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까지 동성동본 결혼 금지법이 있었다. 성과 본이 같으면 법적으로 결혼을 못 하는 제도인데 이 때문에 김 씨나 이 씨, 박 씨 같은 흔한 성을 가진 청춘남녀 중 동성동본이면서 서로 사랑에 빠져 결혼을 했는데도 혼인 신고를 못 하고 사는 경우가 많았다.

 

2000년도에 이 법은 폐지 되었고 그 뒤로 8촌 간만 아니면 동성동본이라도 결혼하는 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어떤 이들은 현재 족보의 90%가 가짜이며 18~19세기 가난한 양반들이 족보가 없는 일반 백성들에게 족보를 베껴서 가짜로 만들어 팔았기 때문에 현재와 같이 양반의 후손이 훨씬 더 많은 구조가 되었다고 주장한다.

옛날 상위 계층인 양반이 번식력이 특별히 좋아서가 아니라면 대부분이 족보 있는 양반의 자손이라고 주장하는 것이 좀 말이 안 된다는 측면에서 설득력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동성동본 혼인금지는 더욱더 말이 안 되는 법인데 수십 년 동안 실제는 동성동본이 아니면서 이 법 때문에 고통받은 수많은 부부를 생각하면 참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21세기 현재 한국 벤처 M&A 생태계에서도 유사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성장동력을 원하는 인수자와 합병을 통한 도약을 꿈꾸는 피인수 자가 서로 사랑에 빠져 결혼(M&A)을 하려고 하는데 이것을 법적으로 못하게 되어 있는 경우이다.

상장사가 비상장사와 M&A 하려면 회계법인 평가를 받아야 한다. 이때 회계법인은 금감원의 지침을 따라야 하고 금감원의 개인투자자 보호라는 이유로 매출이 적거나 이익이 나지 않는 스타트업/벤처에 대하여 높은 평가를 인정하지 않는다.

과거 비상장 기업을 과대평가하여 상장사와 합병을 하다 보니 결국 상장사의 가치를 낮춰서 주주들의 피해가 있었던 것을 미리 방지하고자 이런 구조가 나왔는데 바로 이것이 창조경제의 꽃을 피워야 할 M&A를 제대로 막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런 부정적인 방법으로 M&A를 통해 껍데기 회사를 상장사와 합병시켜 개인적인 부를 축적한 사람은 법으로 처벌하면 된다. 이러한 문제를 원천적으로 막게 되면 상장사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달고 스타트업은 도약할 수 있는 상생M&A까지도 불가능해진다.

과거 구글이 유튜브를 1조 원에 인수할 당시 유튜브는 적자 회사였다. 하지만 인수 이후에 구글과의 시너지를 통해 엄청난 발전을 했고 현재의 가치는 인수 당시의 50배가 넘는 50조 가치를 웃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이런 일이 생길 수 없다. 구글의 주주 보호라는 핑계로 회계법인은 1조는커녕 천억도 평가를 못 할 것이고 따라서 제도적으로 합병할 수 없다 있는 회사라도 인수 후에 잘못되면 대표이사와 임원진들의 배임 문제도 제기될 수 있다. 원래 M&A는 리스크를 가지고 미래의 성장을 위한 모험인데 잘못되면 법적인 문제가 따른다고 하면 누가 그런 위험을 감수하겠는가?

구글도 200건 가까운 인수·합병을 하면서 70% 이상은 실패했다고 한다. 그런데도 유튜브 같은 큰 성공을 가져온 M&A 덕분에 세계 최고의 회사가 되어 한국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에 세배 가까이 높은 가치를 형성하고 있다.

한국 M&A 시장에는 또 하나의 큰 문제가 있다. 작년 1월부터 시작된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의 전매 제한인데 크라우드펀딩을 한 회사는 1년간 M&A가 법적으로 금지 되어 있다. 필자가 아는 한 회사는 지난해 5월 7억 원의 크라우드펀딩에 성공하고 작년 말 큰 실적과 함께 급성장하여서 한 상장사로부터 200억이 넘는 금액에 M&A 제안을 받았다. 그런데 이 전매 제한 때문에 발목이 묶여 올해 5월까지는 기다려야 M&A 절차를 밟을 수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창조경제를 부르짖고 창업을 권장하면서 정작 출구를 막아 놓고 있는 이 상황은 참 아이러니하지만 최근 '테슬라 상장 요건' 같은 적자가 나도 기술력과 비전을 인정받으면 상장할 수 있는 제도나 크라우드펀딩에 성공하면 코넥스 특례상장을 할 수 있는 좋은 제도들도 나오고 있다.

창조경제의 5년 차에 이제는 출구를 열어 놓아야 한다. 더는 혁신적 창업으로 인한 신용불량자가 늘지 않게 하려고 그리고 우수한 스타트업이 경영과 자금의 문제로 문 닫는 일이 없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