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코리아 블랙 프라이데이, 지난해 코리아 세일 페스타에 이어 오는 20일부터 2월 28일까지는 코리아 그랜드 세일이 진행된다고 한다. 그 어느 시기보다 차갑게 얼어붙은 내수를 진작시키기 위한 목적에서 출발한 ‘코리아 세일’은 정부 주도의 대대적 홍보에 힘입어 개최 때마다 나름의 성과를 기록하고 있다. 이에, 올해 진행되는 그랜드 세일은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포커스를 맞춰 점점 고객들의 범주를 넓히는 등 발전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코리아 블랙 프라이데이 때부터 지적되고 있는 여러 가지 근본적인 문제점들은 사실 아직까지도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개선하지 않은 채 외국인 관광객들을 맞이하는 것은 어쩌면 가뜩이나 국제적으로 위신이 떨어진 우리나라의 국격(國格)에 오히려 해가 될 수도 있다. 코리아 세일 시리즈의 근본적인 문제점들을 지적하자면 다음과 같다.

우선 차별화의 부재다. 백화점으로 대표되는 오프라인 유통채널에서 10~11월에 맞춰 매년 해 오던 계절 세일 혹은 정기세일에 ‘코리아…’라는 거창한 간판을 달았을 뿐이다. 면밀히 따져보면 이전의 세일들에 비해 제품들의 할인 폭이 특별히 큰 것도 아니다. 재미있는 것은 유통업체 관계자들도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즉, 정부가 참여하라고 닦달하니까 어떻게든 구색을 맞춰야겠고, 뭘 특별히 준비할 여유는 없으니 늘 하던 세일의 이름만 슬쩍 바꿔서 대강 진행하는 것이다. 유통업체들이 애써 수익을 줄여가며 세일을 진행한다고 해도 정부는 그들을 위한 배려나 혜택을 제공하지 않는다. 업체들의 참여를 독려하는 계산 없이 일단 참여부터 시키고 본다. 이렇다 보니, 실제로 몇몇 의류 브랜드들은 가격을 속여 행사 전보다 더 비싸게 판매를 하는 것이 적발되기도 했다. 코리아 세일 페스타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서만 진행되는 행사에서도 이러한 모습이 개선되지 않는 마당에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도 똑같은 수준으로 행사를 진행한다면, 애써 행사를 진행했지만 그 누구에게도 이익이 돌아가지 않는 현상이 벌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두 번째 문제는 외국인 관광객들을 대하는 업체 혹은 소상공인들의 태도다. 나름 관광 선진국이라 자부하는 우리나라지만 쇼핑과 교통, 숙박 등 고객 접점에서의 불친절 사례, 바가지요금, 서비스 불량 등과 관련된 외국인 관광객들의 불만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관광청의 2015년 통계에 따르면 외래관광객들의 가장 큰 불만 요인은 바로 쇼핑으로 전체 불만 요인의 30%를 차지했다.

한국의 ‘블랙 프라이데이’를 표방하며 수많은 내·외국인들의 소비가 이뤄지고 경제가 활성화 되는 것을 목표로 시작된 ‘코리아 세일’ 시리즈. 이제 햇수로 3년에 접어들어 보완할 점이 많을 수밖에 없다는 핑계는 길어야 1~2년이다. 본질적인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고 하나씩 개선하지 않으면 행사 자체의 존폐를 고민하게 될 수도 있다. 다음이 아닌, 바로 지금 고칠 것은 고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