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을 견뎌내는 집 내가 짓는다> 박강현 지음, 멘토프레스 펴냄

집 짓기에 대한 책이다. 저자는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는 미국 건축가 루이스 설리번의 지론에 근거해 장식보다 본질을 먼저 생각하라고 강조한다. 예쁜 집보다는 좋은 집이 중요하고, 디자인은 어떻게 보이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작동하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책에는 집 짓기 예산의 기준을 비롯한 설계, 시공, 감리과정 등 설계진행 프로세스가 제시되며, 건축 관련 법규 등도 소개돼 있다.

시공 전문가답게 저자는 풍부한 현장 경험을 책 속에 풀어내고 있다. 그에 따르면, 외형이 단순할수록 공사비는 줄어든다. 완성 후에는 냉난방비용이 줄고, 물이 샐 확률도 낮아진다. 그래서 설계 단계에서 모형을 꼼꼼하게 챙기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소규모 철골콘크리트 집 짓기의 구조지침은 반드시 챙겨야 한다.

100년 세월을 견뎌내는 굳히기 작업의 양생이야말로 집 짓기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다. 콘크리트 타설 시 가장 중요한 건 온도와 시간이다. 비빔에서 부어넣기가 끝날 때까지의 시간은 외기온도 25℃ 이상인 경우 1시간 30분, 25℃ 미만인 경우 2시간을 넘기면 안 된다. 콘크리트를 부을 때 레미콘 대기 시간이 길어지면, 먼저 타설한 콘크리트와 나중에 타설한 콘크리트가 잘 붙지 않으니 이어치기를 할 때 주의해야 한다. 콘크리트를 타설할 때는 레미콘공장 한 곳의 제품만 투입해야 한다는 것도 잊어서 안 된다.

경주지진에서 보듯 우리나라는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다. 지진으로부터 안전한 집은 내진설계는 기본이고 골격도 튼튼해야 한다. 부동침하를 가볍게 봐서도 안 된다. 부동침하는 2차 3차 피해를 불러온다. 구조부의 균열을 초래하며, 누수로 인한 곰팡이균 발생으로 건강도 해친다. 발코니새시, 방부목테크, 거실마루 등도 꼼꼼하게 챙겨야 한다.

쾌적함도 중요하다. 설계 때부터 환기가 잘 되는 구조로 설계해야 하며 비용을 들여서라도 전열교환기 등의 환기장치를 설치해야 한다. 출처 불명의 재료보다는 검증받은 재료를 써야 함은 물론이다. 돈만 아끼려다간 포름알데히드와 함께 살게 될 수도 있다. 전기가 적게 들어가는 집, 석유를 적게 쓰는 집을 짓는 것도 중요하다. 냉난방 에너지가 적게 들어가는 집을 지어야 한다. 유리창을 최소로 줄이고, 발코니 확장을 하지 않으며, 단열재를 아끼지 말고 빈 틈 없이 공사해야 한다. 창문은 크기보다 위치가 중요하므로 크기를 줄이고, 콘크리트가 노출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