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황 오토업컴퍼니 대표

다른 문제점들도 많이 있지만 특히 돈과 관련된 분야에서 허점이 많은 형국이다. 판매업자들이 너도 나도 세금을 안 내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다 보니 투명한 시장이 형성될 리 만무하다. 중고차 업계에 오래된 관행이 있다. 실거래가격이 아닌 시에서 책정한 ‘시세’를 토대로 구청에 판매 신고를 하는 것이다. 중고차 한 대를 1000만원에 팔았다고 해도 구청에서 책정한 시세가 400만원이라면, 400만원 어치만 신고를 하는 것이다.

탈세라고 봐도 무방한데, 판매업자들도 정부도 해결책 마련에 손을 놓고 있다. 차량 가격 신고가 제대로 되지 않으니 취·등록세도 달라지게 된다. 중고차 판 ‘다운계약서’인 셈이다. 향후 현금영수증 제도 등이 시행되면서 이 같은 관행들이 없어지길 기대하고 있지만, 정부가 보다 강력한 규제안을 마련해야 할 것 같다.

김필수 한국중고자동차협회 협회장

중고차 시장을 선진시장으로 이끄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다. 한국 자동차 산업은 대체적으로 선진화돼 있지만 유독 중고차·이륜차 분야가 취약하다. 특히 중고차의 경우 투명화가 절실한 상황이다. 아직도 허위·미끼 매물이 존재하고 있다는 게 황당할 따름이다.

위장 당사자 거래라는 큰 허점이 있다. 현재 국내 중고차 시장을 들여다보면 10건 중 4건이 당사자 간 거래인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업체 없이 개인과 개인이 차를 사고 팔았다는 얘기다. 당연히 위장거래다. 일본의 경우 당사자 간 거래가 3%도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위장 딜러들이 개인인 척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 꼼수를 부리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시장 투명성이 떨어지고, 소비자는 피해를 입는다. 정당히 걷힌 세금으로 중고차 산업 육성화에 투자할 수 있는 기회조차 박탈당한다. 정부가 나서서 강력하게 규탄해야 하는 대상인데, 그런 의지가 없는 것 같아 아쉽다.

20여년 전 쯤 일본에서 창피를 당한 적이 있다. 현지 관계자에게 ‘주행거리 조작 등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느냐’고 물었는데 ‘대체 왜 주행거리를 조작하느냐’는 대답이 돌아온 것이다. 한국 중고차 시장이 얼마나 불투명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일본에서는 딜러사들이 중고차 가격에 대해 자세히 설명을 해주는 문화가 정착돼 있다. 특정 옵션, 상태, 정비 과정 등에 따라 가격이 변동됐다고 고객에게 고지하는 것이다. 이와 반대로 한국 판매원들은 주먹구구식으로 가격을 대충 책정하려 든다. 인식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안진수 AJ셀카 대표

장기화된 불황으로 그 어느 때보다 중고차 시장이 주목받고 있다. 다만 최근 5년간 중고차 불법매매 적발건수가 5배 증가하는 등 여전히 중고차 시장의 선진화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외형적인 성장만큼 중고차 시장의 ‘질적 성장’을 위해 업계 종사자 모두가 한마음으로 노력해야 할 때라는 지적이다.

장기간 고착화된 시장 구조적인 문제들을 한 번에 바꾸려 하기보다 중고차 시장의 가장 시급한 문제부터 파악하고 순차적으로 해결해 나가려는 자세가 필요해 보인다. 무엇보다 소비자 신뢰도 회복이 절실하다. 중고차 거래 고객을 배려하는 문화가 정착되는 것이 필요하겠다. 중고차 유통 기업과 딜러들의 협력을 통해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서비스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도 중요하다. 중고차 시장의 근본적인 변화를 위해 정부 차원의 중고차 관련 제도정비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오영아 차파는누나 대표

중고차 시장에서 일하다 보면 ‘첫 차 고객’을 많이 만난다. 운전에 자신이 없어서, 혹은 금전적 여유가 없어서 중고차를 택하는 사람들이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얘기고, 미국·일본 등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문제는 소비자들이 유독 가격에 집착한다는 것이다. 자동차는 목숨과 직결된 재화다. 겨우 수십만원 가격을 흥정하겠다고 안전을 포기하는 사례가 너무 많다. 중고차 시장 판매 문화가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연식과 주행거리만으로 단순화된 시세 책정이 이뤄지다 보니 사람들이 가격에 집중하는 것이다.

소비자들의 인식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대부분 사람들이 가격을 확인한 이후 외관을 확인한다. 자동차 외관은 5만원이면 다 바꿀 수 있다. 가장 중요한 내구성, 차량 점검 상태 등은 안중에 없다. 최근에는 인터넷의 등장 등으로 가격 정보가 비교적 많이 투명해졌다. 내가 사고 싶은 차량의 가격대를 대충은 짐작할 수 있다는 뜻이다. 중고차를 사는 고객들이 가격 대신 차량 점검 상태를 더욱 꼼꼼하게 파악하는 문화가 조성됐으면 좋겠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

한국 중고차 시장은 아직 충분히 성장 가능성이 크다. 신차 대비 중고차 시장이 10년 전에는 1.6배 정도였는데 지금은 2.5배 수준에 달한다. 미국의 경우 10배 가까이 잡히기도 한다. 차령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6~7년 전만 해도 평균 폐차 연령이 7.6년 수준에 불과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차령 7.6년이 넘는 차가 50%가 넘고, 10년 넘게 운행되고 있는 차도 30%에 육박한다. 자동차 내구수명이 좋아지며 ‘10년 타기 운동’이라는 말은 필요가 없어졌다.

문제는 투명성이다. 한국의 경우 큰 규모를 자랑하는 업체가 마땅히 없다. 대부분 소형 개인사업자들이다. 업체가 워낙 많다 보니 품질 보증이 힘들어지고 허위매물, 미끼매물, 사고 차량 조작 등 부작용이 나타난다. 이 때문에 사람들이 중고차를 못 믿다 보니 좋은 차들이 헐값에 러시아·동남아 등으로 팔려나간다. 바람직한 상황은 아니다.

매매업자들이 장기적인 시각으로 신뢰 회복을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겠다. 눈앞의 이익에 안주하지 말라는 얘기다. 강력한 벌금제도 도입 등도 필요하다. 전문적인 중고 자동차 평가 시스템 도입도 절실하다. 일본의 경우 차주가 강아지를 키웠는지 여부도 체크할 정도로 꼼꼼하게 차량 상태를 점검한다. 한국은 대충 연식과 주행거리만 확인해 시세를 책정한다. 중고자동차진단협회, 자동차평가협회 등의 힘도 너무 작다. 품질, 내구성, 차주의 성향까지 확인할 정도로 세분화된 평가 시스템이 필요한 실정이다.

최철훈 미스터픽 대표

최근 몇 년간 한국의 중고차 시장은 급격한 환경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우선 중고차 거래량은 연간 300만대를 훌쩍 넘겼고, 신규 매매단지 설립도 활발해졌다. 정부 차원에서는 세법 개정안, 허위매물 근절 방안 등이 전개되고 있다. 국내 유통 산업이 인터넷, 모바일로 확산되면서 중고차 역시 새로운 유통 경로를 개척하고 있다.

하지만 중고차라는 상품을 소비자 관점에서 바라보면 아직도 미진한 부분이 많다. 대표적 레몬 마켓으로서 가지는 ‘전문성’과 ‘신뢰’의 문제가 여전히 크다. 시장의 볼륨은 커지고 있지만, 공정한 거래를 보장해주는 제도적 접근이 아쉬운 상황인 것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국내 중고차 매매업과 업무 영역, 거래 관행 등 시장에 대한 상황 인식과 분석이 면밀히 선행돼야 한다. 그것을 바탕으로 보다 현실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기존 중고차 중개업자들의 인식 개선과 공감을 끌어올리고, 다양한 분야의 외부 신규 사업자들의 시장 진출을 독려할 수 있는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

시장의 선진화는 결국 소비자의 신뢰를 얻는 것이 목표다. 폐쇄적이었던 시장 환경을 개선하고, 소비자 트렌드에 발맞춘 새로운 거래 환경과 문화가 자유롭게 성장할 수 있는 유연한 시장을 만드는 것이 한국 중고차 시장의 선진화를 위한 전제조건임을 모두가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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