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과 영화에서만 보던 인공지능이 빠르게 일상생활로 진격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글로벌 ICT 기업 주도로 펼쳐지던 인공지능 기술력은 조금씩 외연을 확장, 더욱 다양한 영역으로 빠르게 스며들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폭풍우가 몰아치는 칠흙같이 어두운 밤, 당장이라도 침몰할 것 같은 조각배 하나에 몸을 의지한 상태에서 앞으로의 미래를 간신히 더듬고 있다.

▲ 출처=구글

"어디까지 왔나" 알파고 쇼크 후 많은 사람들이 인공지능에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사실 현재의 인공지능은 약 인공지능의 초입으로 보면 편하다. 대중적으로는 구글의 알파고와 IBM의 왓슨이 잘 알려져 있다. 다만 알파고의 경우 알고리즘의 겹침을 통해 나름의 방법론을 모색하는 방식이지만 왓슨은 방대한 정보를 빠르게, 정확하게 도출하는 방식으로 구분된다.

구글은 물론 애플, 나아가 다양한 회사들도 적극적으로 인공지능과 스킨십을 늘리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를 비롯한 제조사는 물론 유통, 금융, 보험 등에서도 인공지능 기술력을 적극적으로 차용하는 분위기다. 페이스북도 마찬가지며 아마존, 알리바바도 비슷한 스탠스를 보이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스마트워치 시장과 같은 '기대 이하의 시장에서의 역할론'이다. 한때 웨어러블은 포스트 스마트폰 시대의 유력한 후보군으로 여겨졌으나 시장의 동력이 살아나지 못했다. 웨어러블 시장에서 스마트워치 점유율이 늘어나지 않는 대목도 문제다.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웨어러블 시장의 1위는 23%의 점유율을 가진 핏비트다. 2위가 16.5%의 샤오미며 3위가 5.7%의 가민이다. 4위는 4.9%의 애플이고 5위는 4.5%의 삼성전자로 나타났다. 상위권이 스마트밴드 주력이며, 스마트워치 시장에서는 애플 외 성공한 기업이 없어 보인다.

인공지능이 답이 될 수 있을까? 올해 1분기 출시 예정인 구글의 안드로이드 웨어 2.0은 구글의 인공지능인 어시스턴트를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드로이드 웨어 2.0은 아수스의 젠 워치 2, 칼로스의 스마트 아웃도어 워치, 포실의 Q 완더, 화웨이 워치, 레노바의 모토 360 서포츠, LG 워치, 마이클 코어스의 워시, 닉슨과 테크 호이어의 워치 등에도 탑재될 예정이다. 최근 크로놀로직스라는 스마트워치 운영체제(OS)를 가진 회사를 매입한 상태에서 인공지능 인프라까지 연결하는 방식이다.

최근 인공지능 영역에서 특기할만한 변화는, 초연결 시대의 4차 산업혁명을 맞아 일종의 두뇌 역할론에 집중되는 분위기가 강조되는 점이다. 스마트홈과 스마트시티의 대단위 플랫폼 전략을 비롯해 다양한 영역에서 인공지능의 중요성이 대두되는 이유다. 모든 것이 연결된 상태에서 어떤 사용자 경험을 제공할 것인가. 클라우드와 빅데이터, 이를 바탕으로 작동하는 다양한 기기들의 핵심은 인공지능이 중심을 잡아가고 있다.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인공지능의 개념이 일정정도 대중에 차용되며 풀어야 할 문제도 선명해지고 있다. 우선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라는 질문이다. 강 인공지능과 약 인공지능의 특성을 구분할 필요가 있지만 현재의 상황에서 가장 알맞는 설명은 '연결된 초연결 생태계를 어떻게 유기적으로, 쓸모있게 작동시킬 것인가'로 좁힐 수 있다.

다양한 방법론이 있지만 LG전자의 행보가 재미있다. 기존 가전제품의 기술적 고도화를 바탕으로 초연결의 스마트홈은 물론, 나아가 인공지능과 로봇의 가능성까지 꼼꼼하게 챙기는 분위기다. 아직 예단할 수 없지만, LG전자 방법론이 눈길을 끄는 이유다. LG전자 H&A(홈어플라이언스&에어솔루션) 사업본부장 송대현 사장은 5일(현지시각)CES 2017 현장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글로벌 가전 시장을 선도하기 위한 사업 전략을 공개했다.

가전 제품이 고객 생활 패턴 및 주변 환경을 학습해 스스로 작동하는 딥 러닝 기반의 생활가전을 선보인 대목이 극적이다. 스마트홈 서비스 ‘스마트씽큐(SmartThinQTM)’와 연계해 고객들의 삶의 질을 높여주는 로봇도 공개했다. 가전제품의 미래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 보인다.

로봇에 집중하는 대목도 흥미롭다. 스마트홈과 연계해 로봇청소기, 홈 IoT 등을 통해 축적한 인공지능 및 자율주행 기술에 방점을 찍는다는 주장이다. 가정용 허브(Hub) 로봇과 공항 안내 및 청소 로봇에 시선이 집중되는 이유다. LG전자는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을 바탕으로 새로운 로봇 컨셉 및 기술 플랫폼을 지속 발전시켜 로봇 사업을 체계적으로 준비할 계획이다.

정리하자면 가전의 미래를 설정하며 인공지능을 중심에 두고 나름의 방법론을 빠르게 보여준다는 뜻이다. 물론 마케팅적 수사에 머물 가능성도 있지만, LG전자의 시도는 새로운 가전의 미래를 발견하려는 적극성적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LG전자는 분명 넥스트 커넥트 정국에서 한 발 앞서가고 있다. '연결에 성공한다면, 무엇을 보여줄 셈이야?'라는 질문의 답에 다른 경쟁자보다 더 가깝게 위치해 있다는 뜻이다.

물론 다른 플레이어도 비슷한 스탠스다. 페이스북은 연결의 방식에서, 아마존은 거래의 중심에서, 구글은 생태계의 중심에서 인공지능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 이러한 접근법은 ICT 기업 외 다른 기업들도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는 매우 중요한 문제다. SM엔터테인먼트의 위드가 눈길을 끌고, SK텔레콤의 누구가 존재감을 가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유통기업이 인공지능으로 재고를 관리하고 콜센터를 운영하는 비결도 바로 이 지점이다.

'인공지능은 사람인가' 최근 아마존의 알렉사가 살인사건의 증인으로 채택되는지 여부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또 구글 어시스턴트가 삽입된 구글홈 두 대가 나란히 배치되어 서로에 대한 현학적 실체를 풀어가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EU 의회가 로봇시민법 결의안을 마련해 눈길을 끈다. 인공지능과 로봇의 기능을 인류의 보편적 복지에 가두는 것이 골자지만 이들의 '존재', 즉 인권을 보장하는 방식도 고민되었다. 유사시 킬 스위치를 탑재시켜 인공지능과 로봇의 행동을 멈출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이다. 물론 시기상조의 법안이라는 말도 나오지만 이러한 논의가 나오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다.

'일자리 문제' 인공지능이 발전하며 당연히 일자리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국내의 경우 무려 1800만개에 달하는 일자리가 10년안에 인공지능의 몫이 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이견의 여지는 있으나 인공지능이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는 현상은 기정사실로 굳어지고 있다.

실제로 한국고용정보원은 지난해 6월부터 9월까지 국내 인공지능 및 로봇 전문가 2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2025년이 되면 인공지능이 전체 직업종사자의 업무수행능력 70.6%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됐다고 밝혔다. 1600만명 정도의 직업인이 일자리를 빼앗긴다는 뜻이다. 직종별로는 단순노무직이 90.1%, 농림어업숙련종사자가 86.1%를 기록해 고위험 직업군으로 선정됐다.

물론 모든 일자리가 사라지지는 않을 전망이다. 오히려 인간과 인간의 정서적 교류를 추구하는 직업군의 경우 나름의 비전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은 극히 일부로 보이며, 인공지능의 일자리 문제는 어떤 방식으로든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로 보인다.

'음성이 대세' 인공지능이 음성인식 기반의 스피커 형태로 발전하는 부분도 흥미롭다. 알렉사, 구글홈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모두 음성을 기반으로 작동된다.

왜 음성일까? 다양한 의견이 있지만 스마트폰 시대에서 익숙해진 터치 방식의 피드백이 사라지고 기본적이고 편안한 음성이 인공지능 작동의 매개가 될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쉽게 말하면 정보의 입력과 피드백을 음성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방식에 가두며 편리한 사용자 경험을 추구한다는 뜻이다. 다만 여기에는 사생활 침해 등의 문제와 의도하지 않은 피드백 사고라는 리스크가 있다. 추후 이 부분을 어떻게 풀어갈지 여부도 관심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