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비선실세 논란을 수사하고 있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12일 오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소환했다. 뇌물공여 피의자 혐의를 적용했으며 참고인이 아닌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눈길을 끈다. 삼성은 당혹감을 넘어 일종의 패닉상태다.

이재용 부회장이 수사기관에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는 것은 에버랜드 전환사채 논란이 불거졌던 2008년 이후로 9년 만이다.

특검에 출석하며 이재용 부회장은 입장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았다. “최순실 일가에 대한 지원을 직접 지시했는가”와 “국민연금의 승계구도에 이용되었다는 혐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등의 질문이 쏟아졌지만 이재용 부회장은 “국민들에게 좋지 않은 모습을 보여 송구하다”는 말만 남겼다.

현재 특검은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그리고 이재용 부회장을 사실상 정조준하며 뇌물죄 입증에 자신하고 있다. 11일 정례 브리핑을 통해 공개된 또 하나의 태블릿PC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증거가 나왔다는 말도 나온다.

현재 특검은 2014년 9월 대구경북창조경제혁신센터 개소식 직후 박근혜 대통령과 이재용 부회장이 만났고, 이듬해 3월 삼성이 대한승마협회 회장사를 맡는 일련의 과정을 유심히 들여다보고 있다. 나아가 2015년 5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공시가 나온 후 당해 7월 25일 박근혜 대통령과 이재용 부회장이 단독 면담을 했다는 정황도 확인한 상태에서 삼성이 최순실 일가에 대한 지원을 대폭 강화한 부분에 집중하고 있다.

문형표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이 구속된 점과 삼성그룹 최지성 미래전략실장, 장충기 차장에 대한 고강도 밤샘조사가 이어진 상태에서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혐의를 일정부분 잡았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삼성은 당혹감을 넘어 패닉상태다. 이건희 회장 와병 후 그룹의 실질적 수장 역할을 하는 이재용 부회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되면 당장 심각한 업무 공백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최순실 일가에 제공한 돈을 ‘권력의 힘에 눌려 뜯긴 돈’으로 보는 상황에서 특혜성 민원과는 거리를 두고 있다. 청와대의 요구로 이영국 상무 등 2명이 승마협회에서 경질된 것이 증거라는 입장이다. ‘모종의 특혜를 위해 최순실을 지원했다면 청와대의 경질 요구가 있기 전 최순실에 대한 지원이 있었어야 한다’는 논리다. 다만 이러한 논리가 특검에서도 통할지는 미지수다.

특검은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은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에 대한 정리’가 일정정도 완료되면 다음 타깃은 롯데와 SK, 특히 SK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태원 회장의 사면에 박근혜 대통령의 역할이 있었다는 녹취자료가 언론을 통해 공개된 상황에서 ‘이재용 부회장 다음은 최태원 회장’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