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희 생활건강요?  브랜드 인지도는 높지만, 브랜드 가치가 있는 건 아니라고 봅니다"

주거래은행인 IBK기업은행에 워크아웃을 신청한 한경희 생활과학(미래 사이언스)에 대한 업계의 반응이었다.  이것이 중요할 수 밖에 없다. 바로 한경희 생활건강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기 때문이다.

금융 시장에서 워크아웃 기업들은 사전 재무구조조정과정을 도산으로 보는 시각 때문에 위기극복에 장애를 많이 겪는다. 최근 워크아웃 신청사실이 알려진 한경희 생활과학도 마찬가지다.  

한경희 측은 `지난 달부터 워크아웃을 위해 실사를 받고 있다`는 최근 보도 이후,  소비자들과 임직원들이 동요하고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워크아웃신청이 법정관리나 파산신청의 전 단계인 것처럼 오인되는 바람에 과도한 반응이 빚어지고 있는 것. 

앞서 한경희 생활과학은 대규모 미국투자 건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지난해 9월부터 사기 피해 소송을 밟고 있다. 징벌적 손해배상을 포함해 청구금액이 565억원으로 전해지고 있다. 또  2014년에는 약 71억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2015년에는 회계보고서에 대해 감사의견 거절을 당하기도 했다.

이같은 이유로 유동성이 악화되자,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주 채권은행에 워크아웃(업재무구조개선작업)을 신청한 후 실제적인 재무조사를 받고 있다.

워크아웃 절차에서는 기업이 신용위험이 있다고 평가되면 채권자가 선임한 회계법인 등 외부전문기관으로부터 자산부채실사 및 계속기업으로서 존속능력을 평가받도록 되어 있다. 계속기업의 존속능력이란 기업이 파산하는 것보다 유지하는 것이 더 가치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경희 측 관계자는 “워크아웃은 재무구조에 위험이 있을 때 이를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채권자와 협의해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인데, 마치 회생이나 파산처럼 법원에 의해 청산되는 것으로 인식돼 경영에 어려움이 많다”고 호소했다.

실제 금융계에서 인식하고 있는 워크아웃은 기업구조조정 촉진법에 따라 부실징후기업이 신속하고 원활하게 추진될 수 있도록 채권자와 자율적으로 채무를 조정하고 채권자의 관리를 받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대출금에 대한 이자 감면, 상환기간의 유예가 이루어진다.

반면 법조계에서 인식하고 있는 회생절차는 법원의 명령에 따라 채무를 강제동결하고 법원으로부터 경영상 관리를 받는 것이다. 이때 기업 매각등이 이뤄진다. 나아가 파산은 기업의 자산을 한번에 청산하기 위한 절차다. 회생과 파산절차를 합쳐 도산절차라고도 부른다.

회사 관계자는 “주 채권자에게 위험신호를 고지하고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이 급작스럽게 진행하는 법정관리와 같이 비춰져 안타깝다”고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어쨌든 한경희측의 공식 입장은 유동성 위기를 극복할 자신이 있다는 얘기다. 

“스팀 청소기시장이 큰 것은 아니지만 아직 중국의 미세먼지 등 환경적인 문제로 매출이 증가세에 있고 17년 동안 쌓아온 제품의 개발능력과 노련한 인적구성이 있는 만큼 충분히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이 관계자는 말했다.  

하지만 업계 반응은 조심스럽다. 워크아웃 신청에 앞서 외부투자자 유치를 추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를 생산 부문과 유통판매 부분으로 나누고, `브랜드가치가 있는` 유통판매 부문에 대해 투자를 받는 방안을 추진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경희 생활가전`의 브랜드 파워가 살아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웬일인지 한경희 측이 외부 투자자 유치의 문을 닫고, 워크아웃 신청으로 선회한데 대해 업계는 의아하고있다. 꽤나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였다는 것. 

업계 관계자는  "한경희 브랜드가 인지도가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좋은 평판을 갖고 있는지는 논란이 있다"고 말했다. 인지도는 높은데, 가치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는 얘기다.

이는 워크아웃을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한 후,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기준이 될 전망이다. 

관건은 한경희 대표이사를 포함한 경영자들의 경영능력과 기술력을 내포한 `한경희` 브랜드의 가치. 살아있다면 채권은행의 후한 평가를 받아 위기극복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제품 하자와 반품 등 원천기술과 아이디어가 빈약하다는 부정적 평가가 나온다면, 다시 말해 가치는 고사하고 나쁜 인지도가 확인된다면 험한 길로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이 의뢰한 회계법인의 실사가 호락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