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花落香留, 30×25㎝(each) Acrylic on canvas, 2015

 

불혹(不惑)이 되던 해 불애 손동준(Bul-Ae Son Dong-Jun)은 중국 유학의 길을 결심한다. 유학 떠나기 10일 전에야 가족에게 얘기를 전했을 정도로 마지막 순간까지 고민의 연속이었다. 마침 어머니마저 병원 중환자실에 계셨음에도, 남은 돈을 병원비에 보태라며 동생에게 건넨 뒤, 단돈 50만원을 들고 중국 유학길에 오른다. 결국 유학 중이던 그해 10월 어머니의 임종도 지키지 못하게 된다. 그로 인한 뼈를 깎는 노력과 절실함은 오늘의 ‘중국정부 서법장학생 박사 1호’ 손동준을 만들어 준 밑거름이 되었다.

 

▲ 193.9×130.3㎝, 2012

 

현재는 중국 랴오닝성(Liaoning, 遼寧省, 辽宁省) 판진시(Pánjǐn Shì, 盘锦市) 예술촌에 유일한 외국인 입주 작가로 머물고 있다. 판진시의 가장 번화한 시내에 위치한 이 예술촌은 중국 전역에서 선발된 100여명의 작가들에게 작업실과 아파트를 제공한다. 또한 전시장과 각종 문화관련 시설이 한 데 어우러진 3만평 규모의 복합문화단지이다. 이곳에 입주할 당시에도 ‘구양중석 교수와의 졸업사진’은 그를 신뢰할 수 있게 한 결정적 단초를 마련해주었다. 덕분에 그의 작업실 겸 화랑은 랴오닝성을 대표하는 수많은 유명 인사들이 빼놓지 않고 찾는 명소가 되었다.

 

▲ 30×20㎝(each), 2014

 

일중 선생의 서예정신을 기려 제정된 ‘일중서예상(一中書藝賞)’은 일중기념사업회에서 2년에 한 번씩 원로서예가 1명(일중서예상), 청년서예가 1명(일중서예우수작가상)을 선발하여 수상자에게 초대전을 후원해주는 수상제도이다. 손동준(SON DONG JUN)작가 역시 ‘한국서단에서 최고의 명예스러운 상을 받게 된 것이 개인 필묵인생에서 가장 영광스러운 일’이라고 자평하고 있다.

 

▲ 100×250㎝, 2012

 

“읽어야 하는 부담스러운 서예 전시가 아니라, 보는 즐거움과 느끼는 과정의 재미를 더한 전시의 가능성에 주목해 보았습니다. 그러한 취지에서 이번 작품들은 시각적 효과를 강조하였고, 필선(筆線) 또한 평면이 아닌 입체적 효과를 강조하였습니다. 조형적 구성면에서도 기존의 구도나 붓의 운용법 등에 얽매이지 않고자 노력했습니다. 궁극적으로 ‘서예는 꼭 문방사우여(文房四友)만 된다’는 통념을 극복하는 방안을 찾는 과정이라 하겠습니다.”

 

▲ 110×300㎝, 2011

 

“서단(書團)의 가장 시급한 문제는 한국 사회에서 서예에 대한 정체성을 찾는 일입니다. 과연 한국사회에서 서예가 필요 없는 예술일까요? 저는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엔 아직도 사회의 많은 구성원들이 서예가를 신임하고 존중하며, 서예를 진정으로 배우고 싶어 하는 애호가가 적지 않다고 봅니다. 어쩌면 불황의 늪에서 힘겨워 하는 기성 미술시장보다, 서예문화의 수요시장이 지닌 잠재적 발전 가능성이 더 크다고 믿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가장 시급한 것 중의 하나는 서예전문 큐레이터의 양성처럼 중개적인 채널을 확장해 나가는 것이 아닐까요. 물론 그 이전에 서예가 스스로 ‘전통성 내면의 본질은 존중하되, 끊임없이 새로운 트렌드를 리드할 수 있는 창의적인 노력’을 겸비해야 할 것입니다.”

△글=김윤섭(한국미술경영연구소장, 미술사 박사)

 

▲ 손동준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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