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올해 상반기중 채무자가 개인회생 절차에서 빚을 변제하는 기간이 5년에서 3년으로 단축되는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채무자의 변제 부담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가계 부채 증가로 인한 사회 불안이 커지자, 채무자 권익을 보호하는 법률 개정안이 잇따라 발의되고 있다. 그러나 탄핵 정국 등으로 국회 활동이 위축된데다 금융산업계의 반발 등으로 이들 법안의 통과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13일 국회에 따르면 가계 대출을 받은 서민들의 지위를 단순한 채무자가 아닌 신용소비자로 격상, 보호하는 것을 골자로 한 `소비자신용 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지난해 12월 발의됐다. 대표발의자는 제윤경 더불어 민주당의원(국회 정무위 소속).

이에 앞서 지난해 11월 같은 당의 정성호 의원(법제사법위원회 소속)은 개인회생절차에서 변제기간을 5년에서 3년으로 단축하는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통합도산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초과 대출 연체시, 금융사 청구 못하게

제 의원 등이 발의한 소비자신용 관련법 개정안은 우선, 금융기관이 대출해줄 때 대출신청자의 대출금 사용처를 비롯, 돈을 제대로 갚을 수 있는지를 기재하는 ‘변제능력평가서’를 작성해야 한다.

따라서 은행이 대출을 할 때 이 평가서에서 정한 소비자의 상환능력보다 많이 대출을 하지 못하도록 했다. 특히 상환여력을 초과한 대출금이 연체될 때에는 변제능력을 잘못 평가한 금융기관이 초과 대출금에 대해 청구할 수 없도록 개정안에 명시했다.

이 법안에는 소비자가 가계대출을 연체했을 때, 금융기관의 연체독촉에 대응하기 위해 변호사를 채무자의 대리인으로 선임할 수 있다. 채무자가 대리인을 선임해 금융기관에 통지하면 금융기관은 소비자에게 직접 연락하지 못하고 대리인에게만 연락해야 된다.

대출금 상환이 실업, 질병, 사고 등 위기상황으로 연체되었을 때 대출금에 대한 조정을 요청할 수 있다. 대출금조정 방식은 상환기간 연장, 분할상환, 대출금 감면 등이다.

제윤경 의원 측은 “막연히 죄의식 있는 채무자가 독촉이라는 압박 속에서 금융소비자로서의 법적지위 내지 권한을 알지 못해 받는 불이익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는 점에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금융소비자들은 채권 상황의 변화에 따라 채무자 지위도 열악하게 변하기도 한다”며 “채권자가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권 임을 뻔히 알면서 채무자에게 돈을 갚으라고 청구하는 경우가 있는데, 채권의 소멸시효가 무엇인지 잘 모르는 채무자가 이 때문에 고통 받은 것이 대표적”이라고 지적했다. 제 의원측은 “전 금융권을 상대로 채무자 대리제도를 확대하는 것은 채권자의 기만적 행위를 방어하는데 효과가 있다” 고 덧붙였다.

물론 대출을 받은 채무자가 의도적으로 돈을 갚지 않기 위해 제도를 악용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제 의원측은 이에 대해 “금융소비자가 위기의 상황에서 채무의 상환을 포기하거나 자살을 하는 등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는 것보다 대리인을 통해 보다 적극적으로 상환 방법을 채권자와 협의한다면 더 긍정적일 것”이라면서 “금융도 사회 속에서 존재하는 것이지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므로 신용소비자가 채무 상환을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개정법안 통과가 아직은 불투명하다. 제 의원측 관계자는 “현재 탄핵 정국으로 인해 법안 심사활동이 어려운 것이 사실”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가계부채가 심각한 상황에서 민생관련 법안이 발에 묶여 있어 우려스럽다”며 “대부분 채무가 있는 서민들에게 중요한 법안인 만큼 법안 통과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변제기간 5년→ 3년 단축, 통과가능성 있어

이에 앞서 지난해 11월 같은 당의 정성호 의원(법제사법위원회 소속)은 개인회생절차에서 변제기간을 단축하는 통합도산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인회생절차는 채무자가 과도한 빚으로 정상적인 상환이 어려울 때 법원에 채무를 조정해 달라고 신청하는 제도이다. 채무자는 월 소득에서 생활비를 빼고 나머지 돈을 매달 상환하겠다는 계획안을 법원에 제출하게 된다.

정 의원 측 관계자는 “현행 법률상 5년이라는 변제기간으로 인해, 채무자가 변제를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는 현실을 고려한 것‘이라고 법안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법률개정안에 함께 참여한 백주선 변호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속)는 “현행 법률상 개인회생 변제기간이 길다는 비판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라며 “변제기간을 단축하면 채무 금액이 현행 법률보다 많이 감면되는 효과가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제도를 운영하는 미국과 일본의 경우 변제기간은 3년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 법 개정안은 특히 가계 부채 증가로 개인회생 절차를 이용하는 채무가 급증하는 가운데 발의된 것이어서, 통과여부가 주목된다. 

정 의원측은 종래 파산절차가 지연되는 문제를 감안, 채권자의 이의가 없으면 빨리 면책을 내려 주도록 하는 조항도 개정안에 포함시켰다.

현행 파산절차는 채권자가 근거 없이 의혹만을 제기해 확인과정을 거쳐야 한다. 앞으로는 이의를 제기하는 채권자가 명확한 근거를 제시할 경우에만 법원의 확인절차가 진행될 전망이다.

정 의원측 관계자는 “개정된 법률안은 특별한 반발이 없어 이르면 상반기 중 법안이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채무자 대리인, 시민단체도 포함`, 업계 반발

정 의원은 이와 함께 채권 추심을 받는 채무자의 방어권을 보장하는 공정채권추심에 관한 법률의 개정안도 발의했다.

이 개정안은 채무자가 변호사 뿐만 아니라 일정한 조건을 갖춘 시민단체도 채무자의 대리인으로 선임할 수 있도록 했다.

개정안에 참여한 백주선 변호사는 “채권자는 추심을 위해 신용정보회사 등을 대리인으로 선임할 수 있도록 하면서도 채무자에게는 방어권을 보장하지 않는 것은 공평의 원칙에서 벗어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역시 채무자가 제도를 악용할 가능성이 있는데 대해 백 변호사는 “파산이나 회생절차를 이용하는 것 보다 자율적 채무조정의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정 의원 측은 “기존에 채권추심을 주 업무로 하는 신용정보회사들이 반발하고 있어, 공청회를 거치는 등  논의를 더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