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이 대세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지난 CES 2017을 강타한 아마존 알렉사의 열풍은 도래하는 인공지능 시대의 서막을 열기에 충분했다는 평가다. 이제 일상의 영역을 넘어 초연결의 사물인터넷 시대를 준비하는 우리는 인공지능의 파괴력을 단숨에 목도하기에 이르렀다.

삼성전자 이인종 부사장의 역사적인 멘트에서 힌트를 얻어보자. 지난해 이인종 부사장은 비브랩스 CEO와 함께한 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이제 우리의 아이들은 이렇게 말할 것이다. '어떻게 인공지능 없이 살았어요?" 스마트폰 검색창을 열심히 손가락으로 누르며 "옛날에는 어떻게 스마트폰 없이 살았어?"라고 묻는 것처럼.

▲ 출처=위키미디어

스마트폰 시장의 애매한 움직임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동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은 역성장이 유력한 상태다. 그런데 분기별 자료를 보면 이상한 점이 포착된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의 분기 보고서인 마켓 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성장동력이 살짝 보인다.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일단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른 것은 확실해보인다. 하지만 근 2, 3년전부터 스마트폰 시장의 양극화 1단계가 시작되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상황을 보면, 쭉 이어지던 프리미엄 스마트폰 일변도에서 중국을 중심으로 중저가 라인업의 발전이 두각을 보였고, 이런 상태에서 마진이 떨어지는 중저가에 방점이 찍히며 전반적인 수익성이 하락했다.

그런데 프리미엄의 가치가 완전히 퇴색된것은 아니다. 즉 프리미엄과 중저가의 니즈가 양립하며 단기적 관점에서 시장의 존재감이 나름 지켜졌다는 뜻이다. 여전히 애플의 아이폰이 맹위를 떨치고 갤럭시 시리즈가 최강의 존재감을 자랑하는 상황에서 1세대 중저가의 다크호스인 샤오미가 주춤한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하지만 최근 샤오미의 뒤를 이어 비보 및 오포가 강하게 치고 올라오면서 프리미엄과 중저가의 양립이 흔들리는 분위기다. 샤오미의 중저가 라인업이 두각을 보이던 당시 '프리미엄의 시대는 끝났다'는 일종의 설레발이 이제야 1단계로 간신히 접어드는 분위기다. 여기서 프리미엄 제조사들의 고민이 깊어진다.

어차피 포스트 스마트폰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서 스마트워치에 대한 기대감은 장기적 관점으로 밀어두어야 하는 상태다. 피트니스 및 간편결제의 존재감을 스마트워치 등에 탑재해 마진율이 높은 웨어러블 시장을 형성하려는 기대감은 고조되고 있으나 이를 포스트 스마트폰의 대상으로 엮어버리기에는 그 간격이 너무 넓기 때문이다. 게다가 마진율이 높은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당장 포기할 수는 없다.

구세주일까. 여기서 인공지능이 나왔다.

▲ 출처=픽사베이

스마트폰+인공지능 방정식
스마트워치는 스마트폰과 비슷한 방식으로 인공지능 등의 차세대 기술력을 체화할 가능성이 높으며, 무엇보다 웨어러블이라는 가치가 있다. 하지만 여기에 대한 상황판단은 일종의 투트랙 전략으로 치부한 상태에서 최근 제조사들은 스마트폰에 인공지능을 담아내는 방식으로 나름의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먼저 트랜드다.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은 지난 11닝 2017 첨단기술·미디어·통신산업(TMT)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판매되는 스마트폰 5대 중 1대는 인공지능이 담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역으로 '이 방법 외에는 도리가 없다'는 상황인식으로 이어진다.

비브랩스를 인수한 삼성전자의 존재감이 눈에 들어온다. 올해 출시되는 갤럭시S8에는 비브랩스의 인공지능이 삽입될 것으로 보인다. 비브랩스는 독창적인 개방형 인공지능 플랫폼을 개발한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호세에 위치해 있다. 인공지능 전문가인 다그 키틀로스(Dag Kittlaus), 아담 체이어(Adam Cheyer), 크리스 브링험(Chris Brigham)에 의해 2012년에 설립되었으며 독특한 방식으로 인공지능에 접근해 흥미롭다.

비브의 인공지능 플랫폼은 외부 서비스 제공자들이 자유롭게 참여해 각자의 서비스를 자연어 기반의 인공지능 인터페이스에 연결할 수 있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다는 뜻이다. 개방형이라는 것은 인공지능이 기능을 가지는 것을 넘어, 고객의 입장에서 사용자 경험의 확장을 크게 신장시킬 수 있는 개념까지 포함한다. 다양한 플레이어들이 인공지능 플랫폼에서 스스로의 기능적 솔루션을 고도화시키고 플랫폼을 강화할 전망이다. 삼성전자가 갤럭시S8에 탑재할 인공지능 비서는 '빅스비'로 알려졌다.

▲ 출처=삼성전자

그런 이유로 막강한 가전제품 제조 경쟁력을 확보한 삼성전자는 비브 인수를 통해 향후 인공지능 서비스를 구축할 핵심 역량을 내부 자원으로 품어낼 전망이다. 이를 통해 모든 기기와 서비스가 하나로 연결되는 인공지능 기반의 개방형 생태계(Open Ecosystem) 조성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다그 키틀로스 CEO는 "지금 우리가 개발하는 플랫폼은 굉장히 대화적인 인터페이스"라며 "비브는 가능성이 무궁한 첫 오픈 시스템을 제공할 것이며, 이 플랫폼이 있게되면 인공지능 어시스턴트가 당신을 위해 엄청나게 많은 일들을 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이인종 부사장은 "삼성과 비브는 이제까지 없었던 인공지능 플랫폼을 형성하기 위해 함께 하고 있다"며 "이 플랫폼에서는 제3의 개발자가 자신들의 서비스 역량을 추가함으로써 그들의 서비스를 고객들에게 더 광범위하게 제공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모바일 시대까지, 대부분의 솔루션은 디바이스가 제공하는 메뉴나 기능에 사람이 맞춰 써야하는 패러다임이 고착화된 바 있다. 반면 인공지능을 활용하면 여러 디바이스와 서비스를 접목해 더욱 실생활에 가까운 서비스를 전개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인간이 생각하고 인간이 세상과 소통하는 방식과 유사하게 인터페이스 등을 만들 수 있다는 뜻이다.

LG전자도 인공지능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 CES 2017에서 가전 및 로봇의 경쟁력을 대거 공개한 상태에서 인공지능을 결합한 프리미엄 스마트폰 LG G6의 등장이 유력하다. 모듈식 LG G5형을 포기하는 대신 인공지능 대세에 합류하는 셈이다.

재미있는 점은 AS에 인공지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분위기다. 올해 1분기부터 스마트폰 원격 AS에 머신 러닝(Machine Learning), 빅데이터 분석 등 최첨단 인공지능 기술을 순차적으로 도입한다는 설명이다. 분석 정확도 제고 및 데이터 처리 속도 향상, 고객별 맞춤형 서비스 제공 등에 있어 강점이다. 컴퓨터가 스스로 데이터를 모으고 분석하며 해결책을 찾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사후서비스가 더욱 정교하고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LG전자는 스마트폰 고객의 AS센터 방문 이유 중 80% 이상이 단순 문의나 소프트웨어 문제라는 점에 착안했다는 후문이다. 한국형 AS 솔루션에 인공지능이 삽입될 이유가 더 확실해졌다. 물론 이러한 방법론에 '인공지능 기술력을 덧대었다'는 평가를 내리는 것은, 다소 후한 분석이라는 말도 나온다. 단순한 AS 서비스 강화라고 봐도 무리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제조사의 강점 중 하나인 AS를 인공지능 기술력으로 커버하는 대목은, 인공지능을 기능적 강점으로만 체화하는 다른 제조사와 다른 차별성을 보여준다는 설명이다.

▲ 출처=LG전자

삼성전자와 LG전자 스마트폰 인공지능 방법론은, 그 파괴력을 스마트폰 외 기기로 빠르게 전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스마트폰뿐 아니라 무인항공기, 태블릿, 자동차, 의료도구를 비롯해 사물인터넷(IoT) 등에도 '머신러닝' 적용이 확대될 것이라고 전한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의 보고서와 정확하게 일치한다. 특히 하만 인수에 나선 삼성전자의 경우 전장사업을 비롯해 스마트홈 완전체를 구축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을 전망이다.

애플도 아이폰에 인공지능을 담아낸다는 복안이다. 이미 시리를 통해 인공지능 비서의 가능성을 모색한 상태에서 올해 아이폰 10주기를 기념해 대대적인 업그레이드에 나선다는 뜻이다. 이미 안드로이드의 구글도 인공지능 퍼스트 기조를 통해 픽셀 등을 통해 나름의 존재감을 불어넣었다. 증강 및 가상현실 등 다양한 인프라를 덧대는 분위기다.

안드로이드의 아버지 앤디 루빈이 '에센셜(Essential)'이라는 회사를 바탕으로 인공지능 스마트폰을 준비하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인공지능에 로봇, 증강현실 등을 담아낸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안드로이드와 iOS 외 새로운 운영체제의 등장도 예고되는 가운데 앤디 루빈의 파괴력에 시선이 집중된다.

지난해 11월 아너 매직을 통해 인공지능 기술력을 보여준 화웨이는 CES 2017에서 인공지능이 담긴 메이트9을 공개하기도 했다. 알렉사와 협력했으며 다양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 출처=위키미디어

양쪽의 결합은 어떤 방향성일까
스마트폰에 담기는 인공지능의 강점은 그 주체가 어디인가를 통해 본원적 실체에 접근할 수 있을 전망이다.

먼저 다양한 가전제품 인프라를 가진 제조사의 경우 스마트폰에 인공지능을 담아 일종의 스마트홈 허브를 완성할 수 있을 전망이다. 물론 굳이 허브일 필요는 없지만, 가장 대중적인 스마트 기기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TV 및 오디오, 주방제품 등과 연동되는 빠른 생태계 구축이 가능하다. 여기에서 삼성전자처럼 독자적인 스마트홈을 구축하는 경우도 생기며 알렉사와 협력하는 LG전자도 자체적인 운영체제를 키우는 상황에서 일종의 투트랙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

스마트폰과 운영체제를 가진 애플은 독자적인 기술 고도화를 통해 나름의 한 방을 노릴 수 있다. 아마존의 알렉사 등은 스마트폰과 그 외 생태계에 적극적인 개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도 아니면 '바이키'의 노키아처럼 전용 스마트폰 인공지능 기술력을 키우는 방식도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코타나는 자체 하드웨어 제작을 일정정도 포기하는 상황에서 일종의 솔루션 제공으로 외연을 키우는 방법론을 가지고 있다. 물론 앤디 루빈의 실험은 운영체제의 강점을 오가며 단숨에 프리미엄으로 향하는 구글식 방식이 유력하다.

누가 이길까? 예단할 수 없지만 일단 초연결의 4차 산업혁명도 지금의 모바일 생태계 패권이 그대로 전이될 것이라는 전제가 유력하다. 그렇다면 현재의 생태계 존재감이 온전히 전이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고, 이렇게 되면 '선점하는 자가 이긴다'는 오래된 공식이 완성된다. 물론 후발주자들은 독자적 생태계를 꾸리거나 적극적인 협공으로 길을 찾을 수 있다.

인공지능을 담아내는 스마트폰의 실험이 스마트폰 시장의 연속성을 보장할까. 아니면 그 이상으로 향하는 징검다리일까. 이 부분도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