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동 진출을 앞두고 있는 에뛰드하우스 브랜드. 출처: 아모레퍼시픽

우리나라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한한령(限韓令, 한류제한조치)이 최근 들어 업계 전반에 퍼지지는 모양새다. 특히 중국의 규제가 심해지면서 유커(중국인 관광객) 수요 급감으로 그동안 큰 수혜를 입었던 화장품 업계 고심 역시 깊어지고 있다.

유커가 대거 방한하는 최대 성수기 춘제(春節·중국 설) 연휴(1월27일~2월2일)를 앞두고 중국 정부가 전세기 운항까지 막으며 사드 보복에 나선 형태라, 기존 대비 매출 하락이 불가피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중국 수출에도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업계 전문가에 따르면 한 중견기업 화장품 회사는 중국에 직수출을 계획하던 제품이 있는데 특별한 이유 없이 중국 당국의 승인이 나지 않아 애를 태우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산 화장품의 인기가 예전 같지 않은데다가 크림, 에센스, 클렌징, 팩 등 중국에서 잘 팔리는 한국 제품들을 중심으로 수입 불허 조치를 내리는 등 규제가 더욱 심해졌고 현지 분위기도 좋지 않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런 경우가 올해 들어 더욱 비일비재 한 상황이라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포스트 차이나’를 적극적으로 찾아야 할 때”고 덧붙였다.

화장품 업계, 아세안 기반 닦고 중동으로!  

중국 의존도가 높은 화장품 업계는 이번 사태에 대해 ‘고심 또 고심’하는 분위기다. 특히 중국 정부가 지난해 10월부터 일반 화장품 소비세 폐지와 함께 과세 대상을 ‘고급화장품’으로 한정하고 세율은 기존 30%에서 15%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이에 한국산 화장품 가격이 중국에서 최대 30% 인하되었다.

화장품 업계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15일부터 라네즈, 이니스프리, 에뛰드하우스, 설화수 브랜드의 327개 제품에 대해 중국 판매 가격을 3~30%까지 내렸다. 에뛰드하우스의 ‘디어달링 젤 틴트’ 가격은 기존보다 30% 내려 인하 폭이 가장 컸다.

경쟁사인 LG생활건강도 이번 세율인하에 따른 가격 조정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춘제 연휴에 중국이 한국행 전세기 추가 배치를 허용하지 않은데다 현지에서 구입하는 우리나라 화장품 가격이 낮아졌기 때문에 우리나라 화장품 업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우려다.

이에 중국 의존도를 낮추면서 신흥시장 진출을 통해 새로운 채널 확장에 그 어느 때보다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이미 주요 업체들은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ASEAN)은 물론 중동과 유럽 미주까지 진출해 시장 선점에 나섰다.

▲ 출처: 토니모리

아세안 지역은 중국을 대신할 수 있는 신성장 동력으로 기대되는 곳이다. 실제로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동남아시아 주요 10개국이 가입한 아세안이 세계에서 차지하는 국내총생산(GDP)비중은 2000년 1.9%에서 2014년 3.2%로 급성장했고, 연간 성장률은 2013년 기준 4.7%로 성장 잠재력에 대한 기대가 크다.

특히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태국 등이 대안으로 떠오르며 화장품 업계는 물론 유통 채널의 진출 러시도 이어지고 있다.

아울러 중동 진출이 새롭게 주목되고 있다. 실제로 시장조사 업체 유러모니터에 따르면 2015년 180억 달러이던 중동 화장품 시장은 2020년 360억 달러 규모로 매년 15%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LG생활건강의 더페이스샵은 이미 2006년 요르단에 진출, 현재 중동내 60여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토니모리는 현재 사우디 제다(2개), 리야드(1개), 알바틴(1개), 다와드미(1개) 등에 5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뒤이어 중동 세포라를 통해 토니모리 제품이 GCC국가(쿠웨이트, 오만, 바레인, 카타르, UAE, 사우디아라비아)에도 입점해 향후 2018년까지 GCC 국가에 총 50개의 매장 오픈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색조 전문 브랜드인 에뛰드하우스를 내세워 중동 진출을 꾀한다는 전략이다. 올해 하반기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에 1호점을 론칭하고 쿠웨이트·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바레인·오만 등으로 에뛰드하우스 매장을 확산해 나갈 계획이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은 “중동 고객에게 아모레퍼시픽의 혁신적 뷰티 문화를 적극 전파하겠다”며 “중국·동남아시아·인도·중동·유럽으로 이어지는 유라시아 벨트를 화장품으로 연결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동의 경우 화려한 색조 시장이 발달되어 있는 나라인데다 소비자 자체가 럭셔리 브랜드 선호 경향이 뚜렷해 프랑스 제품이 가장 인기”라면서 “‘메이드 인 코리아’ 인지도가 아직 낮은데다 우리의 경우 색보보다는 기초 화장품에 대한 경쟁력이 더 강하기 때문에 색조 비중을 늘리고 강점을 살리는 등 다양한 수출 아이템을 통한 신규 채널 확장이 요구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