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과 그 모회사 알파벳에 대한 의구심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신성장 동력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업들을 연이어 접으며 '제대로 된 성적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안드로이드에 집중해 언제까지나 구글에서 나오는 광고 수익으로 연명할 수 없다는 것은, 구글 스스로가 잘 알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구글, 아니 알파벳은 어떻게 움직이고 있을까?

▲ 출처=유튜브

"접어라, 접어"
구글의 사업 포기 역사는 의외로 상당히 많다. 그 유명했던 구글글래스는 시제품 단계를 넘지 못하고 좌초됐으며 네스트는 토니 파델의 퇴사로 충격을 안겨주기도 했다. 그동안 알파벳 경영진과 잦은 충돌을 빚었던 토니 파델이지만 그가 회사를 떠나자 업계가 받은 충격은 상당했다. 네스트는 알파벳 사물인터넷 전략의 핵심이며, 이를 바탕으로 초연결 시대를 확보하려는 최전선에 선 곳이기 때문이다. 토니 파델은 애플에서 아이폰과 아이팟 개발을 주도했던 인물이다.

토니 파델 퇴사에 이어 지난해 7월에는 최고인적자원책임자인 라즐로 복도 회사를 떠났다. 또 구글의 기술 책임자이면서 구글 자율주행자 전 디렉터인 크리스 엄슨까지 퇴사한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자율주행차의 경우 별도의 자회사를 꾸리는 등 나름의 수습국면에 접어들었으나 여전히 불안하다. 참고로 빌 메리스 GV(구글벤처스) 창업자의 퇴사도 의미심장한 부분이다. 그는 약 300개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24억달러(약 2조6000억원) 투자를 주도해 막대한 이윤을 남긴 인물이다. 구글과 어벤저스의 합성어인 구벤저스 핵심 인사의 이탈에 있어 대표적 사례다.

2013년 인수한 로봇 개발사 보스턴다이내믹스와 샤프트를 매물로 내놓으며 사실상 로봇 산업에서 손을 뗀 지점은 이를 주도했던 앤디 루빈 부사장이 2014년 구글을 떠나며 예정된 파국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구글 파이버도 끝났다. 현지 초고속 인터넷 인프라의 미비를 파고들어 의욕적으로 추진했으나 광케이블 매설에 따른 부담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와이파이를 기점으로 사업을 재편할 가능성이 점쳐지지만 이 역시 확실하지는 않다.

프로젝트 아라의 최종 폐기는 업계의 아쉬움이 진하다. 하드웨어 중심 전략을 세우는 상황에서 모듈형 스마트폰 프로젝트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알파벳이 인터넷 통신 제공용 무인기 프로젝트를 중단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이미 지난해 해당 프로젝트는 폐기됐으며 연구인력은 모두 다른 프로젝트로 이동했다고 한다. 당분간 프로젝트 룬에만 집중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처럼 알파벳은 핵심인력 이탈, 나아가 다수의 신성장 사업을 폐기하며 대내외적 검증의 대상이 되고 있다. 야심차게 알파벳을 세웠으나 혁신의 아이콘이 대기업, 관료화 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부담이다.

▲ 토니 파델. 출처=픽사베이

그런데, 정말 신성장 사업 포기한거야?
다소 낯설지만 구글과 알파벳의 최근 행보만 보면 상당한 이질감을 느낄 수 있다. 구글 위기론까지는 아니더라도 '뭔가 아귀가 맞지 않는다'는 뉘앙스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이러한 상황판단은 최근 구글 및 알파벳이 보여주는 큰 흐름을 놓치고 있기 때문에 나온다. 방식이 크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구글은 지난해 10월 메이드 바이 구글(made by Google)이라는 슬로건을 걸고 5개의 하드웨어 제품을 발표했다. 스마트폰 픽셀 및 픽셀XL과 인공지능 음성인식 스피커인 구글홈, 4K를 아우르는 크롬캐스트 울트라, 유무선 공유기 구글 와이파이, 가상현실 데이드림 뷰가 그 주인공이다. 구글이 하드웨어에 직접적으로 뛰어들었다는 단적인 사례들이다. 모토로라 인수 후 재매각, 아라 프로젝트의 포기 등을 거치며 하드웨어 전략을 가다듬었던 구글이 하드웨어 프로젝트의 수장에 모토로라 전 사장인 릭 오스털로까지 영입해 보여준 결실이다.

메이드 바이 구글의 함의는 무엇일까? 구글은 스마트폰 이후의 인공지능 시대를 정조준하고 있다. 그 연장선에서 소프트웨어 중심, 더 자세하게는 인공지능 퍼스트의 기조를 바탕으로 하드웨어 수직 계열화라는 그릇을 강력하게 원하고 있다. 픽셀 스마트폰의 경우 안드로이드 레퍼런스 스마트폰 정도의 지위만 가지던 넥서스를 대신해 프리미엄 사양으로 꾸려진 것과 더불어, 구글 어시스턴트가 탑재된 스마트폰이라는 점을 더 중요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 구글홈과 구글 와이파이도 비슷한 해석이 가능하다. 구글은 하드웨어 수직계열화를 통해 인공지능 시대를 담아낸 자신들의 그릇이 필요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왜 그릇이 필요했을까?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가장 유력한 것이 파편화의 악몽을 극복하기 위함이다. 즉 안드로이드의 고질적 문제인 파편화 현상을 재연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는 AOSP라는 혹독한 경험에서 나온 외재적 파편화와 더불어 안드로이드 최신 버전 점유율에서 읽을 수 있는 내재적 파편화의 단서를 따라가야 한다.

즉 구글은 안드로이드라는 심장을 바탕으로 모바일 시대의 패권을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모아 하드웨어 동맹군을 규합하는데 활용했고, 이를 온전히 초연결 시대로 옮기려는 시도를 거듭하고 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역량을 하나로 모아 완벽한 자사 중심의 생태계를 꾸리는 것.

결국 구글은 5개의 하드웨어 제품을 공개하며 모두의 그릇에 인공지능 인프라를 불어넣고, 현재의 스마트폰 생태계가 아닌 미래 인공지능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파편화에 대한 씁쓸한 기억을 바탕으로 직접 그릇을 만들며 하드웨어 수직계열화를 완성하려 한다는 뜻이다. 이 과정에서 구글은 다른 하드웨어 안드로이드 동맹군을 버리거나 그들과 경쟁하는 방법이 아닌, 온전히 그들을 활용하는 방안을 잡아갈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관점에서 구글 및 알파벳의 스탠스를 살피면 결국 선택과 집중이라는 키워드가 발견된다. 하드웨어 수직계열화라는, 지금까지의 구글이 걷지 않았던 길을 선택한 상황에서 지나치게 하드웨어에 천착한 영역은 과감하게 버리고, 기반 인프라적 속성이 강한 영역도 조금씩 털어내는 분위기다. 구글의 지상목표는 자신들의 소프트웨어를 더욱 확실하게 담아낼 수 있는 하드웨어 기반의 플랫폼, 그리고 이를 가능하게 만드는 소프트웨어 생태계의 고도화이기 때문이다.

▲ 출처=구글

리스크도 있다
물론 구글과 알파벳이 완벽한 길만 걷는 것은 아니다.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것처럼 구글과 알파벳은 새로운 사업을 전개함에 있어 일부 어색한 행보를 보였기 때문이다. 태생이 엔지니어 집단인지라 비즈니스 모델을 생각하지 않고 서비스를 먼저 만들어 버리는 경향은 구글의 오래된 약점이며 시간이 지날수록 알파벳이 관료화되고 있다는 비판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다만 이러한 비판을 제대로 체화하며 반면교사로 삼는다면 구글과 알파벳은 우리가 아는 '바로 그 구글과 알파벳'이 된다. 최근 구글과 곧장 비교되는 아마존도 많은 실패를 통해 현재의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했다는 점도 중요하다. 구글은 실패에서 교훈을 얻는 조직이며, 최근에는 전략의 일부가 다소 변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