 와이즈앱에 따르면 레볼루션의 사용자 평균 월 사용시간 48시간 24분으로 나타났다. 2위인 ‘세븐나이츠’는 15시간 21분에 불과했다.

중요한 건 매출 부문이다. 업계에서는 레볼루션이 출시 이후 1000억원의 매출을 올린 걸로 추정하고 있다. 일평균으로는 30억원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모바일게임 중에 출시 첫달에 매출 1000억원을 돌파한 사례는 없었다. 기존 흥행작들 대비 무려 10배 가까운 기록이다.

심지어 원작의 매출 규모도 제친 걸로 보인다. 리니지2는 분기매출이 200억원 수준이다. 국내 게임 중에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리는 리니지의 경우 800억~900억원대 수준이다. 지속성이 관건이겠지만 일단은 정점에 올라선 레볼루션이다.

레볼루션의 흥행에 따라 넷마블의 위상도 급등하고 있다. 모바일 앱 통계 분석 업체 앱애니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넷마블은 매출 규모 기준 글로벌 모바일 퍼블리셔 5위에 올랐다. 11월 대비 4계단 올라 텐센트(1위), 넷이즈(2위), 슈퍼셀(3위)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넷마블은 레볼루션의 성과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다만 18일에 열리는 ‘넷마블 투게더 위드 프레스(NTP)’에서 실적을 밝히기로 해 주목된다. 올해로 3회째인 이 행사는 넷마블 주요 경영진이 참가해 주요 성과와 사업 전략 등을 발표하는 자리다. IPO(기업공개)를 앞둔 만큼 올해 NTP는 더욱 이목이 집중될 전망이다.

▲ 출처=넷마블게임즈

레볼루션의 혁명은 어떻게 가능했나

업계에서 레볼루션을 두고 공통적으로 하는 이야기가 있다. 레볼루션의 흥행을 예상하긴 했지만 이토록 잘 될 줄을 몰랐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흥행요인에 대해 한마디씩을 한다. 사후진단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몇 가지 키워드가 교차한다.

일단은 IP 효과다. 국내 간판 IP인 리니지를 내세워 그 효과를 충분히 거둬들였다는 평가다. 고과금에 익숙한 기존 리니지 유저와 모바일 RPG 헤비 유저가 모여들면서 경쟁심리가 발동해 매출 발생에 있어 시너지가 폭발한 걸로 볼 수도 있겠다.

리니지의 IP 확장은 어쩌면 이제야 진짜 시작 단계다. 18년 동안 숙성된 IP 파워를 바탕으로 본격적인 확장을 꾀하는 모습이다. 레볼루션 반대 축에는 엔씨의 자체 개발작인 ‘리니지 레드나이츠’가 있다. 비슷한 시기에 출시된 두 게임은 형제 대결에 따른 출혈보다는 동반 상승효과를 누린 것으로 보인다.

개발엔진으로 언리얼엔진4를 사용한 것도 흥행에 주효했던 걸로 보인다. 그래픽 품질을 기존 모바일게임 대비 크게 끌어올려 유저의 호평을 받았다. 언리얼엔진4는 모바일 기기에 최적화된 물리기반렌더링(PBR)을 지원한다. 이를 통해 실세계에 근접한 빛을 표현하게 된다. 향후에도 ‘언리얼엔진4로 개발한 모바일게임’의 흥행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출처=넷마블게임즈

리니지가 국민 장수 게임이 될 수 있었던 이유도 되짚어볼 가치가 있다. 유저들은 그 안에서 하나의 유사 사회를 만들어냈다. 진짜 세상처럼 사람과 사람이 얽히면서 하나의 거대한 세계가 만들어졌다. 누군가에겐 진짜 사회나 다름이 없기 때문에 거부감 없이 ‘현질’도 이뤄졌다.

레볼루션 역시 하나의 가상 사회로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 유저들이 쏠리면서 경쟁심리가 극에 달하는 모습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말했다. “국내 유저들은 경쟁에서 이기고 싶어 합니다. 이왕이면 작은 대회보다 큰 대회에서 1등을 차지하고 싶어 하죠. 레볼루션은 그들에게 올림픽이나 다름없습니다.”

'넘사벽'을 넘어설 수 있을까

그렇다면 레볼루션은 다른 게임에 ‘넘사벽’(넘을 수 없는 4차원의 벽)과 같은 게임일까. 지금으로서는 부인할 수 없다. 게임성은 차치하고 시장성 측면에서의 얘기다. 그럼에도 매력적인 신작들이 대기 중인 까닭에 시장 흐름을 지켜볼 필요는 있겠다. 미세한 균열이 가해질 조짐이다.

먼저 지난 13일 정식 출시된 ‘삼국블레이드’가 선전하고 있다. 액션스퀘어에서 개발했으며 네시삼십삼분이 서비스하는 게임이다. 이 게임은 모바일 게임 최초로 ‘대한민국 게임대상’을 받은 ‘블레이드’와 삼국지를 입힌 타이틀이다. 레볼루션과 같이 언리얼엔진4을 기반으로 제작해 그래픽이 뛰어나다.

엔씨는 레드나이츠가 레볼루션에 뒤처진 가운데 ‘리니지M’을 준비 중이다. 원작 리니지에서 경험한 모든 콘텐츠를 동일하게 즐길 수 있는 타이틀이다. 핵심은 플랫폼 연동이다. 엔씨는 리니지M을 리니지 PC 온라인 버전과 연동하려고 한다. 리니지 관련 타이틀이 증가하면서 유저 분산이 예견된다.

▲ 출처=네시삼십삼분

넥슨도 칼을 갈고 있다. 우선 지난 12일 ‘던전앤파이터 혼’을 정식 출시했다. 인기 온라인 게임 ‘던전앤파이터’ IP를 활용한 모바일 액션 RPG다. 원작의 캐릭터가 화려하고 정교한 3D 그래픽으로 새롭게 탄생됐다. 온라인 버전에서 사용되던 다양한 스킬을 비롯해 모바일 플랫폼에 최적화된 새로운 스킬까지 약 100여종의 스킬을 구현했다.

‘야생의 땅: 듀랑고’도 레볼루션에 대적할 수 있는 빅타이틀로 꼽힌다. 넥슨과 왓스튜디오가 오랜 기간 준비하고 있는 야심작이다. 개척형 오픈월드 MMORPG를 표방하는 이 게임은 그간 모바일 게임에서 경험하기 힘들었던 높은 자유도를 선사한다. 플레이어들은 공룡이 살아 숨쉬는 거친 야생 환경에서 생존, 탐험, 채집, 사냥, 정착, 사회 건설 등 다양하고 자유로운 플레이를 통해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

결국 넷마블과 레볼루션에 중요한 건 지속성이다. 향후 업데이트 과정도 중요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게이머들의 빠른 콘텐츠 소비 속도를 넷마블이 시의적절한 업데이트와 운영을 통해 앞지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 과정에서 ‘세븐나이츠’, ‘모두의마블’, ‘몬스터길들이기’ 등을 장기 흥행시킨 경험이 주효하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