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에도 제약사들의 연구개발(R&D) 파이프라인에 대한 관심이 이어질 전망이다. 그 중에서도 상용화 단계에서 더 큰 가치를 낼 수 있는 '신약'에 이목이 모아지고 있다. 이에 올해 의약품 시장 전망과 국내에서 이제까지 허가를 받았던 신약부터 향후 국내 및 글로벌 시장에서 허가를 기다리는 신약까지 로드맵을 정리해 봤다.

주요 제약사, 어떤 신약 개발하고 있나

신약을 개발해서 자체 가치를 높이거나, 개발 도중 글로벌 제약사에 기술을 수출하는 흐름은 올해도 이어질 전망이다. 

하태기 SK증권 연구원은 "2015년부터 증가된 R&D 투자 결과로 주요 제약사 신약 파이프라인이 느리지만 꾸준하게 진전될 것"이라며 "상위 제약사는 시장이 큰 선진국으로 진출하기 위해 글로벌 신약 개발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고 파머징 시장에 진출하는 제약사도 있다"고 설명했다. 

구완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에는 영업이익과 연구개발비용을 합한 수치가 증가하는지에 관심이 모아질 것"이라며 "매력적인 신약 파이프라인 포트폴리오를 갖추었는지가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주요 제약사들은 어떤 신약을 개발하고 있는지 살펴보자. 한미약품 파이프라인 중 주목 할만한 신약은 일곱 개 정도가 있다. 주로 파트너사와 계약이 된 것들이다. '포지오티닙(Poziotinib)'은 미국 스펙트럼과 중국 루예에 라이선싱 된 것으로 다중표적 항암신약이다. 현재 미국에서 임상 2상을 진행하고 있다. 일라이릴리에 기술 수출한 면역질환치료제 'HM71224'도 미국 임상 2상에 진입했다. 

사노피에 기술 수출한 것은 세 가지로 당뇨신약이다. '퀀텀프로젝트'로 3개 후보물질은 각각 GLP-1 계열 지속형 당뇨신약인 '에페글레나타이드', 주 1회 제형의 '지속형 인슐린(LAPS-Insulin115)', 에페글레나타이드와 LAPS-Insulin115를 결합한 주 1회 제형의 '인슐린 콤보(LAPS-Insulin Combo)'다. 에페글레나타이드는 미국 임상 3상을 준비 중이며 나머지 두 개는 1상을 준비 중이다. 

얀센과 계약한 당뇨-비만치료제 'HM12525A'는 글로벌 임상 1상을 준비 중이다. 제넨텍에 기술 수출한 RAF 표적 항암제 'HM95573'도 있다. 

▲ 출처=SK증권

지난해 12월 동아에스티는 애브비에 면역항암제 'DA-4501'을 기술 수출했다. 큐비스트와 기술 계약 한 수퍼항생제 ‘시벡스트로’는 미국에서 폐렴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큐비스트는 2014년 MSD에 인수됐다. 

토비라에 기술 수출한 당뇨신약 '슈가논'은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토비라는 지난해 9월 보톡스로 유명한 아일랜드 앨러간이 약 17억달러(약 2조원)에 인수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번 인수로 해외 판매 확대에 대한 기대를 받고 있다. 

그 외에 자체 개발 중인 파킨슨병치료제 'DA9805'는 미국 임상 2상 IND 승인을 목표로 하고 있고, 당뇨병성신경병증치료제 'DA9801'는 미국 임상 2상을 마쳤다. 

녹십자의 경우 자체 개발 중인 면역글로블린 'IVIG-SN'이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현재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헌터증후군 치료제 ‘헌터라제’는 두 개 파이프라인으로 나눠 국내에서 임상 3상이 진행된다. 미국에서는 임상 2상에 들어간다. 

SK케미칼의 혈우병치료제 '앱스틸라(NBP601)'도 있다. 다국적 제약사 CLS에 기술 수출 한 것으로 미국에 이어 캐나다와 유럽에서 판매 허가를 획득했다. 스위스와 호주 등에서도 허가를 기다리는 중이다.

SK바이오팜은 뇌전증치료제 'YKP3089'와 기면증 치료제 'SKL-N05'의 미국 3상을 진행 중이다. 

중외제약은 표적항암제인 'Wn항암제'가 미국 임상 1상 완료 단계다. 바이로메드는 중증하지허혈증과 당뇨병성신경병증 치료제인 'VM202'가 미국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종근당은 이상지질혈증치료제 'CKD519'가 미국 임상 2상을 준비 중이다. 헌터증후군 치료제인 'CKD504'는 미국에서 1상을 계획하고 있다. 관절염 치료제 'CKD506'은 유럽 임상 1상을 림프종치료제 'CKD581'은 국내 임상 IND 승인을 완료하고 임상 개시를 준비 중이다.

▲ 혈우병 치료제 앱스틸라/ 출처=SK케미칼

올해 허가 기대되는 신약은?

SK케미칼의 혈우병치료제 '앱스틸라'는 올해 처음으로 유럽 허가 소식을 전했다. 국내에서 개발한 바이오 신약으로는 최초로 유럽에 진출하게 됐다. 미국과 캐나다에서도 허가를 받은 제품으로, 로열티 수입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다음으로 올해 허가를 받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것은 녹십자의 면역글로블린 'IVIG-SN'이다. 현재 미국 FDA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지난해 허가를 받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추가 자료 보완 요청으로 시기가 늦어졌다. 올해 하반기 허가를 목표로 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코오롱생명과학의 퇴행성관절염치료제 '인보사' 허가가 기대된다. 업계에서는 올해 안으로 허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본 미쓰비시다나베제약과 기술 수출 계약도 체결해 별도 수익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퇴행성관절염치료제는 줄기세포 치료제와 시장 점유율을 나눠야 하는 상황이라는 전망도 있어서 매출에 대한 기대는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올해 허가가 나올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임상 3상이 거의 끝나갈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신약도 있다. 

SK바이오팜의 'YKP3089'와 'SKL-N05'다. 계획대로라면 뇌전증치료제인 'YKP3089'는 올해 임상을 마치고 미국 FDA 에 신약 허가를 신청하는 것이 목표다. 시판에 성공한다면 연매출 1조원 이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SKL-N05'는 수면장애 기면증 치료제로 역시 올해 임상을 마치고 신약 허가 신청을 낼 계획이다. 지난 2012년 미국 FDA로부터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됐다. 미국 재즈파마(Jazz Pharmaceuticals)가 기면증 및 수면무호흡증으로 인한 주간 졸림증을 적응증으로 임상 3상을 주도하고 있다. 

한미약품이 사노피와 계약한 에페글레나타이드도 임상 3상에 들어서 내년까지 결과가 나올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현재는 생산 일정 차질로 임상 3상이 지연된 상태다. 

신약 개발은 여러 가지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많은 신약이 개발 단계에 있지만, 임상 결과가 원하는 대로 나오지 않는다면 상업화까지 가지 못할 수도 있다. 혹은 임상 시험이 너무 길어져서 경쟁력을 잃을 수도 있다. 그 과정에서 신약 개발 도중 후보물질을 기술 수출 하기도 하지만 그 이후에도 임상은 계속되기 때문에 불확실성은 언제나 있다고 봐야한다. 

하지만 신약에 대한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개발은 지속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판단된다. 한 제약사와 제약 산업을 볼 때 단순히 파이프라인이 있다는 것만으로 기업 가치를 판단하기는 쉽지 않지만, 올해에는 글로벌 시장으로 도약할 가능성을 가진 신약 파이프라인을 보유한 기업들이 주목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