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천국 대한민국에 사는 아파트 거주자들이 관리에 만족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 아파트는 관리가 잘된다’는 말은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 청소 상태가 좋다든지, 수목 전정 상태가 좋다든지, 경비원들이 친절하다든지, 관리비가 싸다든지 입주자 개개인마다 느끼는 부분은 천차만별일 것이다.

그런데 경비원들이 친절하게 업무를 수행하거나 청소원들이 내 집처럼 생각하고 청소 업무에 임하기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교육, 훈련을 받는 등 준비된 인력이어야 할 것이다. 또한 수목의 모양을 아름답게 전정하려면 수목 전정에 경력이 풍부한 사람에 의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러한 인력들을 선발하거나 용역업체를 선정하는 것은 관리 주체의 몫인데 관리 주체에서 내 집을 관리할 사람이나 업체를 선정하는 것처럼 신경을 쓰기 위해서는 관리 업무를 수행하기에 충분히 경험이 있고 더불어 서비스 정신이 수반되어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 주택관리 관련 법령상 관리 주체는 자치 관리일 경우 관리소장, 위탁 관리일 경우 위탁관리회사가 그 역할을 담당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론대로라면 자치 관리일 경우 관리소장의 선임, 위탁 관리일 경우 위탁관리회사의 선정이 관리의 수준을 결정하고 입주자의 관리에 대한 만족도를 결정하게 된다.

입주자들도 일차적으로 우리 단지는 자치 관리인가? 위탁 관리인가? 위탁 관리라면 위탁 관리는 어떤 회사에서 맡고 있는가? 정도는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위탁 관리는 사실상 자치 관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아파트 입주자에게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전 기고에서 일본에서는 위탁관리회사의 랭킹이 경제지의 메인을 차지할 정도로 관심이 높다고 한 적이 있다.

국토교통성에서 5년마다 한 번 시행되는 맨션종합조사에서 구분소유자가 관리에 만족하는 이유는 ‘관리조합의 임원이 열심’이거나, ‘맨션관리업자가 업무를 잘해서’가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그리고 관리에 만족하지 않는 이유는 ‘관리조합 임원의 불성실’, ‘맨션관리업자의 불성실’, ‘일부 협력하지 않는 입주자’ 때문이었다. 또한 맨션관리운영에 궁금한 사항의 상담을 맨션관리회사와 한다는 응답이 높았다. 어디에나 맨션관리업자의 존재가 눈에 띈다.

맨션관리적정화법에서는 맨션관리업자를 ‘관리조합으로부터 위탁을 받아 관리 사무를 실시하는 행위를 업으로 하는 자’로 정하고 있으며 관리 사무는 ‘맨션의 관리에 관한 사무로서, 관리조합의 회계, 맨션의 유지 또는 수선에 관한 기획 등의 업무와 같은 기간 사무를 포함한다’고 정의한다. 여기서 법령상 기간 사무를 포함한다는 내용을 명시적으로 둔 것은 회계 업무와 같은 중요한 사안에 대해서도 위탁이 가능하다는 취지로 보인다.

그렇다면 관리 업무를 위탁하기 위해서 어떤 계약을 하는지 궁금해진다. 맨션관리업자에게 위탁하는 업무의 범위는 국토교통성에서 만든 표준관리위탁계약서에 잘 나타나 있는데 크게 사무 관리 업무(회계 업무 등의 기간 사무와 관리조합 운영지원 업무), 관리원 업무, 청소 업무, 건물·설비관리 업무로 구분해 정하고 있다.

국토교통성의 맨션종합조사에서 관리 사무를 어떤 형태로 실시하고 있는지 조사한 결과 회계 업무 등 기간 사무를 포함해 관리 사무 전체를 맨션관리업자에게 위탁하는 관리조합이 73%, 자치 관리는 6% 정도로 나타났다. 15% 정도는 관리 사무의 일부만 맨션관리업자에게 위탁하는 경우이다. 관리 업무의 특성상 관리조합에서 특히 중요하게 다루고 감독할 필요가 있는 것은 회계 업무 등의 기간 사무와 관리조합 운영 관련 업무에 해당하는 사무 관리에 해당한다. 새로 지어진 맨션일수록 전부 맨션관리업자에게 위탁하는 비율이 높았다. 단지 규모 면에서는 100호 미만의 단지에서 70% 이상이 전부 맨션관리업자에게 위탁하고 있었다. 100호 이상의 단지에서, 규모가 커질수록 전부 맨션관리업자에게 위탁하는 비율은 낮아지지만 업무의 일부를 맨션관리업자에게 위탁하는 비율은 되려 높아지는 경향이 나타났다. 즉 규모가 큰 단지일수록 필요한 업무를 선별해 관리위탁계약을 체결하는 것이다.

한편 관리업자를 결정하는 방법은 분양 당시에 분양업자가 지정한 맨션관리업자가 여전히 관리하고 있는 경우가 평균 76%, 변경한 경우가 18% 정도로 나타났다. 분양 초기에 비해 오래된 맨션일수록 관리업자가 변경될 비율이 높았지만 40년이 지난 맨션의 경우에도 40%는 관리업자가 그대로 업무를 하고 있었다.

40년 동안 한 회사에서 위탁 관리 업무를 하는 것이 과연 어떻게 가능한지 매우 놀라운데 이런 현상은 두 가지 정도로 생각해볼 수 있다. 한 가지는 관리업자가 안정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의 부동산시장은 도시화에 큰 기여를 한 철도 노선을 따라 개발된 주택지를 중심으로 성장했다. 주택지의 개발은 주로 철도회사에서 부동산 회사를 설립해 시행했고 부동산 회사는 주택 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계열회사를 별도로 설립했다. 분양 시 관리회사를 미리 결정해 입주 초기에도 관리 업무가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일본에서 맨션관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맨션관리회사가 ‘디벨로퍼계열’인지 ‘독립계열’인지 금방 알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일본의 주택의 개발 사업은 브랜드를 내걸고 있다. 맨션을 개발할 때 향후의 관리까지 고려해 자회사를 설립해 구분소유자에게 의무가 주어지는 관리 업무를 위탁할 수 있는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브랜드의 명성에 누가 되지 않도록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들도 서비스 품질에 힘을 싣는다.

다른 한 가지는 희박하지만 관리조합의 기능 부재에 의한 관리회사의 독식이다. 주로 경기가 좋던 시기에 투자용으로, 세컨드하우스로 구입했던 지방의 맨션들은 구분소유자가 직접 거주하지 않은 확률이 높고 빈집화한 경우가 많아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정리해보면, 맨션의 관리는 구분소유자들의 집합체인 관리조합에서 수행할 의무가 있지만 직접 수행하기가 힘든 경우 업무의 일부 또는 전부를 맨션관리회사에 위탁하는 것이다.

관리조합에서 해당 맨션의 물리적 특성, 입주자들의 성향 등에 따라 관리 시에 필요한 업무가 대략적으로 파악될 것이고, 관리 업무를 위탁할 것인지 여부가 결정되면 어떤 업무를 어떤 방법으로 위탁할 것인지 그림이 그려지는 것이다.

다만 관리 업무는 건물의 청소, 점검 등을 통한 유지관리, 유지관리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필요비용을 계획하고 집행하는 등의 회계 업무, 이 모든 사항들을 결정하는 관리조합의 운영 등 여러 분야에 걸쳐 있기 때문에 필요한 부분에 대해만 위탁계약을 할 수 있도록 분야를 구분해서 표준적인 양식을 국가에서 가이드로 제시한 것이다.

맨션표준관리계약서에서 청소 업무를 예로 들면 청소 대상 부분을 건물 주변과 건물 내부로 나누어서 장소를 구분하고 각 장소마다 정기적인 청소의 방법을 명시하고 횟수를 정한다. 건물 설비에 대해서도 건물의 안전, 위생 등을 상시 점검하는 목시 점검과 정기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시험, 작동에 의한 검사로 구분해 횟수를 정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한편으로는 복잡하고 까다롭게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관리 업무 자체가 그렇다. 더구나 계약은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업무를 수행하는 입장에서도 계약에 구체적으로 명시된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 업무를 발주한 입장에서도 업무수행의 적정 수준에 대해 인지하고 신뢰를 줄 수 있을 것이다.

관리 업무는 입주자의 의무를 대신해주는 용역에 해당되며 용역은 서비스의 개념을 포함한다. 즉 서비스 정신이 수반되어야 한다. 단지의 가치를 유지하는 역할은 입주자들이지만 그 역할을 대신해 관리에 필요한 용역을 제공하는 관계자의 역량, 마인드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사실을 상기시켜야 한다. ‘제곱미터당 얼마’라는 식의 단순한 계산법으로 복잡한 관리 업무를 모두 해결해주리라는 어리석은 생각은 이제 우리 사회에서 없어질 때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