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진출한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시름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국내 배터리 업계 양대 산맥인 삼성SDI와 LG화학은 해외 배터리 시장에서 제품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만 중국 규제에 발목 잡혀 불확실한 상황에 놓여있다. 특히 전기자동차에 공급되는 자동차 전지 분야에서 해당 기업들의 중국 법인 적자 규모가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어 업계의 우려가 가중되고 있다.

삼성SDI와 LG화학은 지난 2014년 중국 전기차 성장에 힘입어 중국 시장에 동시에 진출했다. 두 기업은 중국에 법인을 설립한 지 3년이 지난 시점에서 당초 계획대로라면 안정된 매출을 올려야 하지만 규제에 가로막혀 앞으로도 불확실한 상황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해 11월 중국 정부는 배터리 생산능력 기준을 ‘연간 0.2GWh(기가와트아워)에서 8GWh’로 40배 늘리고 모범 기준을 통과하지 못한 업체의 배터리를 탑재한 차량에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기로 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중국에 법인을 둔 두 기업의 상황이 더욱 악화됐다. 현재 삼성SDI와 LG화학의 연간 생산능력 기준은 각각 2~3GWh 수준으로 기준에 턱없이 모자라는 상태다. 아울러 두 기업은 중국에 자동차 전지 법인을 설립한 이후 지금까지 적자가 지속돼고 있다.

삼성SDI, 중국 자동차 전지 법인 두 곳 3년간 적자 지속

▲ 삼성SDI 자동차 배터리 셀. 출처=삼성SDI

삼성SDI는 지난 2014년 7월, 중국 시안 지역에 삼성SDI-ARN Power Battery 법인을 설립해 3년이 지난 현재 시점까지 약 287억원의 누적 적자를 기록했다. 해당 법인의 2016년 3분기 자산 규모는 전년 대비 29.2% 증가했다. 증가한 자산 규모 대비 해당 법인의 실적은 3년 연속 역성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15년 창춘에 설립한 삼성SDI Power Battery 법인 역시 설립 이후 2016년 3분기 시점까지 매출을 올리지 못해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누적 적자 규모는 약 24억원이다. 해당 법인은 올해부터라도 설립 초기에 든 고정비를 회수하기 위해 매출을 올려야 하지만 규제에 가로막혀 적자 폭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밖에 삼성SDI는 중국에서 2차 소형전지, 전자재료제품, 신재생에너지인 ESS 법인을 두었지만 전반적으로 실적이 둔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요 기반 악화가 가장 큰 원인으로 풀이된다.

LG화학, 난징 자동차 전지 법인 3년간 적자 지속

▲ 출처=LG화학

LG화학은 지난 2014년에 중국 난징 지역에 자동차 전지를 제조하는 LG Chem New Energy Battery 법인을 설립했다. LG화학도 삼성SDI와 마찬가지로 3년간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누적적자 규모는 119억5300만원에 달한다.

특히 해당 법인은 2016년 3분기 기준 자산 규모가 2015년보다 2배 이상 급증했다. 같은 기간 부채 규모는 4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보아 투자를 확대한 것으로 분석된다. 해당 법인도 올해부터는 적자를 만회해야 하지만 규제에 막혀 앞으로도 불확실한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SK이노베이션, 자동차전지 부문 진출하고 싶지만 ‘발만 동동’

한편 SK이노베이션도 지난해부터 중국에 전기차 배터리 사업부 진출을 도모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시작도 못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중국 시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 중국 시장 진출에 긍정적인 뜻을 내비쳤다. 삼성SDI, LG화학, SK이노베이션의 중국 법인이 자동차 전지의 규제 강화 속에서 어려움을 극복 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