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물건 사야 하나 말아야 하나. 정말 고민이다. 잠에 들어도 ‘지름신’이 유혹한다. 누가 좀 알려주세요. 아니면 말려주세요 제발.

[살까 말까] 시리즈 연재 순서: 360도 카메라▶드론▶가상현실 헤드셋▶스마트워치

① [살까 말까] 360도 카메라: 새로운 시각의 확장인가, 얼리어답터 전유물인가

② [살까 말까] 드론: 다재다능 신문물? 혹은 부자들의 장난감?

머리에 그 물건만 장착하면 새로운 세계가 펼쳐진다. 하늘을 날거나 우주에 가거나 바닷속을 탐험하거나. 상상은 현실이 된다. 가상현실(VR)이다. VR은 제법 오래된 기술인데 지난해 유독 관심을 받았다. 대중화가 가까워졌다는 거다.

가상현실을 탐험하기 위한 필수 장비인 VR 헤드셋(혹은 헤드 마운트 디스플레이, HMD) 제품 다수가 지난해 등장했다. VR 콘텐츠도 이것저것 모습을 드러냈다. 게임부터 교육용 콘텐츠까지 다양했다. VR 체험 공간도 늘어나고 있다.

아직 VR 시대가 충분히 무르익지는 않았다. VR 헤드셋이 예상만큼은 안 팔렸다. 2017년 전망은 다르다. VR을 좀 더 가까운 곳에서 쉽게 접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정유년은 이제 막 시작이다. 이 시점에 VR 헤드셋을 사야 하나 말아야 하나. 다시 고민이 시작됐다.

▲ 출처=소니

살까? "VR 헤드셋 풍년, 각양각색 콘텐츠"

지난해는 VR 헤드셋 풍년이었다. 기대작 다수가 오랜 기다림 끝에 정식 출시됐다. 오큘러스VR의 ‘오큘러스 리프트’, HTC의 ‘바이브’,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VR’ 등이 등장했다. PC나 콘솔 게임기와 연결해 사용하는 고성능 제품들이다.

기존 스마프폰과 결합해 사용하는 모바일 VR 헤드셋과는 경험의 품질이 다르다. 물론 성능이 뛰어난 만큼 값이 나간다. 가격이 부담스럽다면 모바일 VR 헤드셋을 택하면 된다. 삼성전자의 ‘기어VR’이나 LG전자의 ‘360VR’, 구글 ‘카드보드’ 등이 있다. 이외에도 다양한 중국산 VR 헤드셋이 존재한다. ‘폭풍마경’이나 ‘VR박스’ 등이 인기다.

VR 헤드셋이 종류가 몇 가지 없을 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지금은 선택권이 보장된다. 금전적으로 여유가 있다면 PC·콘솔 기반 제품을, 가벼운 마음으로 즐기고 싶다면 모바일 기반 헤드셋을 선택하면 된다. 물론 두 영역 모두 각각 매력이 있으니 전부 경험해봐도 상관없다.

간혹 이런 얘기도 있다. VR 헤드셋을 구입해도 즐길 콘텐츠가 없다고. 실정에 맞지 않는 얘기다. ‘스팀VR’, ‘오큘러스 스토어’ 등 VR 스토어에서 각양각색 콘텐츠를 만나볼 수 있다. 플레이스테이션VR의 경우 VR 전용 타이틀이 다수 출시됐거나 개발 중이며, 기존 플레이스테이션4 타이틀도 시네마틱 모드를 통해 VR로 즐길 수 있다.

▲ 출처=아이디어렌즈

360도 영상도 빼놓을 수 없는 VR 콘텐츠다. 360도 카메라를 통해 촬영한 이 영상은 사각지대 없이 모든 방면을 둘러볼 수 있는 게 특징이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는 물론 유튜브나 아프리카TV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360도 영상 업로드를 지원한다. 실제로 많은 360도 영상이 준비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VR은 몰입도가 극대화된 새로운 형식이다. 누군가는 VR이 새로운 언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VR 시대가 완전히 무르익을 때까지 기다리는 건 시대에 뒤처지는 일이다. VR 콘텐츠는 향후 어마어마하게 쏟아질 것이다. 새로운 현실인 가상현실을 즐길지 말지는 당신이 택할 부분이다.

말까? "만족스럽지 않은 경험 품질, 추가 비용 발생 고려해야"

VR을 즐기며 살아가기 위해서는 돈이 많아야 한다. 일단 PC 기반 VR 헤드셋을 살펴보자. ‘오큘러스 리프트’나 ‘HTC 바이브’ 같은 것들 말이다. 일단 두 제품 모두 근 100만원의 가격이다. 놀라기엔 이르다. 아직 끝이 아닌 탓이다.

복병은 PC 스펙이다. VR 콘텐츠를 제대로 구동하기 위해서는 고사양 하드웨어가 요구된다. 특히 그래픽카드 성능이 중요하다. 바이브의 경우 PC에 최소 엔비디아 지포스 GTX 970은 달아야 정상 구동이 가능하다. 최신 사양 PC까지 함께 갖추려면 비용은 곱절로 들게 마련이다.

가격 허들이 존재하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차라리 플레이스테이션VR이 깔끔하다고 했다. 복잡하게 PC 사양을 고려하지 않고 플레이스테이션4와 연결하면 끝이니까. 다만 플레이스테이션VR을 즐기려면 플레이스테이션4를 사야 한다. 이 역시 추가로 돈이 드는 일이다.

▲ 출처=LG전자

부담스럽다면 결국은 모바일 VR로 시선을 돌려야 한다. 카드보드의 경우 1만원 이하로도 구할 수 있다. 중국 VR 헤드셋도 몇만 원 돈이면 쉽게 구입 가능하다. 휴대폰을 결합해서 즐겨야 하지만 대부분 사람들이 폰 하나씩은 가지고 있지 않은가. 웬만하면 추가 구입이 필요없다.

문제는 경험의 품질이다. VR의 핵심가치가 무엇인가? 가상을 현실처럼 느끼는 것이다. 모바일 VR의 경우 다소 품질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화면 픽셀이 보이는가 하면 고개를 돌릴 때 부자연스럽다. 어지럼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실제처럼 받아들이기 힘들어진다. 

PC·콘솔 VR 헤드셋은 경험의 품질 측면에서 한수 위다. 다만 콘텐츠 부족 문제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부분이다. 양적으로는 즐길 콘텐츠가 늘어나고 있다. 다만 단순 호기심 충족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즐길 수 있는 콘텐츠는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다.

그러니 무작정 큰 돈을 들여 VR 헤드셋을 구입하기보다는 한 번 더 생각해보는 게 어떨까? 전국 곳곳에 VR 체험존이 생겨나고 있다. 입장료를 내면 마치 오락실처럼 VR을 경험해볼 수 있다. IT 관련 박람회에서도 VR 체험 이벤트는 차고 넘친다. 그런 곳에서 충분히 경험해보고 VR 헤드셋 구입을 결정해도 늦지 않다. 더군다나 올해엔 2세대 VR 헤드셋이 다수 출시될 예정이다. 구입을 미루고 기다려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