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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사전규제와 최순실, 그리고 창조경제”
최진홍 기자  |  rgdsz@econovill.com  |  승인 2017.01.10  17:01:28

스타트업 전성시대라고 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현재의 스타트업은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에 적극 차용되며 본연적 색을 상실하는 한편, 이를 둘러싼 규제의 장막도 높아지는 분위기다.

이런 상황에서 변재일 의원실, 세상을 바꾸는 꿈,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법률지원단이 주최한 ‘최순실 사태와 청년 스타트업의 명암 토론회’가 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렸다. 비선실세 최순실의 국정농단으로 파행을 거듭하는 창조경제, 나아가 스타트업 업계의 분위기를 살피는 한편 사전규제의 폐혜를 집중적으로 성토하는 자리였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스타트업-창조경제-최순실의 연결고리

변재일 의원은 환영사를 통해 “청년실업 문제는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며 “4차 산업혁명이 오는 상황에서 창업 생태계가 각광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여기에는 미묘한 상황판단이 개입할 수 있다. 취업난이 심해지는 현상과 청년들이 스타트업 창업에 나서는 분위기를 무조건 연결해 고무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무리이기 때문이다. 창업은 탈출구가 아니다.

물론 스타트업 육성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변재일 의원의 진심을 의심하는 목소리를 없다. 토론회 말미까지 자리를 지키며 스타트업 전략에 귀를 기울이는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나아가 변재일 의원은 “창업에 대한 논의가 심도있게 이어지고 있으나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창조경제 자체가 관치경영의 산물이라는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며 “정권이 변해도 스타트업 육성에 대한 정책은 계속되어야 하며, 그렇게 될 것이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게임업계 신화를 썼던 김병관 의원은 “현존하는 스타트업 규제를 반드시 걷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벤처 인증제도 및 모태펀드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다소 구체적인 방법론을 주문해 눈길을 끌었다. 서채란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위원장은 “경제의 핵심은 원동력”이라며 “혁신적인 청년들의 창업 아이디어가 꿈을 펼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례발표가 이어졌다. 김민규 삼디몰 대표는 별도의 파워포인트 자료까지 마련해 자신의 기막힌 스타트업 창업 스토리를 전해 눈길을 끌었다. 김민규 대표는 “2014년 5월 사업자등록증을 내고 5평 원룸에서 3D 프린터 사업을 시작했다”며 “작은 규모지만 현재는 80평 규모의 사무실과 연매출 8억원을 올리는 등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지난해 8월 19일 산업통상자원부가 김민규 대포를 형사고발하며 분위기가 반전된다. 전기용품안전관리법 위반으로 3000만원 이하의 벌금 또는 3년 이하의 징역을 ‘걸었기’ 때문이다. 이에 산자부와 미래창조과학부 등에 도움을 요청했으나 성과는 전무했다고 한다. 김민규 대표는 “삼디몰은 3D 프린터를 제작하게 도와주는 일종의 플랫폼 사업”이라며 “지나친 사전규제로 창업 생태계를 옥죄는 분위기는 지양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자생활 후 창업전선에 뛰어들었던 박병종 콜버스 대표는 사례발표 직전 소신발언으로 관심을 모았다. 박병종 대표는 “이번 기자회견이 요식행위가 아니었으면 한다”는 전제로 창조경제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어 눈길을 끌었다. 박병종 대표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젊은 창업가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창조경제에 대한 동력이 떨어지고 창업 자체를 도외시하는 문화가 되살아나는 것”이라며 “창조경제 정책 자체는 일부 잘못된 구석이 있지만, 방향성은 틀리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비선실세 논란으로 창조경제에 대해 비판하는 야당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현재의 스타트업 열풍은 박근혜 정부의 국정철학인 창조경제의 바람을 타고 증폭된 감이 있다. 하지만 비선실세의 입김이 창조경제에도 스며든 것으로 확인되며, 일각에서는 ‘창조경제 간판을 내려야 한다’는 주장이 일기도 했다. 여기에서 박병종 대표는 “창조경제의 방향성은 옳다”는 주장을 펼치며 이를 핍박하는 야당에게 “대안이 있는가?”라는 도발적인 질문을 던진 셈이다. 야당이 ‘창조경제-스타트업-비선실세 입김’을 나열한 후 모든 순기능을 정치적인 입장에서 재단하는 것 아니냐는 문제의식도 있어 보인다.

어떻게 봐야 할까. 스타트업이 한국경제의 미래라는 점은 이견의 여지가 없으며 스타트업이 창조경제의 정책적 바람을 타고 거칠게 성장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 지점에서 비선실세 논란을 창조경제의 모든 인프라에 덧대는 것은 분명 지양되어야 한다. 차라리 문제의식을 찾으려면 “창조경제=스타트업” 공식을 무조건적으로 밀었던 현 정부의 패착에 집중하라는 주장이 나온다. 극단적으로 말해 창조경제라는 간판을 내리더라도 스타트업 부흥에 대한 정책적 지원은 꾸준히 이어져야 한다는 뜻이다.

김병관 의원의 멘트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김병관 의원은 “창조경제의 방향성은 옳았다”는 박병종 대표의 주장에 “창업정책이 지속적으로 운영되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창조경제의 방향성은 맞았다고 보기가 어렵다”고 전했다. 정부가 주도해 대기업의 팔을 비틀어 세운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중장기적 차원에서 문제가 있으며, 이 과정에서 탄생한 창조경제는 시작부터 잘못된 것이라는 논리다. 나아가 김병관 의원은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중소기업청의 ‘팁스’처럼 운영되어야 하고, 중장기적 모델을 꾸려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는 한편, ‘창조경제를 비판하는 야당의 대안이 무엇인가’라는 박병종 대표의 질문을 겨냥해 “민주당은 한계가 뚜렷한 창조경제보다 중장기적 모델을 고민하고, 제안해 왔다”고 말하기도 했다.

본격적인 사례발표에 나선 박병종 대표는 콜버스 규제와 얽힌 답답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밝혔다. 박병종 대표는 “2015년 12월 전세버스 5대를 빌려 시작했으나 처음부터 난관의 연속이다”며 “사업 초기 전세버스 공동구매 플랫폼으로 가닥을 잡으며 간신히 사업을 전개했다”고 술회했다.

문제는 무료 시범운행을 하는 중 서울택시조합이 서울시에 콜버스 단속을 요청하며 커졌다. 이런 상황에서 박병종 대표는 “잊혀지지 않는다. 2016년 2월 1일, 전국의 택시기사들이 조선일보 1면에 콜버스는 불법 서비스라고 광고를 냈다”며 “결국 국토부의 중재로 콜버스랩이 택시회사의 차량을 이용하는 것으로 절충안이 나왔다”고 전했다.

하지만 원천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박병종 대표는 “운송사업법, 면허 운영 방식, 지역 확장의 어려움, 자금난 등으로 콜버스는 문을 닫을 판”이라며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말도 다르고 규제의 문제는 여전히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외부에 알려진 것과 달리 콜버스의 사정이 심각하다는 주장이다. 나아가 “창조경제를 무조건 부정하지 말고, 의미있는 의견을 도출해 달라”고 주문했다.

한경수 스타트업 법률지원단장은 창조경제의 실패 원인과 생태계 지원 방안 발표에 나섰다. 창조경제와 창조경제혁신센터의 연혁을 소개하며 본원적 의미를 더듬어 눈길을 끌었다. 결론적으로 “창조경제는 정책 슬로건에 그쳤다”는 박한 평가를 내놨다. 창조경제로 인한 경제 활성화는 요원했으며, 철학도 부재했고, 관치 중심의 정책적 한계가 뚜렷했다는 뜻이다.

규제적 담론도 꺼냈다. 한경수 단장은 각국 정부의 스타트업 규제개혁을 설명하며 스타트업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담론을 꺼냈다. 이를 위해 민간 부문의 자율성, 공정한 경쟁질서의 확립, 공공기관의 데이터 공개 및 지나친 성과주의 폐지, 연대보증제도의 폐지, 관련 원스톱 서비스 시행 등을 제시했다.

이번 토론회가 흥미로웠던 이유 중 하나는 최순실과 스타트업이라는 색안경을 걸친 야당과 현업인들의 창조경제 동상이몽이다. 야당은 창조경제를 부정하며 이를 비선실세 최순실에 덧대고 있음이 확실해졌다. 다만 현업인들은 규제개혁을 주장하며 창조경제의 부활을 주장하는 것에 집중하는 분위기가 연출됐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토론의 물결

양경준 케이파트너스앤글로벌 대표는 “오랜 세월 기업들의 흥망성쇠를 지켜봤다”며 “정부의 창업 생태계 지원 정책이 나름 역할을 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역사가 깊은 실리콘밸리와 달리 역사가 짧은 국내의 창업 생태계가 나름 자리를 잡았던 배경에는 정부의 역할도 컸다는 논리다. 양경준 대표는 “닷컴버블 당시 벤처 암흑기를 거쳤지만, 그런 분위기가 있었기에 현재의 네이버와 카카오가 존재하는 것”이라고 부연하기도 했다.

국정철학인 창조경제에 대해서는 “어차피 세계적인 스타트업 열풍을 타고 누구라도 했을 정책”이라면서도 “상당히 좋은 정책이 많이 나왔다”고 진단했다. 다만 창업 활성화 정책은 제대로 구비되어 있으나, 창업을 규제하는 분위기가 강한 것은 경계했다. 양경준 대표는 “신용정보 등이 잘 관리되고 있는 한국의 경우 P2P 대출 시장에서 두각을 보일 수 있지만, 관련된 정책적 방향성이 규제에 막혀 제대로 구현되지 않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나아가 창업 생태계의 잠재력을 끌어올리는 한편, 규제 일변도로만 나서는 정부의 자성도 촉구했다.

황승익 한국NFC 대표는 “우리는 핀테크 스타트업인데 방송통신위원회가 괴롭히고 있다”며 자사의 사정을 소개했다. 황승익 대표는 “신용카드 개인정보를 이용한 비대면 본인 인증 방법을 개발했는데, 본인 확인사업은 정보통신망법상 방통위가 허가하는 사업자만 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고 전했다. 바로 그 순간 당시까지 한국NFC와 협력하던 신용평가사는 사업포기를 했다고.

이후 몇 차례의 변곡점을 돌아 다시 기회를 잡았다고 한다. 이에 방통위를 찾아갔으나 이번에는 본인 인증 사업에서 독점적 지위를 가진 통신사의 견제가 있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통신사의 불공정행위에 대한 지적도 있었으나 결론적으로 한계가 있었다는 것이 황승익 대표의 토로다.

황승익 대표는 “신용카드를 통해 본인 인증을 할 수 있다는 금융위원회의 유권해석을 받은 것이 지난 2014년 11월, 방통위의 조건부 허가가 2016년 9월이지만 지금 이 상황도 성공 여부를 장담할 수 없다”며 본인 인증 사업의 다각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했지만 방통위의 관료주의 및 기득권 통신사의 견제에 고통스러운 기간이 길었다고 밝혔다.

이정환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법률지원단 간사는 창조경제센터의 순기능에 집중하고, 이 과정에서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연결에 고무적인 입장을 밝혔다. 인위적 결합에 대한 이견은 있으나 큰 흐름을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사전규제에 대해서는 “스타트업 대표들이 규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낭비하는 일이 많다”며 “통합된 창구를 통해 규제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창용 미래창조과학부 창조융합기획과장은 토론에 나서기 전 “창조경제에 대한 왜곡된 사실을 바로잡으려 한다”며 “창조경제라는 용어의 본질은 창업의 활성화에 있으며, 중기청과 달리 미래부는 ICT 및 융합 신기술 창업을 의미하는 뜻으로 썼다”고 말했다. 창조경제혁신센터에 대해서는 “최순실과의 직접적인 관련성은 없다”며 “창조경제혁신센터의 순기능에 대해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주장했다.

스타트업 규제에 대한 담론에 대해서는 “규제개혁장관회의 등 규제를 줄이겠다는 방향성을 정부 차원에서 꾸준히 이어갔다”며 “규제 정부 포털을 운영하는 한편, 드론 및 자율주행차까지 지속적으로 규제완화에 돌입했으며 청년 스타트업 창업 규제도 나섰다”고 설명했다. 다만 규제완화에 대한 대중의 체감이 떨어진다는 주장에는 일정정도 동의하며, 이와 관련된 정보도 부족하다는 점도 인정했다. 나아가 창업 육성정책의 차별을 없애고 각 영역의 핵심적 규제 정비에도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태훈 서울산업진흥원 투자지원팀장은 “스타트업의 아이템은 스티브 잡스처럼 혁신이 아니라, 약간의 혁신으로 이뤄진다”며 “이런 상황에서 기존 플레이어들은 엄청난 반발을 한다”고 말했다. 즉, 힘있는 자들이 힘있는 정부를 만나 스타트업 규제를 주문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중요한 것은 고객이라는 설명이다. 즉 “특정 스타트업의 등장으로 고객이 더욱 편리한가?”에 집중하면 문제가 명확하다는 논리다. 이태훈 팀장은 “스타트업 규제의 기본적 원칙을 고객에 집중하면 문제가 없다”고 전했다.

한편 토론회 말미 돌발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카피플을 운영하는 황성수 대표가 등장해 대기업의 갑질을 정면으로 문제삼았기 때문이다. SK테크엑스가 카피플 자산인수 등을 타진하면서 시간을 끌었고, 이를 바라보던 상황에서 돌연 SK테크엑스가 협상 자체를 백지화시켰다는 주장이다.

흥미로운 점은 SK테크엑스 담당자도 현장에 나타났다는 점이다. 두 사람은 서로 다른 입장에서 발제아닌 발제에 나서는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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