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O2O 시장은 83조원 규모로 성장하며 성숙기에 접어들었다. 그에 반해 성장기인 한국 O2O 시장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유연한 규제개선과 IT전문인력 육성 등으로 국내 O2O 스타트업 기업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산업연구원(KIET)이 16일 발간한 ‘중국 O2O 시장현황과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에 이 같은 내용이 담겼다.

“성장기 한국 O2O 시장, 유연한 규제·자생력 필요”

구진경 산업연구원은 “대부분의 O2O 기업이 중개서비스 중심의 사업모델이라 수익구조가 약하고 O2O 기업에 대한 투자자금도 정부자금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자생력이 취약하다”며 "전통산업과 신규 O2O 산업 간 갈등을 조정하고 유연한 규제적용을 위한 정부차원의 규제조정 기구를 설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내 스타트업이 단순히 투자를 많이 받는 것에 집중하고 있는데, 소비자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드는 등 내실을 키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성숙기에 접어든 중국 O2O 시장에서는 벤처투자가 줄어들었으며 자생력을 갖추지 못한 O2O 기업들이 도산하는 사례들이 속출하고 있다.

O2O 서비스는 주로 전통적인 오프라인 서비스가 온라인으로 확장되거나 사업 간 융합을 통해 탄생하는, 타깃시장이 겹치는 기존의 전통산업과 충돌하며 문제가 생긴다. 중국의 O2O 사업자들은 기존 산업과의 큰 마찰 없이 시장에 진입했다. 특히 중국의 IT기업들은 기존 금융기관들과의 큰 갈등 없이 모바일 간편결제 및 각종 금융서비스를 도입했다. 국영기업 위주로 운영되던 중국경제에 국영기업이 축소되며 신산업이 기존 산업과의 갈등없이 시장에 진입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한국의 경우에는 기존 유사업종 사업자들과의 갈등으로 O2O 기업의 사업활동에 제동이 걸리는 경우들이 발생하고 있다. 심야버스 운영서비스 콜버스와 금융 P2P 중개사이트 8퍼센트가 대표적인 사례다. 

스타트업을 활성화해 O2O 시장 성장을 견인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다양한 아이디어와 유연한 조직을 갖춘 스타트업 기업들은 O2O 산업의 주요 주체들이라는 설명이다. 중국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모두 O2O 산업 활성화를 위해 스타트업 육성 전략을 수립하고 적극적인 지원방안을 마련한 바 있다. 상하이 지방정부는 장장첨단기술단지의 상하이 푸동소프트웨어원에 O2O 분야 스타트업을 위한 인큐베이팅 공간 조성을 하기도 했다.

구 연구원은 "국내 스타트업이 중국에 진출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며 "상하이 지주(ZIZHU)과학산업단지는 외국기업들을 차별하지 않고 지원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중국 O2O 어떻게 성장했나? 

▲ 출처=산업연구원

중국은 O2O 시장은 B.A.T.로 불리는 중국의 거대 IT기업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가 주도하며 성숙기에 접어들었다. 현재 중국은 미국과 더불어 O2O 시장이 가장 발전한 국가로 손꼽힌다. 중국 시장조사기관 아이아이미디어리서치(iiMedia Research) 따르면 2015년 중국 O2O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55% 성장한 4,655억 위안(약 83조 777억원)으로 추정된다.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서는 모바일 페이먼트 시장의 발전과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육성 의지 때문이다.

우선 모바일 기기의 급격한 확산이 시장성장의 기틀이 됐다. 중국 스마트폰 이용자인 10억 6000만명 중에 6억1000만명이 O2O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모바일 페이먼트의 발전도 한몫했다. 현재 중국 페이먼트 시장 1위 업체는 알리페이다. 알리페이는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가 2004년에 론칭한 결제 플랫폼이다. 중국 알리바바의 금융 자회사인 앤트파이낸셜(마이진푸)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알리페이 고객은 4억5000만명에 달하며 이 중 71%가 모바일 결제를 이용했다.

중국체인경영협회(CCFA)에 따르면 중국 100대 대형 유통 브랜드 중 97%가 O2O 서비스에 뛰어들었다. 중국의 61개 주요 백화점 중 42%가 자사 모바일 앱을 가지고 있으며 매장 내 모바일 결제 서비스, 오프라인 매장 서비스를 온라인으로 프로모션, 매장에서 QR스캔 후 온라인 주문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중국의 20·30대 인터넷 이용자의 O2O 서비스 침투율은 약 75%로 나타났으며 화이트칼라 인터넷 유저의 O2O 서비스 사용률은 87.9%에 달한다. 모바일 기기에 익숙하고 구매력 있는 도시 지역의 젊은 사무직이 중국 O2O 서비스 시장 성장을 주도했다는 설명이다.

특히 중국 정부의 다양한 육성정책이 큰 힘이 됐다는 설명이다. 중국 정부는 2015년 ‘인터넷 플러스’ 정책을 통해 모바일 인터넷, 클라우드 컴퓨팅, 빅데이터, 사물인터넷을 전통산업과 결합시켜 산업구조 혁신과 고도화를 추진했다. O2O를 경제성장의 신성장동력으로 보고 관련 산업 육성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B.A.T.가 이끄는 중국 O2O, 생활밀착형 서비스 중심

▲ 출처=산업연구원

중국 O2O는 주로 음식배달, 차량공유, 여행 등 생활밀착형 서비스 분야 중심으로 발달하고 있다. 

구진경 산업연구원은 “처음에는 다양한 분야의 O2O 서비스가 생겼지만 시장이 커질수록 온·오프라인의 결합을 통해 뚜렷한 고객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 분야를 중심으로 발전했다”고 설명했다.

바이두는 2015년 6월 향후 3년간 200억 위안을 생활서비스 애플리케이션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알리바바는 유통업체 쑤닝윈상 지분 20%를 확보하면서 오프라인 시장에 진출해 온·오프라인 통합 운영방안을 마련하는 한편 소셜커머스 업체 메이퇀, 음식점 리뷰업체 다중디엔핑과 같은 O2O 서비스 업체들을 인수·합병하여 적극적으로 O2O 시장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 텐센트는 부동산 사이트 ‘58닷컴’의 지분을 20% 인수한 데 이어 중국 최대 맛집 평가 사이트 ‘다중디엔핑’, 택시예약서비스 ‘디디다처’를 인수했다.

중국의 배달 O2O 서비스 시장 규모는 2015년 561억 6600만 위안 규모다. 이는 전년 대비 7.1% 성장한 수치다. 2009년 창업한 식품배달 O2O 서비스 업체인 ‘어러머’를 중심으로 급격히 성장 중이다. 차량 O2O 서비스는 B.A.T.(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가 모두 진출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대표적인 중국의 차량공유 서비스 ‘디디콰이처’는 2015년 3분기 기준 시장 매출의 83.2%를 차지한다. 

그러나 2015년 하반기 O2O 시장에 대한 벤처투자가 줄어들면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기업들은 가격경쟁을 치르다 도산하거나 인수·합병되는 사례들이 증가하고 있다. O2O 앱에 투자해온 벤처캐피털 ‘고비 파트너스’는 2015년 하반기 30~40%의 O2O 스타트업이 폐업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