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출석해 22시간에 달하는 마라톤 조사를 받고 13일 아침에 귀가했다. 현장의 취재진들이 질문을 던졌지만 묵묵부답으로 일관한 후 바로 출근, 대책회의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특검의 수사 방향에 대한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특검은 이재용 부회장의 뇌물 공여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집중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아가 박근혜 대통령과의 독대 후 삼성의 최순실 일가에 대한 지원이 크게 늘어난 지점을 파고드는 한편 검찰과 특검의 수사 단계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진술이 흔들리는 대목에 집중했다. 박근혜 대통령(직무정지)이 최순실의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정황이 포착되었다는 말까지 나온다.

특검은 삼성의 최순실 일가 지원에 이재용 부회장이 깊숙히 개입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이미 다양한 물증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추후 관련된 삼성 인사들에 대한 일괄적 사법처리가 있을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 여부도 금명간 결정날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 수사를 받을 경우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심사하고 있는 헌법 재판소의 분위기도 일변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최순실-박근혜로 이어지는 뇌물의 연결고리가 완성되기 때문이다.

글로벌 경제 상황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태에서 삼성도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특검의 수사를 두고 당혹감을 넘어 패닉에 가까운 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만약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 수사를 받는다면 당분간 그룹 컨트롤 타워 부재 현상이 장기화될 조짐도 보인다.

현재까지 삼성의 입장은 '어쩔 수 없었다'로 정리된다. 하지만 특검이 삼성을 겨냥한 전방위적 수사의 칼날을 들이대는 상황에서 해당 논리가 얼마나 위력을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나아가 최태원 SK 회장의 사면을 두고 박근혜 대통령과 SK의 '딜'을 짐작케하는 녹취록까지 나온 상황에서, 재계는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