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인가로 기억하는데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이라는 단체가 수학교육에 대한 학생과 교사의 인식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주에 일 때문에 자료를 찾다가 다시 살펴본 이 보고서의 내용은 충격적이다. 대한민국 고등학생 10명 중 6명이 수포자라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초중고 총 260개교의 9021명을 대상으로 한 최초의 전국 단위 조사 결과인 이 보고서는 우리나라 교육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또 아이들에게 ‘수학하면 떠오르는 생각’이 무엇인지 물어보니 ‘거미줄’, ‘꼬인 이어폰’, ‘불가능’, ‘수면제’와 같은 단어들이 나왔다고 한다. 어떤 학생들은 수학 시간은 취침시간이라고 했다는데 그 이유가 선생님이 무슨 말씀을 하는지 도통 알 수가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수업 내용도 알아듣기 힘들고, 공부해야 할 양도 많아서 처음부터 포기한다는 것이다. 왜 아이들은 선생님이 하는 말을 못 알아듣게 되었을까? 이것이 수포자가 나오게 된 첫 번째 문제일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우리가 모르는 사실 하나가 등장한다. 그것은 바로 교과서에서 나오는 문제와 모의고사에 나오는 문제가 그 수준이 다르다는 것이다. 시험에 나오는 문제가 교과서보다 더 난이도가 높은 것이다. 이게 뭔 말인가 싶어 들여다보니 이렇게 하는 이유가 바로 변별력 때문이란다. 교과서에 나오는 문제를 시험에 내면 학생들이 거의 다 풀기 때문에 학생들 간의 변별력에 문제가 생겨 시험을 어렵게 낸다는 것이다. 등수를 만들어내기 위해서 어려운 문제를 출제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어쩔 수 없이 학생들도 선행 학습을 하게 되고 결국 이것이 대한민국 사교육 문제의 출발점이 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 또 하나의 문제가 등장한다. 바로 선행을 위한 학원의 수업 수준이다. 학교는 공교육 기관이라 속도는 느리더라도 모든 학생들이 이해할 수 있게 수업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지만 선행을 하는 학원은 비즈니스가 우선이다. 학원 비즈니스의 목표는 명확할 수밖에 없다. 아이들의 성적이 상승하지 않거나 진학률이 낮으면 그 학원은 생존하지 못한다. 결국 잘하는 아이들 위주로 수업이 진행될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이렇게 학원의 선행 수준에 못 미치는 아이들은 수업을 따라갈 수 없어 수포자가 된다. 선행학습 그 자체도 문제지만 선행학습의 공부 수준 역시 문제가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든 학원을 없앨 수는 없다. 하지만 선행학습의 수준을 조정함으로써 아이들이 수포자가 되는 것은 방지할 수는 있다. 아이들이 수학을 포기하는 이유는 자신의 수준에 맞지 않는 어려운 문제를 풀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학생 개인의 수준에 맞게 학습 스케줄을 짜고 공부를 하면 아이들은 더 이상 수학을 포기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결국 수포자 문제의 본질은 수포자가 아니라 어떻게 가르치는가인 것이다.

사실 수학의 본질은 문제풀이라고 생각한다. 문제풀이가 중요한 이유는 풀이는 몰입을 가지고 오고, 몰입은 사고력을 키우기 때문에 나중에 어려운 문제가 나와도 스스로 풀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유형이 바뀌고 문제가 어려워져도 해결할 수 있는 기초 체력을 문제풀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되려면 학생 수준별 튜터링 같은 프로그램이 있어야 하는데 이 경우 비용이 가장 큰 문제가 된다. 개인별 과외는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다수를 위한 대안이 될 수 없다. 이럴 때는 디지털이 답이 될 수 있다.

디지털의 많은 장점 중 하나가 바로 정보 격차를 해소하는 평등의 실현이다. 예를 들어보자. 일반 아날로그 라디오의 경우 안테나의 위치 등에 따라 수신 상태가 달라지지만 디지털 라디오는 그렇지 않다. 저 멀리 유럽에서 하는 디지털 방송을 여기 한국에서 들을 수 있다. 결국 아날로그 시대에는 개인의 역량과 환경에 따라 습득하는 정보량에 차이가 있었지만, 디지털 시대에서는 그 차이가 존재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이것을 교육에 활용하자는 것이다. 먼저 아이들의 수준을 파악하고 머신러닝을 통해 그 수준에 맞는 문제를 학생들에게 오답노트 정도만이라도 제공하게 되면, 아이들은 굳이 1:1 튜터링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수준에 맞는 문제를 푸는 연습을 통해 수포자가 되지 않아도 된다. 선생님 역시 디지털로 많은 학생들을 상대할 수 있게 되어 좀 더 많은 아이들에게 공평한 배움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아이들 역시 교육비용의 절감이라는 혜택을 맛볼 수 있다.

대한민국의 교육은 일 년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에 빠져 있다. 학생들의 60%가 수포자인 현실을 코즈(Cause)로 삼아 아이들이 학생 때부터 실패자로 몰리는 일을 방지할 수 있는 일에 관심을 갖는 학원 브랜드가 나왔으면 한다. 미래 세대를 위한 투자라는 거대한 명분도 있지만 이들에게 있어서 아이들은 소비자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학원이 생존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그리고 교육 현장의 보조자로서 더 나은 대한민국을 위해 교육 평등을 코즈로 삼는 학원 브랜드가 나올 때가 되지 않았나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