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이러한 때에 일본의 증원된 수군은 경상도 바다를 횡행하였고, 육전에서는 적군이 금산을 침범하여 의병장 전 부사 고경명이 방어사 곽영과 더불어 금산의 적을 치다가 곽영의 관군이 먼저 달아나자 고경명 의병장은 분노하여 군사를 지휘 격투하다 전사하고, 그의 둘째 아들 인후도 부친을 감싸다가 전사하였다. 고경명 의병장의 호는 제봉이고, 문학에 종사하여 궁술과 마술은 몰라도 충의로서 선비들을 격려하여 많은 사람들을 감동케 했다.”

“네, 고경명 의병장이 전사한 뒤에 충청도 의병장 조헌이 7백 의사를 거느리고 승장 영규의 의승군과 합하여 청주의 적을 깨뜨리고, 금산을 치다가 조헌 이하 7백 의사가 한 사람도 남김없이 전사하고, 영규도 조헌이 죽는 것을 보고 곧 바로

‘내가 어찌 혼자 살 수 있느냐!’

하고 싸워 죽었습니다. 조헌의 호는 중봉이며 백암 이순신장군과 도의로 맺어진 친한 벗이었습니다. 장군은 고경명, 조헌의 장렬한 전사의 기별을 듣고 노발대발하셨으나 해전의 일이 많아 당장 금산을 치고 싶었어도 참으셨습니다.”

“음! 장군의 특기는 참고 견디고, 전체를 보려는 혜안을 항상 중요시 하였던 터라 금산을 가지 못하고 壬辰년 7월 초엿새, 1592년 8월 12일, 癸亥일 아침에 이순신장군의 크고 작은 병선 90여 척과 이억기의 크고 작은 병선 80여 척을 합하여 180여 척을 거느리고 본 좌수영을 떠나 노량으로 향하였다”

“네, 전의 승전으로 적선이 가덕 서쪽에 그림자도 없게 하였었는데, 한 달이 안 되어 조선군은 용인에서 한양, 임진강전투에서 패하고 달아나 적의 기세만 도와줄 뿐이었습니다.”
“음! 육전에서 패하는 것은 말로 다하면 뭣하겠는가? 적의 수군이 첫 번, 두 번, 세 번 싸움에 실패한 분을 씻기 위해 바다를 덮어 오는 대군은 경상도 연안 각 처에서 함부로 날뛰는 모습이 마치 누구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

“네, 조선 전국의 힘이 다 무너지고 임금의 좌우에 있는 신하들이 혼백이 날아가고 흩어져 오직 명나라의 구원병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을 때 아래쪽 한 구석의 일개 수군의 수사인 이순신장군은 조정에서 알아주지도 아니해도 장군은 홀로 3천리 조국을 두 어깨에 메고 수전의 길을 나섰습니다.”

“음! 난리 통에 이순신장군의 출전은 의미가 매우 컸으며, 한편 노량목에서 경상우수사 원균이 부서졌던 병선 7척을 수리하여 거느리고 와서 장군의 함대를 기다리고 있다가 합류하자, 장군은 이억기와 원균을 상선에 청하여 이번 싸울 방책을 지도하여 약속을 이끌어내었다.”

“네, 전쟁을 수행하기 전의 약속은 매우 중요한 것이기에 장군은 전라좌우도와 경상우도의 합3도 연합군이 통일된 행동을 할 것, 부질없이 공을 다투지 말 것, 적을 깔보지 말고 신중히 지휘자의 명령에 의해서만 행동할 것을 주문하셨습니다.”

“그렇다. 당시에 무시무시한 일본군을 상대하려면 어느 누가 선두에 서야 하는데, 이억기 원균이 장군과 같은 계열의 수사인지라 삼도연합군의 지휘권을 누가 잡느냐가 관건이었다.”

“네, 과거에 두 차례나 연합행동을 한 경험이 있는 것과 수군의 세력으로 보아 장군의 세력이 다른 두 세력보다 압도적으로 크고 강한 것을 알고 있는 이억기가 평소에 장군을 공경하여 우러러보아 스스로 달게 절제를 받는다 하여 삼도연합군이 통일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음! 누군가 대장이 되어야 하는데 이억기의 자진절제를 택한 것은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되는 것을 알게 되는데, 장군은

‘임금이 몽진하여 조정의 명령을 기다릴 수가 없고, 그렇다고 군대에 한시라도 대장이 없으면 안 되는 것이어서 우리 세 사람이 다 직분이 서로 동등하여 막상막하지만, 어쩔 수 없이 한 사람으로 대장을 삼을 수밖에 없소.’

하고 삼인의 좌중에 발의하였다.”

“네, 이에 이억기가 서슴지 않고

‘그것은 그래야 됩니다. 물으실 것도 없이 대감이 대장이 되어야 하겠소.’

하고 장군을 즉석에서 천망(薦望=벼슬아치를 윗자리로 천거함)하였습니다. 장군은 옥포승전으로 절충장군(折衝將軍=조선시대 때 정3품 당상관 무관 품계)에서 가선대부(嘉善大夫=종2품 문무관의 품계)가 되고, 당포승전으로 가의대부, 당항포 승전으로 자헌대부(資憲大夫=정2품 下의 문무관)승품되어 이미 대감이 되어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