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특검의 마라톤 조사에 응한 후 13일 오전 귀가한 가운데, 다음 타깃은 최태원 SK 회장이 될 것이라는 말이 나와 눈길을 끈다. 삼성-최순실-박근혜 대통령(직무정지)로 이어지는 연결고리에서 뇌물죄 입증을 자신하고 있는 특검이 최태원 회장을 정조준하고 있다는 뜻이다.

먼저 SK의 미르 및 K 스포츠 재단 출연금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다만 SK가 해당 재단에 총 111억원을 출연했다고 특검이 이 부분만 따로 문제로 삼아 삼성 다음으로 SK를 정조준한 것은 아닐 것으로 파악된다. 미르 및 K 스포츠 재단에는 국내 대기업 대부분이 출연금을 낸 상태며 '민원이 없어 최순실 무풍지대'라는 말을 듣는 LG도 총 78억 원을 냈다는 점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특검은 총수 줄 소환 등 미르 및 K 스포츠 재단에 출연금을 낸 기업들을 면밀히 조사한다는 방침이지만 대가성을 입증할 수 있는 혐의 입증을 우선순위에 둘 것으로 예상된다. "권력의 힘에 눌려 어쩔 수 없이 출현한 것"이라는 기존 기업들의 주장도 검토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SK 입장에서는 면세점 특혜 및 최태원 회장 사면 과정에서의 '거래'가 문제다. 최태원 회장과 박근혜 대통령 면담 직후 면세점 선정 대상이 확대되는 등 일종의 특혜가 있었다는 의혹이 집중적으로 제기될 전망이다.

사면 과정에서의 거래 의혹은 더욱 선명하다. 뉴스타파에 따르면 SK는 최태원 회장이 지난 2015년 8.15 특사로 풀리기 전, 이미 해당 사실을 알았던 것으로 보인다. 김창근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2015년 7월 13일 당시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을 만나 최태원 회장의 사면을 부탁했고, 7월 20일 "경제수석님. 지난 번 말씀주신 내용에 대해 뵙고 논의드리고 싶습니다. 일간 뵐 수 있는 시간과 장소에 대해 말씀주시면 챙기겠습니다"는 문자를 보냈다는 뉴스타파의 보도가 의미있는 이유다.

나아가 김영태 부회장이 8.15 특사로 최태원 회장이 출소하기 직전 이미 출소를 기정사실화한 정황도 포착된다. 김 부회장은 수감된 최태원 회장과 면회하며 "분명하게 숙제를 줬다"와 "왕회장이 귀국을 결정했다" 등의 말을 했기 때문이다. 여기서 숙제는 SK가 최태원 회장 석방을 대가로 치뤄야 하는 대가, 왕회장은 박근혜 대통령을 의미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리고 최태원 회장은 8.15 특사로 석방됐다.

즉시 김창근 의장은 안종범 경제수석에게 "하늘같은 이 은혜를 영원히 잊지 않고 산업보국에 앞장서 나라 경제살리기를 주도할 것"이라며 "수석님의 은혜 또한 개인적으로도 잊지 않겠습니다"는 문자를 보냈다. 특검은 교도소 면회 당시 녹음된 녹취를 정밀하게 분석하는 한편, 이를 집중적으로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SK는 최태원 회장 석방 후 미르 및 K 스포츠 재단에 기부금을 출현하는 한편 광폭행보를 거듭한 바 있다. 당장 최태원 회장은 의정부 교도소에서 출소한 최 회장은 서울 서린동 SK 본사에서 김창근 의장 등 그룹 경영진과 만난데 이어 주말이자 광복절인 2015년 8월 15일과 16일에도 본사에 나와 경영진과 경제활성화를 위한 방안을 모색했다. 또한 17일 확대경영회의를 시작으로 대전과 세종 창조혁신센터를 방문하데 이어 대전 R&D센터, 이천 반도체사업체, SK이노베이션 울산콤플렉스도 찾았다.

▲ 출처=SK

2015년 8월 19일에는 '저소득 노인용 주택 ·복지 혼합 동(棟) 아파트 건설사업'에 3년간 1000억원을 투입키로 결정하기도 했다. 나아가 글로벌성장위원장인 유정준 SK E&S 사장, 박성욱 SK하이닉스 사장, 차화엽 SK종합화학 사장 등과 함께 중화권 일대를 돌며 사업적 외연을 확장하려는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SK하이닉스에 대한 대대적 투자계획도 나왔으며 이는 최근 낸드플래시 인프라 확대로 구현된 바 있다.

당시에도 최태원 회장의 이러한 파격행보는 큰 관심을 모았었다. "산업보국에 앞장서겠다"는 의지로 해석하는 일각의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SK는 '사전 딜'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다. SK는 "면회 이전 이미 언론보도나 다양한 루트를 통해 사면 대상에 최태원 회장이 포함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며 "숙제의 의미는 경제 살리기를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특검의 칼날이 SK를 정조준할 것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사면 이후 최태원 회장과 SK를 둘러싼 행보도 새삼 관심을 받고 있다.

2015년 10월 30일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합병이 공식 발표된 후 여기에 비선실세 최순실이 개입되었다는 의혹과, KT가 합병에 반대하는 내용의 문건을 전국경제인연합회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에게 전달되었다는 의혹이 제기된 부분이(KT는 사실무근이라 해명) 흥미롭다.

일각에서 SK가 소위 '딜'을 통해 최태원 회장 사면을 끌어내는 것에는 성공했으나 이후 최태원 회장 개인적인 신상의 변화가 있는가 하면 비선실세의 합병 정국 개입 논란이 불거진 대목에 집중하는 이유다. 재계 관계자는 "(확정된 혐의는 아니지만)SK와 박근혜 대통령 사이에 모종의 딜이 있었다고 가정해도, 이후 상황이 꼭 SK에 유리하게 돌아가지 않은 점도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며 "향후 특검 수사 과정에서 밝혀질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