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화인 ‘허왕후’ 인도 공주와의 혼인관계를 운운하는 한국과 인도의 관계이지만 현실에서 양국은 ‘썸’타는 일에 서툴다. 2014년 1월 인도에서 한·인도 정상은 CEPA(포괄적 자유무역협정) 개정에 합의했다. 그 후 양국 정상은 미얀마와 서울에서 두 차례 더 만났을 때도 개정협상을 더 이상 늦추지 말고 2016년 6월에는 꼭 ‘시작하자’고 합의했다. 그런데 정작 제1차 개정협상은 10월이 되어서야 가까스로 열렸다. 이런 서투른 양국관계이니, 늦어도 2017년 안으로 개정합의를 이루자는 양국 정상의 약속이 제대로 지켜질지 염려된다. 양국 정상의 최우선 협의가 CEPA 개정이다. 뿐만 아니라 양국 장관들이 만나면 빠지지 않고 거론하는 통상 현안이 이 개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질협상에 쉽게 다가서지 않는 이유는 뭘까?

양국의 ‘밀당’은 남녀 연애에 비교하면 수준 이하이다. 정상들의 합의사항이라는 외교적 이유 때문에 결별선언을 하지 못한 채 일정 거리에서 미적거리고 있다. 자주 만나서 협상하지 않는 근본 이유는 CEPA 개정에 대한 인도의 태도 때문이다. 개정으로 인도는 얻을 것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서비스 시장 등 인적 부문의 인도 요구사항에 대한 한국의 부정적 태도로 미뤄보면 얻을 것이 없을 뿐더러, 자칫 무역불균형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고 여기는 탓이다. 기대가 없으니 ‘개정하자’는 합의는 외교적 수사에 지나지 않고 실무에선 시큰둥한 것이다.

내수시장 침체를 벗어날 방책으로 거대시장 인도로부터 얻어야 할 것이 많은 한국으로서는 이러한 인도 태도가 답답한 것인데, 우리의 협상 태도 역시 적극적이라 할 수 없다. 대화가 지지부진하니 한국 실무진에선 인도에 대한 불만이 크다. 불만은 큰데 해결할 묘안 또한 없는 듯하다. ‘밀당’에서 인도를 끌어당길 재주가 부족하다. 재주가 없는 데에는 양국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인도 여성들이 한국 화장품 코너에서 제품들을 살펴보고 있다. 출처=김응기

매년 20만톤 규모의 사과가 수입되는 인도 신선과일시장에 한국 사과는 없다. 사과와 배의 대(對) 인도수출 검역절차에 대한 정부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한국 상품이 경쟁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교역으로 이어지지 않거나 원활하지 않은 것은 공산품 등록과 품질 인증 등에 적용되는 ‘상호동등성 인정’과 같은 통상협정이 체결되지 않은 까닭이다. 이런 문제 등으로 대인도 수출은 2014·2015년을 정점으로 정체되었다.

그 까닭에 한국의 대 인도수출은 인도 수입시장에서 후발주자인 중국보다도 훨씬 뒤처져 점유율이 11위이다. 점유율 1위인 중국에 비해 규모도 4분의 1에 지나지 않는다. 인도 역시 한국에 수출하는 정도가 매우 낮아 한국의 수입상대국별 순위에선 22위이고 금액 비중으로는 1%도 되지 못하는 미미한 수준이다.

물론 대 한국 수출이 미미한 이유는 인도 제품의 낮은 경쟁력 때문이다. 그러나 인도는 단지 자신들의 낮은 경쟁력 때문만이 아니라고 여긴다. 인도에 불리한 제도적 장애물이 한국에 있다고 여기고 있다. 일부 장애물이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우리가 심각하게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이러한 장애물로 인한 무역에서의 반한(反韓)정서이다. 그중 대표적인 것인 인도의 국민브랜드인 ‘망고(열대과일)’와 ‘킹피셔(맥주)’이다. ‘망고’에는 검역조건이란 장애물이 있었고 인도 맥주에는 타국 맥주에는 없는 기본관세 30%가 장애물이다. 이들 장애물이 제거되더라도 실제로 인도로부터 물밀듯이 한국에 들어올 수는 없다. 대단한 규모로 한국에 수출되지는 않겠지만 교역의 상징성을 확보하고 싶은 인도의 심정은 이러한 장애물이 편치 않다.

그 외에도 타국에 대해서는 관세인하 혹은 무관세를 허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인도에는 여전히 비양허로 제한해둔 경우가 적지 않다. 인도의 면사와 강황, 커피 등은 한국에선 생산되지 않거나 내수산업에 그다지 민감한 품목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한되어 있다는 것은 인도 입장에선 불쾌한 ‘감정’ 문제이다. 관세만이 아니다. 미국의 유기농 인증은 제한 없이 한국에서도 유기농 제품으로 판매되나 인도의 유기농 제품은 한국 시장에선 유기농 명칭을 사용할 수 없게 되어 있다. 산업표준에 대한 동등성인정협정 미체결 탓이다.

이러한 양국 현황을 이해한다면 자신에게는 피해가 없거나 덜하면서 상대에게 주어서 생색날 ‘밀당’의 묘안이 나올 수 있다. 성장침체를 조금이라 벗어나기 위해선 한·인도 교역증대를 위한 통상외교 노력이 배가되어야 할 때다. 이를 위해선 연애하듯 ‘밀당’으로 협상해야 하는데 이에는 무역수지 적자에 맘 상해 있는 인도를 진심으로 이해하고 끌어가는 자세가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