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골 우려먹듯 한다”는 말이 있다. 몇 번을 끓여 내도 사골 뼈의 영양분이 계속 국물에 우러나는 것을 보고 어떠한 한 가지 소재를 오랜 시간동안 여러 번 활용한다는 것을 빗댄 말이다. 고전이라 불리우는 콘텐츠도 이와 같아서 이야기의 근원이 되는 아이디어 즉, 원작(原作)이라는 ‘사골’을 우려내 다양한 작품들로 재탄생된다. 이는 원작의 인지도로 많은 이들에게 친숙한 스토리라인을 제시함으로써 접근의 벽을 낮추는 효과가 있는 반면, 때로는 단순 스토리의 반복으로 오히려 원작의 가치를 훼손한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는 ‘양날의 검’과 같다.

이러한 양면성에도 불구하고 오랜 시간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콘텐츠들이 있었고, 그들에게는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었다. 그것이 바로 세계관이다. 이번 시간에는 게임 원작을 바탕으로 영화까지 만들어진 ‘어쌔신 크리드(Assassin’s Creed)와 SF 영화의 전설 ‘스타워즈(Star Wars)’의 세계관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 출처= 네이버 영화

어쌔신 크리드 “인류의 역사, 그리고 정의란 무엇인가”

어쌔신 크리드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2D 고전 게임 페르시아 왕자(Prince of Persia)를 풀 3D 게임(페르시아 왕자: 시간의 모래)으로 재탄생시킨 미국의 게임 제작업체 유비소프트(Ubisoft)가 만든 액션 롤플레잉 게임이다. 

어쌔신 크리드는 ‘암살자의 신념’ 이라는 제목의 의미에서 알 수 있듯 주인공 ‘암살자’가 적들을 제거하고 주어진 임무를 완수하는 방식의 게임이다. 이러한 게임의 설정 자체는 동시대의 다른 액션 게임들과 크게 차별된 요소는 아니었지만 어쌔신 크리드는 여기에 실제 역사적 사실들을 배경으로 삼아 게임 이용자들을 스토리에 몰입시켰다. 어쌔신 크리드의 주인공이 속해있는 암살단은 15세기에 실존했던 정통 이슬람에 반대하는 집단 ‘하사신’을 모티브로 한다. 그리고 현재까지 출시된 9개의 시리즈는 모두 과거의 실제 사건들을 배경으로 삼고 있다. 예를 들면 첫번째 작품 ‘어쌔신 크리드’의 배경은 1191년 제3차 십자군 원정을, 2번째 작품 에서는 십자군 원정에서 이교도들을 잔혹하게 탄압했던 템플 기사단과 암살단의 대립을, 8번째와 9번째 작품에서는 각각 프랑스 혁명 시기의 파리와 산업혁명 시기의 영국을 배경으로 하는 등이다. 이렇듯 사실적인 배경과 정교하게 짜여진 시나리오는 게임으로만 두기에는 아까운 원소스로 여겨지면서 어쌔신 크리드는 영화로 만들어지게 된다. 

▲ 어쌔신 크리드 게임에서 배경으로 표현된 역사적 사건들. 미국 독립전쟁, 유럽 해상 패권 쟁탈전, 프랑스 대혁명. (위에서부터). 출처= 어쌔신 크리드 공식 홈페이지

영화 <어쌔신 크리드>는 암살자의 DNA를 가지고 있는 주인공을 각성시켜 유전자 속에 내재된 전투 본능을 일깨워내고, 그를 중세 스페인으로 보내 템플기사단과 맞서 싸우는 게임 두 번째 작품의 시나리오 라인을 따라간다. 십자군 원정 당시의 스페인은 이교도(이슬람)들에 대한 참혹한 탄압, 그리고 종교재판 등이 자행되던 인류의 가장 추악한 만행들이 자행되던 시기다. 영화의 주된 흐름은 암살단과 템플 기사단의 대립을 중심으로 이끌어지는데, 양 쪽 중 어느 한 쪽도 완벽한 선이나 악이 아니라는 점을 지속적으로 강조한다. 정의(Justice)를 해석하는 관점이 완벽한 질서에서 출발하는가, 혹은 무질서 속 자유에서 출발하는가에 대한 물음을 계속 던진다. 

로튼토마토는 영화 <어쌔신 크리드>에 대해 액션만을 지나치게 강조해 ‘매우 지루한 영화’라며 혹평했다. 그러나 영화나 원작 게임의 배경을 알고 자세하게 살펴보면 인류의 역사라는 방대한 세계관을 통해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한 심도 있는 접근으로 끊임없이 전달하는 메시지를 읽을 수 있다,      
                   
스타워즈 “SF 영화의 창세기” 

▲ 1977년 개봉한 최초의 스타워즈 영화 에피소드4 와 2017년 개봉한 스타워즈 최신작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 출처= 네이버 영화

지금의 스타워즈 시리즈를 만든 조지 루카스 감독은 <스타워즈(1977)>를 처음 개봉할 당시 영화가 이렇게 인기가 얻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당시 미국 영화계는 우주를 배경으로 설정한 자체를 받아들이지 못했고 ‘황당무계하다’는 이유로 스터워즈에 대한 혹평을 쏟아냈다. 여기에 조지 루카스 감독도 실망했는지 영화가 무사히 상영되기만을 바랐다. 그러나 모두의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 스타워즈는 흥행에 성공함과 동시에 1977년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11개 부문에 후보로 올라 7개의 상을 휩쓸어가는 등 기염을 토했다.  

이에 탄력을 제대로 받은 조지 루카스 감독은 그간 고이(?) 간직해온 스타워즈 시리즈의 방대한 스토리를 하나씩 풀어나가기 시작한다. 1980년 첫 작품의 후속편인 <스타워즈 에피소드 5: 제국의 역습>개봉에 앞서 <스타워즈>는 한 번 재상영 됐는데 이 때 조지 루카스 감독은 영화의 제목을 <스타워즈 에피소드4: 새로운 희망>이라고 소개한다. 재미있는 것은 왜 첫 작품이 에피소드4 부터 시작하게 되는지 정확하게 밝혀진 바가 없다는 것인데, 단순히 감독의 취향 탓 이라는 의견이 가장 지배적이다. 

스타워즈의 메인 스토리는 평화로운 우주 공화국이 무역 연합이라는 집단과 갈등에서 시작한다. 

조지 루카스 감독이 직접 영화 제작에 참여한 에피소드 4,5,6의 스토리는 크게 우주 공화국의 분열, 루크 스카이워커(Luke Skywalker)라는 영웅의 탄생, 그의 활약으로 다시 평화를 되찾는 공화국 정도로 나뉘는데 이를 ‘스타워즈 오리지널’ 이라고 부른다.  

▲ 레고 스타워즈 시리즈. 출처= 레고코리아

애초 작품의 에피소드 넘버링이 4,5,6으로 달린 만큼 1~3편에 영화 대한 여지는 남아있었고 오리지널 에피소드 이전의 이야기를 다룬 프리퀄(Prequel) 3부작(보이지 않는 위험, 클론의 습격, 시스의 복수)도 영화로 제작됐다. 여기까지만 해도 한 국가의 흥망성쇠와 복잡한 인과관계로 충분한 세계관이지만, 스타워즈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에피소드6 이후 이야기를 다룬 시퀄(Sequel) 3부작도 제작에 들어가면서 지난 2015년에는 에피소드 7에 해당하는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가 개봉하기도 했다.    

스타워즈 인기의 배경에는 권선징악이라는 단순 서사구조를 확장해 한 나라의 정치와 사상이 충돌하는 과정과 더불어 영웅의 고독한 성장과 사랑 이야기를 촘촘하게 맞춰 넣은 세계관이 있다. 스타워즈의 마니아들은 심지어 조지 루카스 감독이 인정하는 세계관과 그 외의 외전격 세계관에 등급을 매겨 가치를 평가하기도 한다.  

한편, 스타워즈는 단순히 영화 몇 편이 아닌 문화 콘텐츠 활용의 가장 좋은 사례로도 알려져 있다. 미국의 한 조사기관에 따르면 스타워즈는 77년 첫 작품을 개봉한 이후 현재까지 약 33조원의 수익을 올렸는데 이 중 영화 상영으로 올린 수익은 전체의 15%에 지나지 않는다. 스타워즈는 애니메이션, 게임, 장난감, 패션 등으로 광범위하게 활용되며 현재까지도 그 경제적 가치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